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3. 16:02ㆍ백두대간
일시-2015년11월24일 화요일 구름많음
장소-백두대간 소백산 구간 북진
코스-어의곡 주차장(440m)-비로봉(1439m)-천동 삼거리-제1 연화봉-연화봉(천문대)-제2 연화봉-죽령(689m)
백두대간 11.3km+접속구간5.1km=16.4km 6시간10분걸림
새벽안개를 뚫고 서울을 떠난 버스는 단양팔경의 하나인 도담삼봉을 스쳐 지나고
오전 열시가 되어 들머리인 율전이라고도 부르는 새밭 유원지를 지나
어의곡리에 도착했다
표지판에 비로봉까지는 5.1km 죽령까지는 16.6km로 표시되어 있었다
어의곡리에서 지난구간에 끊긴 대간길인 비로봉까지는 접속구간으로
거리상 5.1km이다
해발 440m 어의곡리에서 해발 1439m 비로봉까지 무려 천미터를 올라야 한다
몇몇 가옥과 음식점이 있는 길가를 벗어나 산 비탈에 일구워 놓은 채소밭을 지나면
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지원센터를 지나자 어젯밤에도 비가 내린듯
바닥은 촉촉하고 계곡에서 연신 물이 흘러내려 가뭄은 해갈된듯 하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온 몸에 감싸돌고 가파르진 않지만 꾸준한 오르막길로 숨은 차올라
입었던 옷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 계절이 거꾸로 가나 싶다
구름속에 갇힌 산 계곡의 나무들과 나무 아래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산길도 많이 다니면 큰길이 된다."는 맹자의 말마따나 길을 내기위해 걷는 폼새로
오직 앞사람이 걸었던 낙엽길을 따라가는데 때론 산죽밭을 때론 떨어진 솔잎위를 지나
고도를 점점 높여 천미터가 되어가자 체감 온도는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끝이 나올거 같지 않게 긴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니 마침내
구름속에서 모습을 들어내는 산마루금들이 구불구불거린다
구름은 바람따라 뭉쳐 다니고 넓은 소백산 아고산대 초지에 앉은 얼음꽃과
나무꽃인 상고대가 활짝 피어 힘들게 오른 대간꾼을 맞이한다
아고산대 초지는 아한대성 기후 특성및 소백산 지질 형성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소백산의 지층을 구성하는 대부분 화강암질 편마암이 오랫동안 수평 침식과정을 거치면서
비슷한 표고를 가지는 능선자락과 해발 고도 천삼백미터 이상 지대에 평탄한 지형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아고산 지대에 아한대성기후인 강한 바람과 낮은 기온 그리고 물의 배수가 원활하여
초본류가 주를 이루게 되었으며 꽃밭처럼 야생화가 되는 초지가 형성되었다
파르르 떠는 초지가 입은 얼음옷과 산위에 산호초라니 환상적인 장관이다
상고대는
해발 천미터 이상되는 지대에 낮은 구름이 산에 걸치면서 지나갈때
나뭇가지나 바위등 물체에 수분이 응결되면서 얼어붙는 현상이다
바람의 강약과 수분의 양에 따라 상고대 모양도 여러 형태로 달리한다
바람이 약하게 지나가면 나뭇가지는 하얀 밀가루 덧칠하듯 피어나서
마치 산호초를 보는듯한 모습이 되고 바람이 강하면 바람의 방향과 같은쪽으로
파도 모양의 상고대가 생긴다
동북에서 서남방면으로 뻗어내린 소백의 능선은 늘 북풍을 맞는다
바람이 센날에는 바람앞에 얼어 죽을때도 상고대는 실컨 구경하고 죽는다더니
오늘처럼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상고대를 구경할수 있었다
과연 소백산의 눈꽃이다
날씨가 간사한건지 내가 간사한건지 두시간여전만해도 더워서 여름인가 싶었더니
어느새 겨울되어 두꺼운 거위털을 껴입고도 머리속에 찬기운이 솔솔 들어온다
드디어 상월봉 국망봉에서 올라오는 백두대간길이 이어지는 삼거리에 다달았다
바람맞은 삼거리 표지판에도 눈꽃이 활짝 피었다
상월봉 국망봉 능선이 너울너울 이어지고 비로봉은 바로 코앞이다
낮은 계단길을 한달음에 달려가 비로봉 봉우리를 다시 만났다
계단은 나무계단위에 타이어 고무를 덧대여 폭신폭신하다
평생에 몇번 손꼽을 비로봉 봉우리를 한달에 두번이나 밟다니
십일월의 행운이다
소백산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충청북도 단양군과 경상북도 영주시와 봉화군에 걸쳐있는
