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3. 15:55ㆍ둘레길
일시-2014년11월23일
장소-매봉산~월드컵 공원
코스-월드컵 경기장 1번 출구(09:30)-매봉산-하늘공원-노을공원(12:00)
-난지 한강 공원-평화의 공원-마포 농수산에서 귀가(14:00)
開門多落葉,겨울이 문밖에서 기다리는 십일월도 한주만 남겨둔채
뿌연 안개를 뚫고 월드컵 경기장을 품고 있는 매봉산 자락을 걸쳐
월드컵 공원을 걸었다.
매봉산은
산위에서 매사냥을 했던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해발 100m 정도 나지막한 곳이라 산책하기 좋은 산이다
이곳에 1976년에 세운 서울의 유일한 석유 비축기지가 있었는데
2002년 서울 월드컵을 위해 경기도 용인으로 이전하였다
현재 이곳에는 유류 저장용 탱크5기와 유류 출하대 1기등이 남아있고
방호벽은 산책로 조성을 위해 철거 하였다.
"초겨울 저녁 창가 가까이에서 영혼 없는 모든 소리를 비로드 커텐처럼
삼켜버린 그 어둠의 회색 안개의 적막을 사랑한다."는 니체는 아니어도
우중충한 십일월 하루는 FC 서울과 성남 FC의 축구시합이 있다는
빨간 선전문구외에는 아파트도 회색
마포나루에 드나들던 황포돛대 모양의 경기장 지붕도 회색, 하늘도 회색
어느새 회색빛이 친근해져 안개낀 서울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북미 평원을 주름잡던 아라파오 인디언들은 십일월은
"모든것이 사라진것은 아닌달"이라고 말했다.
가을축제가 사라진 차디찬 십일월이 지난했던 한해를 반성하는
가장 좋은 날들일게다
알록달록 나무잎들이 작은 실바람에도 한잎 두잎 흩날리던 낙엽되어
바람 따라 떠다니다 지 맘에 드는 길바닥에
드러누워 쓸쓸히 떠날때를 기다리는데
매봉산에는 아직 가을이 남아 있었다.
월드컵 공원은
평화의 공원,하늘 공원,노을 공원,난지천 공원,난지 한강 공원
다섯개의 공원을 합한 공원으로 2002년 월드컵과 새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서쪽에 위치한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안정화 하면서 3,471,090㎡면적으로 조성된 대규모
환경 생태공원이다.
원래 蘭芝島는
망원정 부근에서 한강과 갈라진 난지 샛강이 행주산성쪽에서
다시 본류와 합쳐지면서 생긴섬이었다
한강 하류 삼각주로 편마암 지대인 난지도에는
자연스러운 모양의 제방이 있어서 조선말까지 놀잇배가
정박하던 곳으로도 이용되었었다
옛 선조등은 나라의 정사가 잘되는지 알려면
난지도에 핀 꽃들을 보면 된다고 했단다
깨끗하고 맑은 芝蘭之交만한 우정도 없다더만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 그리고 잔디가 가득한
아름다운 섬이었다
조선후기 대표적인 지리서인 '택리지'에는 난지도가
좋은 풍수조건을 가진땅 이라고 적혀있다
1978년 쓰레기를 매립하기전에는 땅콩과 수수를 재배하는
밭이있던 평지로 땅이 낮아 홍수로 집이 물에 잠기는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소풍 장소와 테이트 코스로
사랑받던곳 이었다
잠실 장안동 상계동의 쓰레기 매립지가 가득차자
난지도를 선택한 서울시는 1978년부터 서울 시민이 버린
쓰레기를 묻는 장소였다
경제 개발과 풍요로운 삶에 비례하여 느는 쓰레기는
거대한 두개의 산을 만들었다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쓰레기 냄새를 맡으며
서울로 들어와 쓰레기 악취 파리가 많다며
난지도를 한때 三多島라 불렀었다
1993년까지 15년간 매립지 역활을 다하여 거대한 쓰레기산은
매립지 주변 샛강과 한강 둔치 위에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공원을 만들었다
월드컵 경기장과 상암 신도시에 쓸 냉난방 에너지를
열병합 발전소에서 메탄가스를 태워 만든다
썩어가는 냄새가 진동했던 쓰레기 산은 위대한 자연의 힘으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중이다
맹꽁이와 촉새 뻐꾸기 황조롱이등이 서식하는 공원은
