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5차

2015. 11. 3. 11:47백두대간

 

 

일시-2015년11월10일 화요일 흐림

장소-백두대간 소백산 구간 남진

코스-좌석리-고치령-마당치-늦은맥이재-상월봉-국망봉-비로봉-비로사-삼가 매표소

백두대간길 14.0km+접속구간10.5km-트럭4.7km=19.8km 7시간30분걸림

 

 

 

 

서울을 빠져나오는 내내 어두컴컴하던 하늘이 오늘의 들머리인 좌석리에 도착하자 

침침한 구름을 밀어내어 파랗게 변하고 약간 써늘한 바람마저도 상큼한 날씨였다

좌석리 마을에서 4.7km거리인 고치령 고개까지 동네 이장이 운전하는

삼만원 요금의 트럭만 다니는 도로인지 버스통행은 불가라고 써있었다

일행은 이십사차에 이어 두번째 트럭여행을 하게 되었다

배낭만 던져 놓고 트럭위에 함께 오르지 못한 짝꿍탓에 이산가족이 된채로

고치령(760m)에 도착했다

고치령 산령각에 들러 태백산의 단종과 소백산의 금성대군을 다시 만나

백두대간 무사 산행을 기원했다 

스틱을 조절하고 풀밭에 앉아 오줌도 누고 산행 준비를 맞췄건만

주인 없는 배낭을 놓고 갈까 망설이자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뒤돌아간 트럭이 남은 사람들을 태우고 오려면 삼십여분의 시간이 소요될거라

고치령 길거리에 배낭을 던져놓고 부지런히 앞사람을 따라 고치령 고개를 올라섰다

부드러운 가을 햇볕도 잠시 다시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하고

시야는 뿌연 안개로 가려져 구름속 산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백두대간길은 태백산의 부쇠봉(1547m)을 지나 서남쪽으로 가닥을 잡아

구룡산(1346m)도래기재를 거치면서 천미터의 고도로 낮아져

서쪽방향을 축으로 남북으로 꿈틀거리다 선달산을 넘고 고치령을 지나면서

협의의 소백산맥이 된다.

 

우리 국토의 중앙부인 소백산을 향하여 걷는 오늘의 대간길 시작은

경북 영주의 좌석리와 충북 단양군 영춘면을 잇는 고개인

760m의 고치령에서 시작한다

고도를 계속 높여 한시간여를 오르막길로 올라

1032봉 갈림길을 벗어나 마당치를 향해 걸었다

고치령에서 마당치까지는 2.7km이다

주말에 내린 비로 나뭇가지의 나뭇잎은 거의 다 떨어져 버려 나무는 옷을 벗고

응달에 깔린 젖은 낙엽은 미끌거렸다

높지 않은 기온에도 오르막에서는 몸에 열이나고 등에 땀이 뱄다.

마실물도 먹을것도 없이 옷가지만 들은 배낭을 매고 올라서서

오르다 뒤돌아보고 오르다 뒤돌아보아도 남편은 안 보인다

한참만에 이장 사모님이 하나씩 줬다는 사과를 내몫까지 두개나 챙겨

안그래도 이인분 식량으로 무거운데 더 무거워진 배낭을 매고

뒷 차로 고치령에 도착하여 같은 차를 탄 일행들을 제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와 합류 하였다.

천미터 내외를 오르락 내리락 쉼없이 걸어 산행시작 두시간여를 보내고

연화동 갈림길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였다

움직이면 덥다가도 잠깐 쉴때면 벌서 손이 시러 장갑을 껴야 된다.

 

연화봉 갈림길에서 다시 고도를 높여 경북과 충북의 경계인 산 마루금을

한시간 넘게 꾸준히 걷다보면 신선봉 갈림길인 1272봉이 나온다

신선봉 갈림길에서부터는 천삼백여미터 고도를 서남쪽으로 오르락 내리락

제1연화봉까지 이어진다

늦은맥이 고개를 지나 이온음료로 몸의 수분을 보충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국망봉까지는 일킬로여미터 오늘 최고봉인 비로봉까지는 사킬로여미터가 남았다

부드러운 낙엽아래 흙산길은 폭신폭신하여 걷기 편안하고

약간 써늘한 날씨가 오히려 산행하기에는 참 좋다

상월봉이 얼마 안남은 높은 산중은 금방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기운마저 들고

구불구불 신령스런 나무들은 습기 머문 이끼로 뒤덮혀 있었다.