우리나라 12대 명산중 하나로 1987년 12월14일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되었다
한반도 등뼈인 태백산맥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내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갈라
큰 산계를 이루는 소백산맥의 어깨격인 영주 분지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비로봉(1439)국망봉(1421)제1연화봉 제2연화봉 신선봉 도솔봉등의 많은 영봉들이 어울려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로 수려한 경관을 보여준다
온대 중부 식생을 갖는 멧돼지등 천칠백여종의 동물과 식물 천여종이 자리고 있는데
비로봉에는 수많은 야생화의 보고로 휘귀식물인 외솜다리라고 하는 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있고 봄이면 철쭉이 만개한다
제1연화봉에서부터 비로봉 사이 북서사면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최대 주목 군락지에는
평균수령 350년씩하는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의 고고한 자태는 부드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중원과 영남을 가르는 대 분수령이자 남한강 남쪽의 주요 수원인 소백산은
신라때는 국방의 최후 보루였으며 영남문화와 중원문화의 차이,사투리 차이 기후의 차이와
생태계 차이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 되고 일대는 삼국시대에는 치열한 각축장이기도 하였다
겨울에 하얀눈을 머리에 이어 소백산이라고도 불리는 소백산 광활한 능선은 희끗희끗
제대도된 겨울설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로봉 정상석상 뒷면에 쓰인 서거정의 시에도 눈꽃이 피어 있었다
겨울에는 종종 얼어죽을만치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비로봉 언덕이
오늘은 살짝살짝 부는 바람임에도 움직이지 않으면 오돌오돌 떨려 한참을 서 있을수가 없다
비로봉은 비로는 "비로자나불"의 줄임말로 몸의 빛 지혜의 빛이 법계에 두루 비치어
가득하다는 뜻이다
즉 부처의 진신을 일컫는다
소백산 봉우리들이 하나같이 부처를 향해 줄달음치는 형상이다
산 정상 꼭대기가 이렇게 우아해도 되는지 풍만한 여성의 부드러운 곡선미의 풍광을
눈과 가슴에 담으려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걸어왔던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푸른 바다속을 헤엄치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구름낀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하늘님의 조화앞에 겸손하게 돌아서서
주목 감시초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출출한 배를 채우고 이제는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을 거쳐 날머리인 죽령을 향해야 한다
찬바람의 능선을 탈출하며 썬그라스를 꺼내 끼려고하자 그만 썬그라스테가 뚝 부러진다
오스트리아 빈 베르데르궁전 구경가서 햇볕나다 비오고 바람불어 썬그라스를 가슴골에 끼고
돌아다니다가 어느결에 빠져나간지고 모르게 잃어버리고는 부다페스트에서 사서 끼고 다녔던
저렴한 헝가리산이다
등산에는 스포츠 고글이 좌외선 차단효과가 좋다는데 안그래도 뾰족한 얼굴에 스포츠 고글은
어울리지 않아 둥근알을 찾다보니 마땅치가 않다.
취미활동에도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돈 들어갈 구멍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그나마 가장 저렴하게 놀수있다는것이 등산이라고들 하지만 등산바지 하나가 십만원이 넘는것도 있으니
그것도 아닌거 같다
산꾼이 산 만 잘타고 다니면 장땡이지 패션쑈할게 뭐람 남편과 나는
있는거 빨아입고 빵구만 안나면 등산화도 줄창 신고 다닌다.