여름철새와 겨울철새가 찾아오고 서울 시민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가을이면 하늘공원에 심어진 억새가 가을 햇살에
황금빛으로 때론 하얀빛으로 눈부신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 단풍을 화려한 불꽃놀이라면 가을 억새는 은하수에
만발한 별꽃놀이일게다
억새를
다른말로 새 또는 으악새라고도 부른다
아아~ 으악새 슬피운다에 으악새가 새 이름이 아니라
가을 정취를 대변하는 억새를 가리키는 말이다
구월말께 자주색꽃을 피워 시간이 흐르면서 갈색으로
다시 은색으로 나중에는 하얀색으로 변한다
해가 짧은 가을 해가 뜨고 질때는 황금색이었다
가을 하늘 투명한 한낮에는 하얀 솜털로 나부끼는
가을 억새는 개화기는 9월과 10월이며
10월중순에서 11월초까지 가장 아름답다
억세게 사는것이 억새의 운명인지 모르지만
대부분 저절로 논밭의 가장자리나 야산의 비탈길과
화전민이 불태운 산등성이같은 볼품 없는곳에 많이 자란다
메마른 땅에 뿌리를 박고 줄기는 곧추 서서 자란다
뿌리는 약재로도 쓰이고 줄기와 잎은 지붕위에 얹거나
가축 사료로 쓰인다
산억새와 물억새가 있는데 산억새는 마디가 굵고
잎의 양끝에 칼날 같은 가시가 있어 베일수도 있고
물억새는 짧고 가늘어 여성적이다.
궁예가 왕건에게 패한뒤 군대를 해산하고
이산자락에 들어와 서럽게 울었다하여 붙은
우리말로 울음산인 포천의 명성산과
산머리가 민둥민둥 헐벗은 정선의 민둥산,
그리고 조선시대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왔고
한국전쟁 직후 빨치산이 활동 했던곳으로
지형이 유럽 알프스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부르게된
영남 알프스가 억새산으로 유명하다
갈대는
색깔이 거무튀튀하고 동물털 비스무리하게 생겼다
1m의 견고한 뿌리를 가져 뿌리채 흔들리는일이 없다
그래서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 하는지 모르지만
다른 식물보다 이산화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12배나 되어
사람들 머리를 식혀 준단다.
성질나서 머리통에 열불나면 갈대밭으로 달려가 엉엉 울든지
아님 미친듯이 웃든지,갈대밭 산책이 머리 식히는 약이란다.
갈대는 물가에 억새는 야산에 많다지만 야산과 물가에서도
둘다 만날수있다
단어만 들으면 억세게 들리는 억새가 밉고 하늘하늘 갈대가
이쁠거 같지만 실제는 억새가 더 이쁘다.
억새나 갈대나 한송이보다는 무리지어 일렁거릴때
눈이 부시다
서걱거리는 억새숲의 추수가 끝나갈 즈음이라
하늘공원은 더 황량했다.
분화구를 가진 웅장한 화산의 형태를 조형화한
하늘을 품은 그릇만이 큰 덩치로 덩그러이 서있을 뿐이다
산과 하늘문을 열어 하늘과 소통할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철제 조형물은
축구공을 반쪽 자른듯, 커다란 항아리인듯 보인다
본디 인간의 자성은 하늘을 닮아
하늘이 하늘이고 땅이 하늘이며
곧 사람이 또한 하늘이다.
'다크 나이트'나 '인셉션'같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은 믿고 보는 영화지만
웜홀을 통해서 인간이 살수있는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난
시공간을 초월한 상상력의 '인터 스텔라'의 항성간 여행은
십일월의 뿌연 안개만큼이나 답답한 현실을 떠나고픈
심정이 엿보였다
두시간 사십분의 긴시간동안 스크린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같은 과학은 몰라도
억새밭에 서있는 하늘을 담아내는 그릇처럼
우주의 만물을 담아내는 눈을 가질수만 있다면
마음이 풍요로워질것이다.
남산이고 한강이고 경치좋은 전망대에는 어김없이 달려있는
자물쇠들이 보였다
쇳대 채우고 녹슨 쇳대 주인들 사랑하며 살고있는지
상술 놀음 이제 그만 매달았음 좋겠지만
설마 늙은이는 아닐테고 혈기왕성한 젊은애들 사랑놀이가
유행을 타는 모양이다
억새꽃 피워낸 하늘공원을 돌고 돌아
서울시에서 해질녘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노을 공원으로 향했다
오색 단풍이 사라진 노을 공원도 슬쓸하기는 매 한가지이다.
