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저녁에

2014. 5. 13. 15:40참고


 
하루가 이미 추억이 되어 버린 저녁에

하루가 이미 추억이 되어 버린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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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녁이다.

비바람 불던 어제 저녁 같은 저녁이 아니고

바람 한 점 없는,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저녁,

이런 때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 갈 수 있다.

내가 나를 만나기 가장 좋은 시간인 저녁,

이렇듯 번잡하지도 않고, 조용함이 온 천지를 주관하는 그런 시간이

바로 글이 써지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작가들이

밤에 대해 이런 저런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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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심오한 깊이를 지닌 저녁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저녁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저녁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저녁들은 내면적으로 우리의 정신을 가장 풍요롭게 촉진시키는 저녁이면서도, 우리들의 맑은 정신을 가장 많이 빼앗아가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거기에서 빠져 나오자면 창조하는 길 이외에는 출구가 없습니다.”

릴케가 리자 하이제 부인에게 쓴 편지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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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한가해서 나만의 사색의 바다에 깊이 침잠할 것 같지만

오히려 마음이 더 산란해져 아무것도 정돈되지 않는 시간이기도 한 저녁,

그 시간을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는 어떻게 정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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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원을, 황금의 격자 울타리가 있는 정원을 잊지 말라! 또는 하루가 이미 추억이 되어 버린 저녁 무렵, 물위를 흐르는 음악 같은 사람이 그대들의 주위에 있도록 하라. 멋진 고독을, 어떤 의미에서 스스로에게 여전히 잘 사는 권리를 부여하는 자유롭고 변덕스러우며 경쾌한 고독을 선택하라.“

<자유정신>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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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보면 금세 하루가 다 가고 하루가 추억이 되어버린 시간에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는 길손,

그래서 루이 아라공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아름다운 저녁, 미래가 과거라 불리는 그때

우리는 우리의 젊은 시절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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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잠이 자꾸 달아나는

한 밤 중에 나는 이리저리 방안을 배회하고 있는데,

갑오년 오월 열사흘----사단법인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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