비로봉의 광활한 언저리를 벗어나 정상에서부터 팔백미터 거리인 천동삼거리에 다달았다
삼거리에서 천동계곡으로 내려가면 야영장과 유스호스텔과 천동굴과 천동 주차장이 나온다
작년 이월 계곡으로 내려가는도중 눈속에 파묻혔던 신령스런 주목들이 생생하다
1395봉 1382봉을 차례로 지나고 어느새 상고대는 녹아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1394봉인 표지판만 있는 제1연화봉에 도착하고 얼마쯤 지나 연화봉(1383m)에 다달았다
연화봉 봉우리를 내려오면 국내 최대의 우주 관측소인 국립 천문대가 나온다
1978년에 완성된 소백산 천문대는 24인치 반사 망원경과 대형 쌍안경을 갖추고 있어
천체 관측을 수행하고 있으며 각종 견학 프로그램이 있단다
천체관측탑 모양이 경주의 첨성대 모양과 흡사했다
옛부터 우리나라는 천체 관측에 관심이 많았다
신라때 첨성대를 세워 천체를 관측했으며 고려때는 서운관과
조선때에는 관상감을 두어 천문 현상을 연구해 왔다
안그래도 하루종일 구름속의 소백산이 어둑어둑 조망은 침침한데
날씨는 추워지고 체력도 간당간당 피로해지고 있어 가던길을 제촉할수밖에 없다
죽령까지는 무려7km가 남았으나 아마도 천문대 오고가는 수고로움 때문인지
내리막길은 전부 자동차가 지나 다니는 포장도로이다.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흙과 바위로 뒤덮힌 산길을 걸으며
낙엽바닥에 볼일보는 원시 자연인같은 하루가 익숙해지고 있어 그런지
미끈한 포장도로 걷는것이 발바닥은 더 뻗뻗하고 발가락도 아파온다
길거리에 위풍 당당 서 있는 백두대간 제2연화봉(1357m)을 찍었다
제2 연화봉 동쪽 아래에는 신라 선덕여왕때 창건된 희방사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 훈민정음 목판본만 잿더미속에 온전한채 발견되고
월인석보와 석보상절등은 모두 불탔다
희방계곡으로 내려가면 암벽 사이에 흐르는 희방 폭포가 나온다
국망봉에서 시작되는 죽계구곡과 희방계곡 북으로 흐르는 계곡들은
단양팔경의 시발점이 된다
빠르게 936봉을 지나고 소백산을 넘는 제일고개인 죽령(689m)으로
부지런히 발길을 제촉했다
"구름은 우울한 은자와 같이 슬픈 꿈을 아쉬워 하면서 바랜 하늘에 걸린다."고
헤르만헷세가 말한대로 빛 바랜 소백산 하늘아래 둥둥 떠다니는 구름만큼
그리움만 남긴 가을을 떠나 보내며 소백산을 내려와 드디어
죽령에 도착했다
서쪽으로는 단양팔경이 동쪽으로는 영주고을의 분지가 펼쳐지는
영남 삼대 관문중 하나로 옛 과거길 선비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죽령 고갯마루에도 잿빛 안개가 가득차서 무거운 다리만큼이나 머리도
무거웠다
구름속에 핀 꽃
물들었던 가을이 지나가는 요란한 소리
구름곁에 서서
바람앞에 나왔던 햇살 한줌 차디찬 구름이
빼았았다.
산마루 구름 언덕으로 넘치는 바람 날라와
얼얼한 뺨에 붙어
찬바람 불때 마다 파르르 떨며 죽어가는 풀잎이
겨울옷을 입었다.
잠시 들렀다 가는 오색 단풍 정거장에
내렸다 다시
바람 맞은 마지막 잎새와 나무가지에
눈꽃이 피었다.
구름위에 머문 꿈과 이상은
구름아래 그리움으로 긴그림자를 남기고
꽃으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