노을 공원은
2008년 서울시는 그동안 골프장으로 사용했던 노을 공원을
생태 공원의 기능을 갖춘 가족 공원으로 재개장하였다
공원안에 파크 골프장과 예술 조각 작품이 서 있는 넓은 잔디의
조각 공원이 시원스럽다
가을을 버린 초겨울 한강물을 배경으로 인증사진 한컷동안
낮잠 자는 시간이기로서니 잠시 잠깐 서서 눈을 감았다.
뿌연 운무속에 갇힌 강물과 강물 너머처럼 사라져 버릴지 몰라
정신줄 잡고 따라 걸어야 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 나오는 구절처럼
증발해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억상실이나 치매도 정신줄이 문제는 문제다
자유로를 쌩쌩 지나는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를 피해
난지한강 공원으로 나왔다
난지 한강 공원은
야구장과 요트장,자전거 도로와 여름 물놀이장 그리고
바베큐를 즐기며 야영할수 있는 캠핑장시설이 있다
없는거 빼고 다 있는 놀이시설에서 놀기는 그만이다
돈없고 시간없고 젤로 할줄 모르고 또 체력 딸린 나는
지나 다니다 구경만했다.
야구는 한번 했다하면 서너시간씩 걸려 보는것만도
긴박하고 날쎈 축구보다는 지루하고
요트는 물위를 가르는 폼이 멋져 한번 타보고 싶긴 해도
행여 물에 빠져 죽을까봐 겁나, 차라리 구름위에 둥둥 떠서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뱅기보다 못하다.
물에 빠져 죽거나 떨어져 죽거나 죽기는 마찬가지래도
하늘 가까이 붕하고 오르는 꼬스운맛이 있는
뱅기가 낫겠다
자전거는 아무리 타려고 바뀌를 구르며 애를 써도 짝 궁둥이인가
자꾸만 넘어지고 마는퉁에 파스값이 더나가
세발 달린 자전거나 타야겠고,
물놀이는 동해바다에서 도너스같은 검정보트에 두둥실 떠서
이맛에 물놀이를 하는가, 생각도 잠시 거센 파도에
뒤집혀 죽을뻔 했던 기억땜에 무서워 못하고,
야영은 맑은공기 아래 바베큐나 구워먹고 집에오면 몰라도
편안하고 멀쩡한 침대 나두고 등짝 쑤신 고생을 왜 사서하는지
알수가 없다
그래도 젊은 한때는 홍천강변에서 텐트치고
석유버너로 밥해먹던 시절이 있었으니
나이 먹은티를 내고 있는셈이다
할줄 아는게 그렇게도 없다는것을 아는것을 알뿐이니
이제 그냥 걷기만 한다
잔잔한 한강물옆 갈대와 억새숲 사이길을 걷고 또 걸어
자유로위에 구름다리를 건너 평화의 공원으로 들어섰다.
평화의 공원은
월드컵 공원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기도 한 공원으로
상호 공존과 공생하여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열린 광장이다
유니세프 광장과 난지 연못 피크닉장 특히 월드컵 전시관 1층에
난지도 이야기가 있다.
산업화로 인해 쓰레기가 뒤덮여 병들어갔던 난지도 역사와
쓰레기 문제에 대한 반성과 교육의장으로 이용된다.
공원화된 이후 생태계가 재생되어가는 난지도를
한눈에 볼수 있다.
가볍게 여기며 따라나선 공원 산책길은
오금 저린 벼랑길은 없어도 산넘고 물건너
두 다리가 뻑쩍지근 하도록 걸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고행의 길인 산티아고의 길만이
길은 아니다.
고달프고 혼란한 삶의 무게가 무거울때나
기쁨이 넘쳐 깃털처럼 몸과맘이 가벼울때
운동화끈 조이고 가까운 산책길에 나설때
길은 비로소 보인다
한 남자 큰 뒤통수만 바라보고 걸어 댕기다
희미한 안개속에 묻힌 육십갑자 넘어선 십여명의
큰 뒤통수를 바라보며 원없이 걸었던 십일월 하루가
추억으로 남는다
가을은 떠나고
온몸 다 바쳐 피어낸 억새꽃
초 겨울 바람이 떨어 뜨렸다.
뽑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가슴으로 등으로 기대서서
고단했던 축제의 향연이 끝났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놀라
꽃잎 떨궈내고 남은 쓸쓸한 가지
가을은 하얗게 멀어져 간다
잔물결에 희미한 햇살 하나 띄운
겨울로 가는 안개낀 한강물만
유유히 흐른다
2014년11월25일 씀
글-李 貞
사진-無 想
참고-월드컵 공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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