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찾는다

2014. 5. 9. 04:49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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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찾는다.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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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을 걷다가 길을 잃고

길을 찾느라고 허둥지둥 할 때가 있다.

아니, 그런 때가 있는 것이 아니고 부지기수다.

그 때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지만

길을 찾는 순간, 내쉬는 안도의 한숨 뒤에 따라오는 희열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지나고 보면 길을 잃음으로 인해서 얻는 것이 더 많은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지도에 길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고 뻥 뚫린 안전한 길만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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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이 말하기를, “사람에게 참선을 가르치려면 먼저 그가 깨달을 문호를 은장철벽銀墻鐵壁처럼 막아서 끊어놓고, 그로 하여금 스스로 길을 찾아 나오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말이 그렇다는 것은 알겠으나 왜 그런지는 알지 못했는데, 산에 들어가서 그것을 깨달았다.

지난해에 산에서 놀다가 길을 잃었다.

험한 골짜기로 들어가 덩굴을 휘어잡으며 산이 다하고 물이 끝난 곳에 이르러보니, 단지 흰 구름만 일어나고 있었다.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는데, 홀연히 종소리가 구름위로 들리면서 나를 이끄는 길잡이가 되었다. 힘을 다해 다시 산 성이를 넘어서니, 푸른 사원이 나타났다. 시를 지었다.

산에 올라 길을 잃음을 한탄하지 말라. 미쳐보지 못한 무수한 산을 보개 도리라. 그러므로 나쁜 길로 잘못 들어가 어려움을 두루 거친 다음에야 바른 길이 있음을 알게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참선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시문詩文과 서화書畵도 그러하다.”

조선 후기에 빼어난 그림을 그렸던 화가 조희룡趙熙龍<제화>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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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이 그렇고 글이나 모든 예술이 다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절망이나 고난,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의 시절이

새로움을 꿈꾸는 사람이나 창의 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보약이나 다름없는데도

그것을 저어하고 터부시 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너무 평온한 생활, 불편한 것을 감내하지 못하는 생활 태도

관습, 편리한 생활에 길들여진 탓이다.

결국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러한 절망의 세월을 견디어 낼 줄 알고

과감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그러한 조건 속으로 뛰어 들 수 있는 것이다.

길은 여러 갈래다. 그 중 어떤 길을 가건,

결국 그 자신의 운명을 사는 것은 마찬가지다.

얼마나 더 많은 세상의 풍파를 맛보며 사느냐,

아님 평온한 나날 속에서 일상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사느냐는

저마다에게 달려 있는 것이리라.

행복도 불행도 마찬가지, 저마다의 잣대가 다른 것처럼

저마다의 의지와 뜻대로 산다면 다 넘어가고 넘어갈 것이지만

누군가를, 아니 무언가에 의지하다가 보면

내 삶과는 무관한 상태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런지,

하여간 누가 뭐래도 나는 길은 잃을수록 좋다.“ 는 말이 너무 좋다.

길을 잃고 또 잃다가 보면 어느 날 문득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내 눈앞에 무지개처럼 나타나지 않을까?

갑오년 오월 초여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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