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6. 15:16ㆍ나의시
북한산의 가을
그대여,
비 보내고 바람 맞으며 단풍길 걸어본 적 있나요?
가을 향기 흐르던 날,
빗물 자욱 남긴 뒤틀린 산길을
빗물 무늬 부서질까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쏟아지는 태양이 그리운 날,
당단풍 노란단풍 불타는 산길을
단풍 울음 쏟아질까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파란 하늘이 보고픈 날,
낙엽 바스러지는 산길을
낙엽 소리 사라질까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재촉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 계절은 어느새 만추
화려한 꽃보다 붉은감 매달린 감나무를 바라보면
가끔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는 소리 들려
한 줌 바람에도 후두둑 떨어지는 가랑잎처럼
가을 끝이 허무하게 흩어질때면
한줄의 참회록을 기록해도 좋을
계절입니다.
세월의 무게가 머문 산 자락을
돌고돌아 내려와 뒤돌아보니
북한산 봉우리들이 두루두루 붉게 띠를 이뤄
늦가을 자유를 헤엄치고 있습니다
어제의 영화가 오늘은 덧없는 슬픔을 안고
알록달록 물들인 옷을 벗고 수척해지는
한양의 북쪽 삼각산이 눈부신 이별을
준비 합니다
내가 고요하면 세상이 고요 하고
내가 바쁘면 세상이 바쁘거늘
사색의 고독없이 살아온 날들이
불타는 단풍앞에서 우주의 눈을 뜹니다
탐욕에 눈멀어 구린내 풍기는 노년만 아니면
출세에 얄팍하여 비린내 나는 청춘보다는
봉글봉글 피어오른 영롱한 황혼의 붉은 열기가
온 산을 불태울수 있는 늙어가는 미래가
진정한 인생입니다
구름같이 모였다 안개처럼 사라지는 인생길에
장엄한 화강암 봉우리는 영원합니다
가는 비에 울고 오는 바람에 웃을수 있는
가을이 떠나는 길목에서 가을 사랑을
만납니다
그대 발자국 찍힌 낙엽길을 걷노라니
왜 자꾸 낙엽은 낮은곳으로 떨어져
떠나는 가을 배웅길에 슬픔이
내려 앉습니다
아련한 가을 추억이
그리움으로 깊어만 가는데
그대여,
비 보내고 바람 맞으며 낙엽길 밟아본 적 있나요?
2014년11월4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