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8. 15:38ㆍ백두대간
일시-2015년1월28일 화요일 눈발 조금 내림
장소-백두대간 소황병산 구간 남진
코스-진고개(960m)-노인봉 삼거리-노인봉(1338m)-노인봉 대피소-소황병산
-계곡물-매봉(1163m)-동해 전망대(1140m)-삼양목장쉼터
백두대간 코스14.95km+접속구간 4.8km 총 19.75km를 8시간 걸림
지지난주에 이어진 백두대간 코스에 참여차 새벽잠을 떨치고
일어났다.
전날 끓여놓은 닭죽을 먹고 아침 점심 저녁 세끼 닭죽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양재 사당 죽전 세군데중 사당역에서 등산객을 태우는 차를 타기위해
부랴부랴 버스에 올랐건만 과민성 대장을 가진 남편은 배가 아프다고
세정류장을 못가서 그만 내리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두달간 유럽여행 중에도 부지불식간에 일어날일이 걱정되어
똥값으로 동전을 따로 들고 다닐 정도였으니 지하철이며 주유소에
그것도 공짜로 이용할수 있는 화장실 천국인 우리나라가
남편에겐 제일인거 같다
양재역에서 커다란 베낭을 메고 보따리 한두개를 더들고 기다리는 산우들을 만나
빨간 산악버스에 올라탔다.
베낭 무게가 가벼워야 발 빠른 산우들 꽁무니라도 따라갈수 있다길래
달랑 베낭 하나 메고 왔건만 긴긴 백두대간길을 걷는게 이골이 난 산우들은
하루분 양식과 갈아입을 여별옷에 심지어 버스안에서 끼고 잘 목베게까지
들고 다녔다.
어둠이채 가시기전 쌩하니 서울를 빠져나온 차량은
고속도로를 시원스레 달려 어디쯤 지나는 풍경인지 스쳐 지나가도 모르게
무지개빛 조명등이 꺼진 버스속에서 나는 새벽녘 설잠으로
비몽사몽 하여 오늘 아침 새벽에 일어났던 일들이 의식의 저 건너편에
오래전 일인양 긴장과 흥분과 함께 혼란스럽다.
휴계소에 내리라는 방송이 들리고 찬바람이 훅 밀려오는 버스에서
내린 나는 벌써 아침으로 죽을 먹고 있다
산행을 떠나기전 짐을 꾸려야 하고 익숙치 않은 차에 타야 하고
처음 밟을 낯설은 길의 기대과 닥치지 않는 날씨까지 신경쓰다 보면
시작도 하기전에 행복감보다 피로감이 몰아온다
저번보다는 힘차게 걸어가야 할텐데 하면서 나는 벌써
들머리인 진고개 휴계소에서 화장실을 다녀온뒤
아이젠과 스피치를 다리에 감고 썬그라스로 눈을 가린채
베낭을 메고 서서 오대산 국립공원 푯말 앞에서서 포즈를 취하고
서 있다.
진고개 휴계실에서 언덕배기와 밭두렁을 지나
가파른 계단길로 3.6km를 올라가면 노인봉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좀 더 올라가면 1338m의 노인봉 봉우리가 나온다
노인봉은
옛날 심마니가 산삼을 캐러 왓다 선잠 꿈에 머리가 흰 노인이 나타나
산삼있는곳을 일러 주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노인봉 동북쪽으로는
이십오리가 넘는 구절양장에 폭포와 소 암반이 절경을 이뤄 금강산에 필적한다는
청학동 소금강 게곡이 길게 이어진다
소금강 계곡은 맑은 물과 기암계곡이 아름다워 1970년에 명승지 제1호로
지정 되었다
황병산을 중심으로 우측은 노인봉 좌측은 매봉이 자리한 소금강은
학이 날개를 편듯한 형국이라 해서 청학산 이라고도 불린다
소금강은 율곡 이이(1536~1584)와 인연이 깊다.