상월봉(1394m)봉우리 바로 아래로 난길로 국망봉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키보다 크고 길게 늘어선 철쭉 터널을 통과하니 넓은 언덕배기의 봉우리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가슴이 탁 트이는 순간이다

오던길을 뒤돌아 보니 그동안 걸어온 백두대간길이 구름속에 희미한 모습으로 출렁거리고

희뿌연 구름들은 빠르게 지나간다

드디어 국망봉 봉우리에 섰다

국망봉(1421m)는 신라 마지막 왕인 56대 경순왕이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천년 사직과 백성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명산과 대찰을 찾아

제원군 백운면 방학리 궁뜰에 동경저라는 궁을 짓고 머물러 있었다

왕자인 마의 태자는 신라를 회복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엄동설한에도 배옷 한 벌만을 걸치고 망국의 한을 달래며

소백산으로 들어와 이곳에 올라 멀리 옛 도읍 경주를 바라보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는 연유로 국망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국망봉 동남쪽 아래에는 의상이 부석사를 보러 다닐때 초막을 짓고 수도하며

임시거처했다는 초암사와 의상이 창건한 절집인 성혈사라는 두 사찰이 있다

국망봉을 뒤로 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을 행해 걸어갔다

국망봉에서 비로봉까지는 3.1km 한시간 조금 더 걸린다.

국망봉에서 제1연화봉까지는 철쭉 군락지가 이어진다

철쭉피는 봄 철에는 장관을 이룬다는 그길을 꽃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와 누런 잡풀만이 남은 언덕배기를 바라보며 걸었다

쓸쓸한 십일월 가을날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구름 덩어리는 소백산을 삼킬듯

휘어감고 내려온다

변화무쌍한 하늘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광경이다

조선의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는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며 말에서 내려 넙죽 절을 하고

소백산이 품은 정기를 알아 보았다는데 소백이라는 이름만 생각하고

겨울 소백산을 가볍게 차려입고 올라왔다 찬바람에 얼어 죽어 시체로 내려갔다는 뉴스가

종종 들릴만큼 바람이 차기로 유명하다

눈이 많이 쌓인 지난해 이월에 비로봉에 올랐었다

어의계곡길로 오르는데 북풍바람이 어찌나 거세게 부는지

간신히 기다시피 올라 비로봉 정상석을 찍고 주목군락지를 지나

천동리로 내려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걷기를 무려 다섯시간이 지나서 비로소 서서히 부드러운 능선위로

비로봉 봉우리 올라서는 계단이 나왔다

등에 밴 땀이 싹 사라지고 써늘한 느낌이 들어 바람막이를 껴입었다

작년겨울과 비교하면 꽃길이나 다름없이 포근한데 진짜 철쭉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계단 한계단 완만한 계단을 끝으로 드디어 충북과 경북의 도계를 이루는 고산준령으로

최고봉인 비로봉에 도착했다

비로봉(1439m)정상석에는 서너명의 우리 일행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행운과 건강을 확인하는 정상석은 사람키보다 높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에 솟았네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하늘 땅이 만든 형국억척일세"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이 비로봉에서 국망봉을 지나 상월봉까지 능선을보고 읊었다

비로봉 봉우리에 서니 동북으로 국망봉에서 선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구름속에 희끗희끗 보였다 사라지고 남으로는 연화봉 도솔봉이 구름속에 갇혀있다

출발할때는 아득하기만 하던 14.0km의 오늘의 백두대간길은 여기까지이고

날씨탓인지 검푸른 빛이 도는 정상석과 작별하여 이제는 비로사를 거쳐 삼가 매표소까지

5.8km를 내려 갈일만 남았다

무릎 보호대를 바지위에 동여매고 비로봉을 내려서자 연속 이어지는 내리막 계단길이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내내 집에서부터 테이핑을 하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구름속으로 거닐다 거의 내려왔나 싶어 보니 어느새 산동네는 어둑어둑 밤이

되어 버렸다

비로사 일주문을 통과하고 화장실에 들렀다 아스팔트 도로를 십여분도 더 걸어내려와

매표소에 서서 기다리는 버스에 도달했다

정해진 시각 오후 여섯시까지 7시간 30분이나 걸은 길고길 하루가 지나가고

온 몸은 녹초가 되었다.

 

 

 

소백산에 올라

 

소백산맥 고갯길에 단풍 떨어졌다

꽃 피는 시절 다가고 꽃 떨어져 슬픈 십일월

가을 안개가 첩첩 산중 마루금을 휘어감아

구름속에 갇힌 상월봉 국망봉 비로봉 봉우리에 올라보니

휘돌아치는 바람소리 가을들풀 울음소리

가을보내고 겨울이 스며드는 소리 들린다

때론 두렵지만 자연의 신비한 힘으로

숨쉬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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