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2(평창동길에서 구기동까지)

2010. 11. 7. 21:07둘레길

시월은 지나가고 십일월 첫째주말

며칠째 안개낀 날이 계속되어 갈까 말까 망설이다

올해 안에 둘레길을 한바뀌 돌아볼려면

한구간이라도 하자는 남편말에

이른 점심을 먹고 12시에 집을 나섰다.

지난주의 우이령길을 연결지으려면 충의길이나

순례길구간으로 가야되는데

날씨탓도 있고 컨디션도 그렇고 해서

북한산 정기를 자기집 마당으로 들여와 백수 천수를 살겠다고

으리 뻑적지근하게 지어놓은 집들구경도

할겸 겸사겸사 평창동길을 선택했다.

아스팔트길을 미리 걸어놓아야 다음길로 접어들면서

땅을 밟는 기쁨이 더할것이기도 하고..

길음역 3번출구에서 7211번 버스를 타고

롯데 삼성 아파트입구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15분걸으면 평창마을로 들어선다.

평창마을은 광해군때 시행하던 대동법에 의해 조세를 관리하던

선혜청중에서 가장 큰 창고인 평창이 있었던 곳이란다.

이구간은 평창동 마을과 사자능선이 함께 어우러지고

북악산,인왕산,북한산,그리고 관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자연미와 함게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빛나는 구간이라고

1000원 판매하는 북한산 둘레길 안내 책자에 씌어져 있다.

형제봉 입구에서 탕춘대암문입구까지 거리는 5.0km이고

대략 시간은 2시간30분,난이도는 중 정도라 한다.

 

연화정사라는 절과 교회 기도원이 전봇대에

위아래로 나란히 붙어 위치를 가리키는걸 보면서

오르막길 아스팔트를 걸었다.

동네 사람들이야 차로 이동하지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한번이라도 걸을라치면 숨을 헉헉 거리며 올라야 하는길이다.

 

 

 

 

 

 

 

평창공원지킴터 직전 길가에 연화정사라는 절이있다.

절 일주문은 길가에 붙어 있어 지나다 신도가 아니래도

힐끔 쳐다볼수 있는 위치다.

나도 성큼 들어가서 두리번거려보니 보잘것 없어 보이는 절내는

북한산 절벽아래 고급주택을 바라보고 서있는 불상과 9층석탑이 보인다.

다소 괴물스런 얼굴상을 한 좌불상들이 나란히 열맞춰 나무식탁에 앉아있다.

음력 초하루와 보름이면 각기 다른 제목의 기도가 이어질 연화정사는

북한산 맑은 정기속에 부자집과 같은 높이에 있었다.

 

 

 

 

 

 

 

 

 

 

 

 

 

 

 

 

 

 

 

 

 

 

 

 

 

 

 

 

 

 

 

 

 

 

사촌이 논사고 땅사면 배가 아프다더만,

감춰둔 비밀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안을 들여다 볼수없게 쌓아놓은 남의 담벼락만 구경할려니

나는 머리만 지끈거린다.

그림같은 집구경도 별로고 오르내리는 이스팔트도 별로라

왜 둘레길로 이곳을 연결시켰는지가 의심스럽다.

길거리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곳곳에 있고

둘레길 탐방객 때문에 시끄러우니 조용히 걸어다니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절이 있어 목탁소리가 들리는데 교회의 울부짖는 기도소리가 안들리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밀알 기도원이란 교회가 십자가와 우뚝서서 지나가는 탐방객을 쳐다본다.

천당으로 가는길은 이곳으로 오는길이 제일이다며..

자연으로 가는길을 선택한 나는 기도원을 지나쳐 자연으로 걸어갔다.

제각각 다른집들은 건축가의 또 다른 작품성도 있었다.

금붕어를 닮은 집에 금붕어 눈을 창문으로 만든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은듯 이사간 주소가 적혀 있었다.

빈집이 상당한것으로 보아 저택을 관리하면서

사는것도 쉽지는 않은것같다.

한번 사는인생 저런 호사를 누리며 사는것도 어쩔까,

하다가도 집만 번드르한 평창동 높은언덕에는

작은 수퍼하나 병원 약국,심지어 술집 하나 안보인다.

냉장고에 떨어진 우유하나 사려도 차끌고 나가야 되고

편두통이 와서 진통제 하나라도 사먹으려면

자가용타고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것같아

평창동으로 이사 오는것은 접기로 했다.

사실 공짜로 저 큰 집을 줘도 관리도 안되기 때문이다.

 

동네 한바뀌를 도는동안 이동네 사람들은 몇사람 안 만났다.

다를 문걸어 잠그고 뭤을 하는지,

도통 대문을 열고 닫는것이 안보인다.

사생활이 침범 한다는 이유로 동네 주민들은

둘레길 탐방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창동에서 내가 본것은 남의 담과 교회와 절이다.

거기에 큰집을 지키는 외로운 개도 봤다.

청련사란 절이 또 나온다.

부잣집 동네에 왠 절이 그렇게 많은지,

많은 재산 관리하기도 부처의 기도가 필요한가 보다.

 

발바닥도 지루한 아스팔트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 드디어 땅을 밟았다.

사자능선 전망대에 도착하여

두마리의 사자가 하늘을 우러른 모습을 한 쌍사자봉은

보현봉을 지키는 듯한 수문장의 역활을 한다.

사자능선은 그 쌍사자봉과 연결된 능선으로 보현봉에서

구기동 삼거리 방향으로 떨어지는 능선이다.

 

 

 

 

 

 

 

 

 

 

 

 

 

 

 

 

이북도청입구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오면

탕춘대성 암문 입구가 나온다.

2010.8.31일 까지 무리하게 너무 빨리 만들어진 둘레길은

길을 만들기 위해 쳐낸 나무들이 옆으로 치워지지않은채

누워있다.

벌써 두달째 비가 오지 않아 온흙길에 먼지가 풀풀 날려

마른잎들과 함께 안개낀 하루는 사진도 잘찍히지 않고

두번째 이은 둘레길 탐방이 되었다.

오늘이 두딸내미 생일이라서 케익을 자르려면

어서어서 서둘러 집으로 가야 할판이다.

남들은 어떻게 두딸이 동시에 생일인지 신기하다고들 하나

첫째를 자연분만으로 난산한 탓에 둘째는 재왕절개를 선택하였는데

예정일보다 일주일 앞당겨진게  같은날이 되었다.

시집가기전까지야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겠지만

각자 결혼하여 독립된 가정을 가지면 자매간이라도 자주 보는게 어려울테니

지들 생일때라도 서로 만나 평생을 위로하며 살아가길 바래는게 엄마다.

헝가리간 작은 딸은 생일이나 찾아먹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