1569년(선조2년) 외할머니 병간호를 위해 관직을 그만두고
강릉에 와서 1년간 머물때 오대산 일원을 둘러보고'유청학산기'를 남겼다
소금강이란 이름도 당시 율곡이 지은것인데
소금강의 금강사 앞 영춘대엔 율곡이 직접 썼다는'소금강'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다시 0.3km를 내려와 대피소 옆 화장실을 우측에 끼고 막아놓은
비법정 탐방로도로 들어서야 백두대간길이 이어진다.
바람만 피할수 있는 양지바른 곳이 나오면 점심을 먹고
다시 따라 가야 하는 바쁜 산행이다.
쌓인 눈위에 간이의자는 자꾸 빠지고 장갑낀 손가락은 얼어붙으려고 하고
잠시만 쉬어도 추위가 매섭게 몰아치는 고행길에 왜 따라나서
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 쌓인 눈을 털어내며 다시 걸어야 했다
황병산(1407m)은 길다랗게 생긴산으로 대간길이 아니다
소황병산(1328m)는 목초지에 밋밋한 봉우리 벌판에 표지판 하나만 있다.
소황병산 정상은 산이면서 평퍼짐한 들판이다
푸른 초원대신 앞에도 뒤도 온통 하얀 설국이다.
눈덮힌 하얀 부드러운 능선에 소나무 몇그루가 푸르름을 간직한채
외롭게 서 있었다.
강원도 영동지방에 폭설 일기예보는 틀리지 않았다
눈발은 하나둘 내리고 나는 하얀 눈가루를 뒤집어쓴채 가도 가도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거닐고 있었다
산행시간이 이미 다섯시간을 지나 두 다리는 무겁다.
매봉(1173m)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고 계속해서 전화벨 소리와
이곳은 등산객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고 방송되어지는 철조망을 건너려니
초록불에 길건너고 빨간불에 서서 기다리던 말 잘듣던 내가 할짓이 아니구나
하면서도 금세 누가 튀어나와 잡혀갈까봐 풀린 다리심을 바짝 긴장해서
도망쳐 뒤따라갔다
곤신봉과 매봉에 이르는 서쪽 지역은 남한강 상류가 되는 송천이 시작되는 곳으로
지형학적으로 대관령중에서도 고위 평탄면에 속하는 산악지중에서 경사가 완만한
저평지를 이룬다
동해 전망대인 바람의 언덕은 (1140m)에서는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 촬영지 였단다
사진과 구름위에서 내려다본 작은 팔랑개비가 직접 가까이 눈앞에 보니
거만한 포즈로 유유히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풍차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2리의 삼양목장을 지나갔다
해발 850~1400m의 높은 지대에 여의도의 7.5배이고 남한 면적의 5000분의1인
동양최대의 600만평의 초지로 개간된 목장에도 허허벌판 하얀 눈밭이다
우사로 들어간 육우와 한우가 무려 900두란다.
지칠대로 지친 몸은 동해 전망대에서 4.8m를 더 걸어 무려 8시간 산행을 마치고 나니
삼양목장 쉼터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산악버스가 너무 반가웠다.
도시에서는 이제 초저녁인걸 산중의 어둠은 이미 짙어졌다
얼었다 녹았다 흘린땀은 빠르게 식어 추위와 허기가 몰아온다.
고속도로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휴계소에 내리자 마자
나는 위속에 고인 음식물을 모두 토해내고
저음의 자동차 엔진소리를 들으며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빨리 서울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린 하루였다.
걷는것은 어떻게든 하겠고만 집으로 돌아오는길이 고역이라
깔깔대고 먹고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한참이나 부족한 내 체력이 미웠다.
눈밭에서
푸르디 푸른 소나무 한그루
소황병산 허허벌판 눈밭에 서 있네
함박눈 쏟아지는 대간길 길목에서
눈에 젖은 솔잎 오돌오돌 떨고 있네.
굽이굽이 돌아가는 대간길 능선에서
새하얀 그리움으로 오던길 잊으라 하네.
2015년 1월 하순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