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0차

2015. 2. 25. 15:08백두대간

 

 

 

일시-2015년2월24일 화요일 바람없이 맑음

장소-백두대간길 고루포기산 구간 남진

코스-대관령(845m)-삼거리(산불감시 초소)-헬기장-능경봉(1123.1m)

      -행운의 돌탑-제2쉼터-대관령 전망대-오목길 갈림길-고루포기산(1238.8m)

      -왕산 제2쉼터-왕산제1쉼터-맹덕목장후문-목장 진입도로-대간숲길-닭목령(680m)

백두대간14.3km+접속구간 0km= 6시간

 

 

 

 

 

 

 

겨울같지 않은 추위의 설 명절을 무사히 보내고 나니

정해놓은 날짜는 꼬박꼬박 잘도 지나 백두대간길 남진길 가는날이

또 찾아왔다.

오늘 일정은 전번에 날아갈듯 불어닥친 바람의 대관령 휴계소에서

시작이다.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인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루는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을 찍고 걷는 코스이다

 

삶은 토종닭을 전날밤에 먹고 남은 국물과 고기를 발라낸 뼈다귀를

다시 삶아낸 물로 끓인 닭죽에 간간한 소금으로 간을 하여

오늘도 아침 점심 저녁 보온통에 죽을 싸들고

나섰다.

몇번의 새벽 외출 긴장이 익숙해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나서는 순간 잠에서 깨어나면서 

먹은 두유가 말썽인지 배가 살살 틀어뺀다.

보름전에는 남편배가 과민하게 움직여 애를 먹이더니

차디찬 우유에도 끄덕없던 내 장이 갑자기 요동치는건

처음이다.

새벽부터 공용 화장실에서 설사를 다하고

백두대간팀 따라 다닌다고 별의별 경험을 다하고 있다.

집에서 산악버스 탑승지인 양재역까지는 한시간여 시간이 걸리는데

초조한 심정과 함께 두번의 화장실 출입으로

버스 출발 오분전에 탑승을 완료하여 서울을 빠져

경기 강원도로 가는 내내 편안한 고양이 목베게 인형을 끼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여 문막 휴계소에 들러 아침을 먹었다.

나는 닭죽을 남편은 쑥 찰떡을 먹는데 새벽에도 닭죽을 먹고 나와

슬슬 닭똥 냄새도 나는거 같고 이제 닭죽이 질력이 날 때가 되었나보다.

휴계소에 세워둔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객들 차량의 유리창에

튕겨진 막바지 겨울 햇살이 눈동자 위 아래를 가볍게 찔러

심심산천에 불어오는 봄이 가까이 있음이 직감된다.

산행 들머리인 대관령 휴계소에다 대간길 일행을 풀어놓은

묵직한 빨강버스를 뒤로하고 거대한 동상처럼 우뚝선 영동고속도로 개통비에 올라

아이젠을 끼면 산행은 시작된다.

 

대관령 우측으로는 우왕이 쫓겨와 머물던 제왕산(841m)이 있는데

백두대간길은 제왕산을 비켜 능경봉으로 향해야 한다.

고려말 우왕(1364-1389)은 공민왕이 신돈의 시녀인 반야에서 얻은 아들로서

1371년(공민왕20년) 신돈이 처형된 다음 궁에 들어 갔다가

1374년 공민왕이 세상을 뜨자 10세에 즉위했다

우왕은 사냥과 음주가무등 방탕한 생활로 신망을 잃고

1388년 공민왕의 핏줄이 아니고 신돈의 자식이라는 이성계 주장에 몰려서

왕위에서 쫓겨난다

강화에 유배 되었다가 강릉으로 옮겨져 1389년 아들 창왕과 함께

이성계에 의해 살해 되었다

강릉시 명주군 왕산면 왕산촌이 우왕이 갇혀 살았던 지역이라 하여

왕산이란 이름이 생겼다 한다

왕산은 현제의 제왕산이 있는곳으로 당시에 쌓았다는

제왕산성이 남아 있다.

백두의 남진은 우왕의 유배지를 왼쪽에 끼고 걸어가는데

잎새없는 고목사이로 흐르는 갇힌 우왕의 슬픈 숨결을 느낄 겨를도 없이 

앞에 가던 일행이 보일락 말락 사라질까 두려워

고개들어 하늘과 주변 풍광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능경봉 봉우리까지는 계속 오르막 코스이다.

날 다람쥐처럼 잽싸게 올라가는 발빠른 대간길 일행을 정신없이 쫓다보니

오른쪽 횡격막속으로 통증이 밀려온다.

