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4. 21:17ㆍ참고
창덕궁이 바로 보이는 북촌 1경에서 돌계단을 깎아만든 북촌 8경까지
[서울톡톡] 한옥의 아름다움과 동네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골목길의 재미가 어우러지고, 지붕 처마를 잇대고 이웃과 어울린 옛 가옥의 느긋한 풍경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 바로 북촌한옥마을이다. 얼마 전부터 북촌한옥마을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난 덕택에 작은 박물관, 갤러리, 공방 등 건물들과 한옥의 조화가 새로운 어울림으로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북촌은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황현이 지은 <매천야록>에 의하면 "서울의 대로인 종각 이북을 북촌이라 부르며 노론이 살고 있고, 종각 남쪽을 남촌이라 하는데 소론이하 삼색(三色)이 섞여 살았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북촌은 위치가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사대부는 물론, 권문세가와 왕족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고. 하지만 현재는 으리으리한 집들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는 일제 때 이 지역의 땅들이 분할되면서 큰 집들이 작게 나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실제 주거를 목적으로 새로 집들이 지어져 서로서로 지붕을 맞대는 지금의 모습이 탄생했다. 현재 약 1,200여 동의 한옥이 남아 있다고 한다.
북촌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만 골랐다는 명소가 북촌 8경이다. 북촌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한옥에 깃든 운치가 담긴 여덟 가지의 풍경을 맛보려면 눈 내린 겨울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북촌관광안내소에서 북촌길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자 잠시 후 돌담 너머로 창덕궁의 전경이 펼쳐졌다. 창덕궁을 자세히 구경하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겠지만 밖에서도 이렇게 멋있는 전경을 볼 수 있다니 놀랍다. 이곳이 왜 북촌1경인지 이해가 갔다. 조선시대 임금들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거처했던 곳으로 광해군 때부터 270년간 정궁으로 사용됐다. 동양권의 각 궁궐들은 대부분 좌우 대칭적으로 배치돼 있지만 창덕궁은 비정형적이면서도 자연과 가장 잘 조화된 건물 배치를 자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우후죽순 솟아난 주변의 빌딩들로 그런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알 길이 없다.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북촌 2경인 원서동 골목길을 걷다보면 불교 미술관과 몇몇 공방을 지나는데 조선왕실을 돌보던 나인과 중·하인이 모여 살던 동네란다. 궁중 여인들이 빨래하던 빨래터가 골목 안에 남아 있다고. 북촌 3경에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들이 많이 모여 있다. ㅁ자형의 전통한옥을 개조하여 공방과 전시실로 꾸민 작은 박물관들도 있어서 우리 전통문화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3경에는 이국적인 유럽식 건축양식의 석조건물이 멋스러운 중앙고등학교 또한 명물이다. 주말엔 학교를 개방하니 꼭 들어가서 걸어보면 좋겠다. 눈 내린 고풍스러운 교정은 한옥마을 만큼이나 아름답다. 1919년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결사지였던 이곳 숙직실이 그대로 복원돼 있다.
가회로를 건너 돈미약국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한옥밀집지역인 가회동 31번지다. 기와지붕들이 흡사 신명난 어르신들이 어깨춤을 추는 것 같이 넘실대는 장관의 북촌 4경, 5경이 펼쳐진다. 눈이 살포시 앉은 북촌의 기와지붕이 그려낸 형과 색, 선은 그 자체가 한폭의 수묵화같은 작품이다. 처마를 서로 맞대고 빼곡하게 늘어선 예스런 한옥들 사이로 300살 먹은 노거수 회나무가 늠름하게 버티고 서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흔히 보이는 인기 있는 곳이 북촌 6경과 7경의 언덕골목길이다. 처마 끝 사이로 보이는 서울 시내 전경은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멋들어진 풍경을 선사한다. 북악을 닮은 기와지붕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는 언덕길은 이상하게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우편배달을 온 집배원 아저씨도 풍경이 되는 곳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골목이다보니 목소리를 높이거나 큰소리로 감탄하는 것은 골목에 사는 주민들께 큰 민폐를 끼치는 행위이니 꼭 예의를 갖춰야겠다. 가장 북촌다운 풍경을 찍을 수 있는 6경과 7경의 풍경은 저 멀리 남산 타워와 한옥이 어우러져서 과거와 현대를 잇는 이음여행의 절경이기도 한 곳이다. 게다가 불교 미술관, 가회 박물관, 매듭공방, 게스트 하우스 등 도심에서는 만나기 힘든 곳들이 더불어 있어 한옥마을 여행을 다채롭게 해준다.
빼곡한 한옥들의 지붕과 경복궁, 인왕산, 청와대의 조망이 좌측으로 펼쳐지는 화개1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삼청동길로 내려가는 돌층계길이 나온다. 큰 돌을 깍아 만든 계단이라 그런지 평범하고 수수한 생김새지만 수백년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머리 위로 높이 치솟은 '코리아 목욕탕' 굴뚝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보게 된다. 빨간 벽돌의 길쭉한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은 꽤 넓기 때문에 무작정 찾아가면 골목을 헤맬 수도 있다. 재동초등학교 옆의 북촌관광안내소를 찾아가면 북촌8경 지도와 함께 자세한 안내를 들을 수 있다. 전용 지도는 물론이고 북촌 1경부터 8경까지 작고 귀여운 표지판도 있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겠지만, 중간에 길을 잃어도 걱정은커녕 재미와 흥미가 더한 북촌마을 여행이었다.
○ 위치 : 3호선 전철 안국역 3번 출구 - 재동초등학교 - 북촌관광안내소 - 북촌 1경 ○ 문의 : 북촌문화센터 02-3707-83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