북한산 백운대 1

2010. 9. 27. 15:12일반산행

산행일시:

2010.9.26.일 

 

산행코스:

도선사 광장-하루재-인수대피소-백운산장-위문-백운대-백운대밑 사면길

-숨은벽정상옆 V계곡통과-대동샘-숨은벽 50m 대슬랩밑 안부-마당바위

-해골 바위-밤골 탐방 안내소-국사당(굿당)

 

산행시간:

11:30 ~19:00

 

 숨쉬기도 힘들었던 잔인한 여름이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부는 가을이 오고 있다.

햇살이 베란다를 거쳐 거실 창가에 와 앉은 이 아침.

아차산 용마산 저 넘어 보이는 회색빛 바위를

가을이 오는 입구에 그 바위에 오르고 싶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처럼 세상의 풍파도 오각가락 하건만

그자리에 우뚝선 봉우리는 변할줄도 모르고 항상 날 노려보는것 같았다.

 

새들은 사랑인줄 모르고 죽지를 파고 든다더니

절벽인줄 모르고 나섰다 죽음 직전이

어떤 맘인줄 알았던 하루였다.

내 생에 단한번 만이라도 그대를 하며 오른 바위는,

그런것이 요새 애들말로 "졸라 씨급"이단다.

 

파란 하늘이 오늘 북한산 산행에 한결 부드러울것을 기대하고

한여름 더위로 시들해진 몸에 좋다해서 

우체국 택배로 신청해서 먹기 시작한 홍삼 엑기스 물과

생수,포도 한송이 그리고 찐 고구마 다섯개를 준비하고

남편은 커피 서비스를 했다.

1300원짜리 김밥 3줄과 치즈빵 하나를 사서 들고

한강 물빛 보다 진한 하늘위에 뜬 해를 가슴에 안고

집을 나와 지하철 수유리역에 도착하니 벌써 해는 머리꼭대기에 있었다.

 

북한산의 나무 이파리들이 초록에 지쳐 아직 단풍 들기전,

 단풍색을 걸쳐입고 베낭을 맨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누군가를 기다린다.

"시월 일요일 단풍이 아름답다고 산으로 가지말고,

주일날은 교회에 꼭 나오도록 하세요."

남편과 내결혼식에서 주례 목사님이 하시던 말씀이다.

그 약속을 깨고도 우리는 아직 잘살고 있다.

산에 가면 자유로운 기운을 얻으려는듯 나서는

등산객에 떠밀려 발걸음을 떼어 3번출구로 올라와

택시를 잡아타고 도선사로 향했다.

 

도선사엔 재작년 사월 초파일에도 들러 백설기떡을 얻어 먹고도

덤으로 집에도 가져 왔었다.

그리고,스물몇살 처녀적 겁도 없이 그날도,

 초파일 친구따라 하루밤을 대법당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내려온적이 있었다. 

팍팍한 도선사행길을  택시로 광장까지 왔다.

남편 혼자라면 타지 않았을 택시요금은 6500원이 나왔다

 

 

중생의 고단한 현실인 차안을 위로하는 미소를 띈 부처는

광장 한가운데서 오고가는 나그네와 모든 살아 있는것들과

죽어 가는것들을 바라본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의 경전의 한말씀이 생각난다.

그래,오늘 한번 죽겄다 소리말고 올라가보자.

 도선사는 좌로  조금 오르면 되고 

우리는 오른쪽 산행길로 올라야 한다.

 오늘 목표는 백운대니 화장실도 다녀오고

마음도 다짐하고 산행길을 나섰다.

 한창훈씨는 허기질때는 바다로 가라고 하더만,

산으로 꾸역꾸역 모여드는것은 배가 너무 불러 그런가,

어른 아이 심지어 할머니까지도 산으로 산으로 올라간다.

까악까악 까치의 안내를 받고 산행 초입에 들어갔다.

잠시 숨을 고른다고 앉았다.

아직은 여유로우나 점점 망가져가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 개요는 대략 이렇다.

수도 서울의 북쪽에 위치한 북한산은 1983년 4월2일 국내 15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서 북한산과 도봉산 전역을 포함한 총 면적이 80.669 km²이다.

행정구역상 동남쪽은 서울특별시 도봉구,강북구,성북구,종로구,서대문구,은평구등 6개구

북서쪽으로느 경기도 고양시,양주시,의정부시에 걸쳐있다.