 

숨 고른다고 쉬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여 능경봉(1123m)의 정상석을 찍고

내려오는 길목에 행운의 돌탑이라는 작은 돌탑이 놓여있다

길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고개 마루를 넘나들던

나그네들이 하나둘 올려진게 지금이 탑으로 형성 되어진 모양이다.

순탄한 무사고 산행을 위해 나도 한개 올려놓고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하니

샘터 갈림길이 나온다

다시 왕산골 갈림길을 지나면 대관령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니 연초부터 한달에 두번씩 걸어온 소황병산을 지나

대관령 선자령 구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돌이 대관령 팔랑개비를 올겨울 원없이 구경하고

오목길 갈림길에 도착하니 벌써 시간은 점심때가 되었다.

앞서 가던 일행은 여기저기 양지 바른곳에 앉아 펼쳐놓고 점심식사를 하는데

코앞에 놓인 고루포기산 정상을 바라보니 가파른 오르막이다.

안그래도 발도 무거운데 배까지 무거우면 무척 힘이 들거 같아

점심은 정상을 밟은뒤로 미루고 올랐다

고루포기산(1238m)은'고루포기'란 순수 우리말로 '머릿골'의 속어인

'골패기'의 표준음이란다

또 고로쇠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 이란 설도 있다.

겨울 눈산행으로 유명한 고루포기산에는 음지에 남아있는 눈길과

양지에 녹은 눈으로 진흙뻘이 된길을 걸어야 했다

고루포기산 서쪽으로는 평창군 도암면으로 우리나라 대설지역으로

용평스키장이 있다.

수십년전까지만 해도 하얀눈이 지붕 처마까지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집과 집에 연결해놓은 줄을 돌려 만든 눈굴로 드나들었다 한다

문밖 출입시에는 설피를 신고 다니고 또 사형 썰매를 타고 황병산으로

사냥을 나갔다 한다

 

고루포기산에는 소박하게 앉아 있는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조금 더 걸은후 점심식사를 거의 마쳐가는

선두그룹을 만날수 있었다.

앉아 쉬는것은 점심식사때 처음이라 편안한 자세로 점심을 간단히 먹고

다시 걷기를 계속하는데,서로의 몸이 하나되어 자라는 연리지 나무와

높은 참나무 가지위에 자란 겨우살이도 있건만

앞서가는 선두는 이런저런 풍경을 감상이나 하면서 걷는지

어느새 선두그룹은 보이지 않는다

고루포기산에서 2km지나면 왕산 제2쉼터가 나오고

다시 2km를 더 걸으면 왕산 제1쉼터가 나온다.

히끗히끗 남아있는 백두의 산 능선과 달리 고랭지 채소밭은

온통 흰눈으로 덮여 있었다

현대판 화전이라고 일컫는 고랭지 채소밭은 비가 내린후에

농약과 토사 그리고 퇴비가 섞인 흙탕물로 하천의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단다.

여기서 0.5km를 지나 맹덕목장 후문에서 가파른 내리막으로

해발 955.6m봉에 내려와 목장 진입도로를 거쳐 오늘의 날머리인

닭목령에 이르게 된다

닭목령이란 풍수가들은 이곳의 형상을 금계포란형의 길지로 보았고

이 부근이 닭의 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닭목이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오히려 살풍이 불고 산인 보호사(산)가 없어 음지가 되어 음기를 다스리고자

산신각이난 돌담 나무 흙 장승등을 이용하는법을 '비보풍수'라 하는데

닭목령에도 돌담이 쳐진곳에 산신각과 장승이 세워져 있었다

이제는 산넘고 넘어 산 꼭대기 능선길 바닥에서 허기진배를 채우고

떨어진 당을 보충 하는것이라 밥이라 할것도 없이 끼니를 때우고

언감생신 나물깨러 다니던 가시나적 일때나 해봤던

나무 귀퉁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 누는것도 익숙 해질락 하고 있다.

그러니 사람이란 동물이 얼마나 적응력이 뛰어난지 알수있다

포근하고 맑은날씨로 십킬로가 넘는 대간길은 숨은 좀 찼지만

쉽게 걸을수 있었다.

다음 구간은 화란봉을 찍고 석두봉을 거쳐 삽당령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강원도 왕산골에서

 

차가운 백설의 잔가지 끝에 달린 겨울과

질퍽한 땅에 몸부림 치는 봄이

이별하는 소리가 들린다

심심산골 적막한 왕산골 골짜기

산 짐승도 얼어붙은 왕산골 골짜기

겨울 떠날 채비하느라 분주하다

 

2015년 2월 하순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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