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자락길

2013. 4. 17. 20:59둘레길

 

 

재경 104회 웰빙 걷기

 

일시-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오후 2시

장소-안산 자락길

만난곳-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1번 출구

일정-서대문역(14:00)-2번 마을버스타고(뜨란체 아파트 신일교회 하차)-자락길 시작(14:30)

      -자락길 전망대-연세대교정-신촌 먹자골목 도착(17:10)-이른 저녁(형제갈비에서 갈비탕과 맥주후 귀가)

       대략 6km를 2시간 40분걸림

참가자-손진,이윤정,제성숙,한인숙(이상4명,가나다순)

 

 

북쪽에서 미사일을 쏘아대니 어쩌니 하고,보스톤에서 폭탄이 터지든 말든

계절은 지독히도 춥던 겨울을 물리치고 다시 화창한 봄날 되어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물 오르고 새순 움터 꽃봉오리 터트리는 소리로 분주하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 편지 대신 스마트폰 들고 답없는 문자 보내도 좋고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 대신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봄날 오후이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 쨍 하는 햇빛을 맞고 버스에 올라

활짝 핀 하얀 목련이 담장 밖으로 나온 집들만 바라보다

마당에 목련 꽃나무 하나 심고 사월이면 피멍 들어 떨어지기 전에

돗자리라도 깔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아침 나절에 물장구 치던 그녀,뜨는 태양과 함께 발바닥이 땀난 그녀와

반가운 재회를 하여 열댓명이나 실어 오르락 거리는 마이크로 마을버스를 타고

산책코스 초입인 뜨란체 아파트 입구에 있는 신일교회에 하차했다.

교회앞 의자에 앉아 몇분이나 기다렸을까,육십 청년이 모시고 온

그녀와 넷이 모였다.

때 맞추어 밥을 못먹은 교회 시계는 이제사 두시를 가리키고 있어

오늘 일정은 아마 빨리 끝날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사랑,시인,역사,자락,인재,꽃향기,오색의 일곱가지 길이라고 서대문구에서 선전하는

안산 자락길은 작년 가을에 데크길이 완성되어 산으로 올라 가지않고

안산을 빙둘러 쉬엄쉬엄 자락자락 걸으니 숨찰것이 없다.

휠체어도 가능한 길이어서 산에는 오르기 싫고 신선한 산공기는 마시며

운동은 하고 싶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개나리 벚꽃 진달래 목련 머지않아 시들어 지금 아니면

일년을 기다려야 볼수 있는 꽃들을 열심히 눈에 익혀

가슴에 머리에 담고 다리심까지 기르고 있는 알찬 한나절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봄 길을 걸으며 봄 꽃에 취해,

파란 하늘 아래 쭉 뻗어 키 자랑하는 연분홍 빛깔로 눈부신 산벚꽃과

진분홍 빛깔로 맑은 진달래에 홀려, 발 아래 핀 가녀린 애기똥풀이랑

제비꽃을 지나칠뻔 했다.

생명이 달린 모든 생물이 제각각 타고난 대로 충분히 향기가 있음에도

들판에 잡초처럼 밟아 죽이고 아는지 모르는지,

지 잘난 맛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는 젤로 무섭다.

나보다 약하고 힘겨워 하는이를 끌어주고 안아주지 못한다면

"곧은 나무가 먼저 잘리고 감미로운 샘물이 먼저 마른다"는 장자의 말대로

무엇이든 되고픈 이에게 이름을 불러줘야 그에게 꽃으로 다가가는

자연의 오묘한 이치에서 깨닫듯 언젠가는 후회할 날이 있을게고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죽는다면 불쌍한 영혼으로 남을것이다.

 

성곽길이 완성된 인왕산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이고

일제와 독재에 맞섰던 민주 투사들의 독립 성지인 형무소와 독립공원을 바로 옆에 두고

그녀들과 함께한 햇살 좋은날 수다는 진솔했다.

힐링이 따로 있은게 아니라 자연속에 해답이 있는거 같다.

 

화사한 꽃보다도 웃음소리가 밝은 청춘의 교정을 지나 늙은이도 이거리에서는

젊은이들처럼 수다 떨며 전화 걸고 한손에 커피 들고 걸어야 할것 같은

신촌 먹자골목으로 들어서 오십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신촌의 터줏대감 식당인

형제 갈비집에서 갈비탕과 맥주 한모금으로 한나절 피로를 풀었다.

 

유월의 후덕지근한 저녁나절,

다방 커피만 마신 내가 코리아나 호텔에서 처음으로 호텔 커피를 마시고

형제갈비에서 명절과 생일날 먹었던 소불고기 대신에 생한우 갈비를 뜯고

얼음 동동 띄운 미끈덕거리는 냉면발을 난생처음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삼십년전 맛선 보던날 오후 한나절 나의 삽화다.

한강물이 흐르는 마포대교를 걸어 여의도 시멘트 광장 마당에서 고래고래 노래 뽑고 

때돈은 못벌어도 처자식은 먹여 살리겠다는 꽃다발 없는 구애로

이태것 한이불 뒤집어 쓰고 살면서 무턱대고 낳다가는 삼천리가 만원이고

거지되기 싶상이니 둘만 낳으라고 할 시대에 나라법을 어기면서

셋씩이나 낳고 살다보니 삼십년이 지나도록 그 집은 커녕 그옆으로 지나가지 않다

연거푸 며칠전 답사때 그리고 오늘 두번이나 들렀다.

무너져 내릴것 같은 한옥 구석진 식당은 번듯한 빌딩으로 재탄생되어

웬만한 중소기업을 방불케 하여 천지가 바뀐듯 한데 나는 늙어가고,

셋이나 되는 자식들이 하나 둘 떠나고, 젊은 시절 꿈많던 소원은 온데 간데 없이

세계경제와 평화를 걱정만 할뿐,각시 하나 지키는게 소원이 된 남편과

이제는 같이 밥먹고 같이 시장가고 같이 산책가고 같이 잠자고,

따로 바라볼 사람 없이 둘이서 아주 소박한 일상이 행복이려니 하고

치매하고 중풍만 비켜가길 소망하며 거울 보듯 산다.

 

낯선 동네로 이사와 처음 일주일을 집 나가면 길 잃을까 두려워

집 밖에 나가지 않았던 내가 우리 동네까지 와 준 그녀들과 헤어지기 아쉬워

그녀들이 타고가는 버스가 떠나는걸 확인한후 돌아섰다.

진노랑 블라우스를 입고 서 있는 쇼윈도우 마네킹을 한참 바라보다

개나리 가지라도 꺽을걸,개나리 블라우스를 지금 사지 않으면

오늘밤 잠을 잘수 없을것 같았다.

날씬한 언니가 입고 있는 블라우스는 할인 없이 십몇만원 달라길래

통통한 내가 입을 블라우스는 할인가에 행복한 하루를 마감했다.

현미 주먹밥으로 저녁을 때운 내 짝꿍에게 살짝 미안하여

조용히 샤워하고 긴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니

짧은 봄날의 그녀들의 긴 향기가 밀려온다.

2013년4월18일 목요일

글-李 貞

사진-孫 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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