한산,화산,삼각산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던것을 북한산으로 바꾸게 된것은

 조선조 숙종때 북한산성을 축성한뒤 부터라 추정되며

 신라 진흥왕이 나라안을 순행하며 영토의 경계를 정하고

 그 사적을 새긴 진흥왕 순수비도 북한산에 세웠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지형적으로 볼때 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맥으로 이루어졌으며,

우이령을 경계로하여 북쪽으로는 도봉산지역,

님쪽으로는 북한산지역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인수봉 바위에 개미처럼 보이는것이 암벽 등반객들이다.

헬멧을 쓴 사람이 처음엔 이상해 보여 산에서도 오토바이를 타나 싶었는데

줄하나만을 의지해서 바위에 오르는 사람들이란다.

나무도 별로 없고 가파른 절벽에 메끄러운 인수봉은 일반 등산은 안되고

암벽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실이 있단다.

바라보는것만도 오금이 저리는 참,취미도 가지각색이다.

 

 

하루재 고개를 앞두고 

계곡 물앞에서 싸온 점심을 먹었다.

엊그제 200m가 넘는 폭우가 내린것에 비하면

 계곡은 물이 별로 없었다.

 가다,서다,먹다,쉬다를 반복하며 야영객들이

처놓은 텐트옆 바위에서 지쳐 드러누웠다.

누워 내가 올라야할 백운대(836.5m)와

사람이 개미처럼 보이는 인수봉(810.5m)을 바라보니 구만리 같아 까마득하다.

정상찍고 집에나 갈수 있을까 걱정하는 남편이 내내 서서 있어,

맘놓고 쉴수도 없다.

아,이순간,전설의 비익조가 아닌 산새라면 훨훨 날아갔을텐데...

 

 산장에서 바라본 백운대

 백운산장에 오르니 안에서도 밖에서도

국수를 먹고 있는 등산객이 만원이다.

지하철역과 광장에서 보았던 그네들이 또 여기저기 있었다.

진한화장에 온갖 멋을 부린 한여자가 눈에 띄었다.

 왼쪽 오른쪽 양쪽에 두남자를 대동한 그여자는

북한산을 잘아는양,양쪽 남자를 번가라가며 긴 설명을 하였다.

내남편뿐 아니라 모든 남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녀가 멘 베낭과 신발이 몇십만원짜리고

몸에 걸친 옷과 모자도 온통 명품이란다.

가을제비와 꽃뱀은 북한산에 가면 볼수있다.

그녀의 폼은 희말라야도 거뜬하겠는데

정상에서 다시 만날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지금 난,남 걱정 할일 아니다.

 

 

 고교동창 산행대장 할때는 쏙 들어갔던 배가

도로 튀어나와 몸무게가 많이 늘은 남편은

뱃살은 산행에 그리 상관없다는양, 잘도 오르고

다리 보다 손으로 오르는 나를 한심한듯 바라본다.

쇠줄과 바위에 부대낀 손바닥이 빨게졌다. 

 

 

드디어 도착한 위문에 섰다.

위문에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아주 가파른 돌계단과 절벽이 있다.

각오하고 올라야 하는 구간으로

작년에는 없었다는 철계단도 놓여있다.

 

 

 

백운대 정상에서바라본 만경대(799.5m)

 

팔과 다리 온몸으로 백운대에 올라 눈을 비비고 보니

뜨거운 태양아래 서울시내는 발아래에 있고

거대한 바위덩어리는 가까이에 있다.

정상을 밟은 흥분보단 높은곳의 놀람과 무서움에 다리는 후둘거리고

어깨와 손목의 힘만 주어진다.

떨어질까 무서워 북한산 백운대 라고 적힌 비석을

 얼마나 세게 붙잡았는지 모른다.

발 하나만 잘못디디면 오늘밤 뉴스에 나오는

그 높은 바위 위에서 퍼질러 앉아서 먹고, 누워 자는 사람들은

심장이 튼튼한 사람들이다.

 

 인수봉위의 바위꾼들 남자만 타냐,나 여자도 탈수있다.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본 노적봉(716m)

 

 

 

 

 

 

 

 

백운대 바위 꼭대기에 박힌 태극기는

푸른 창공에 펄럭이고 흰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은 현장을 남기려고 야단이다.

나도 태극기가 나오도록 달달 떨리는 다리에 힘주고 섰다.

남들은 무거운 베낭을 메고도 도선사에서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면 오른다는 코스를

난,빈몸으로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내려갈일이 꿈만 같고,태양은 벌써 서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남산이나 덕유산에 케이불카가 있어서 편했던 기억이 난다.

다리심 없으면서 구경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좋아할 케이불카 설치를

적극 반대하는 한사람이 이 높은 곳까지 벌써 185일째 매일 올라와 시위를 한댄다.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것을 죄악시 한다는 그와 사진 한장 찍고

내 다리만 걱정했던것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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