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4차

2016. 3. 24. 17:07백두대간



일시-2016년 3월23일 수요일 맑은뒤 흐림

장소-백두대간 조령산 구간 북진

코스-이화령(529m)-758봉-조령샘-조령산(1026m)-신선암봉-928봉-깃대봉전 삼거리(812m)-조령3관문-조령산휴양림-고사리 주차장

       백두대간8.8km +접속구간2.2km=11.0km 6시간40분걸림


     


얼었던 흙이 풀어지고 새싹이 돋았다

여기저기 남녘에서 부터 봄소식이 전해오는 춘삼월이다

장례식장 유리벽 밖으로 거리의 풍경은 완연한 봄이건만

옷을 껴입어도 몸은 떨렸다

내 몸무게보다 많아 일으킬수 없다고 일주일전 투덜댔었는데

황망하여 넋 빠진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허망한 꿈을 꾸고 일어나보니

나는 살아있고 엄마는 안치실에 누워 있었다

엄마는 늙으면서 무릎 아파 걸어다니는게 힘들다고 하셨다

힘들어 운동 안하니 심장 나빠지고 심장 안좋으니 결국은

신부전증으로 부어오른 다리 때문에 고생하시다

엄마는 그렇게 돌아가셨다

예정된 대간잇기가 삼우제날이라 빠지고 다음날 같은 구간을 걷는 팀에

합류하기로 하여  매번 먹는 마약을 세병이나 사들고 따라 나섰다


어색한 회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앞 뒤로 앉았는데

안면있는 산우덕에 우리 부부는 자리까지 양보 받았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오른 차량은 일행을 이화령 주차장에

풀어 놓았다


문경과 연풍을 잇는 해발529m의 높은곳에 이화령은 큰재로

조선 말기까지만 해도 큰 고개는 아니었다

일제때 현재 3번 국도의 모체인 신작로가 뚫리면서 통행량이 많아졌다

이 지역의 농작물 물동량이 점점 많아지자 위험한 이화령 국도의 민원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이하령 터널이 뚫리고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이화령은 관통되었다

이화령 고개에서 보이는 서쪽의 연풍마을은 단원 김홍도가 사십육세에 

연풍현감이 되었으나 매사냥을 일삼으며 사람을 동원했다는 탄핵을 받고

삼년만에 물러났던 고을이다

이화령 휴계소는 넓고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솟아오르는 백두대간이여 하나되는 국토의 혈맥이여'라고 새긴

이화령 백두대간 표지석 싯구가 어마어마하게 쓰여져 있었다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니 벌써 일행들은 계단을 오르고 있어 오늘도 따라가기가 바쁘게

생겼다

이화령에서 조령샘까지는 완만하게 오르는 코스와 대간길 능선의 가파른 오르막길 두갈래가 있어

조령샘에서 만나게 되는데 758봉을 찍는 가파른 능선길을 택하여 초반부터 등에 땀이 났다

한시간여 오르막을 올라 조령샘에 다달아 보니 샘물은 쉴새없이 흐르고 있고 물도 깨끗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샘물을 벌꺽벌꺽 들이켰다

빈병만 들고 와도 괜찮게 물맛이 좋았다

조령산 조령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썼다는

'사랑하나 풀어던진 샘물에는 바람으로 일렁이는 그대 넋두리가 한가닥 그리움으로 솟아나고

우리는 한모금 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합시다'라는 길손에게 전하는 푯말에 적힌 싯구가

마음에 닿았다.

지친 산꾼들에게 한모금의 생수는 생명수나 다름없기에 산행중 항상 물은 떨어지면 안된다

조령샘에서 조령산까지는 삼십여분이면 오른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조령산은 1026m의 높은산이다

충북과 경북에 걸쳐있는 이화령과 조령삼관문 사이에 위치하며 산림이 울창하며

암벽지대가 많이 기암괴봉과 노송이 어울어진 산이다

백명산에 속하는 조령산은 능선 서편으로는 수옥폭포와 용송골 절골등

아름다운 계곡이 이어져 있고 우리가 걸어야할 백두대간 능선길은 북쪽으로 신선암봉과

치마바위봉등 암봉과 암벽지대가 많다

조령산 정상에 오르니 인증사진 찍는 앞서간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이고 세계에서 네번째로 에베레스트 원정대장이었던

지현옥님의 추모비가 정상석에 비켜 서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던것처럼 영원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그녀의 추모비는

서원대학교 산악부에서 2012년에 설치하였다

그녀는 엄홍길 대장과 안나푸르나 등정후 하산시 실종되었다

그녀가 산악부 시절 주로 훈련했던 산이 조령산이란다.

산이 좋아 산이 되어버린 그녀가 살다간 삶도 괜찮겠다 싶다가도

산에 올랐다 떨어져 죽을까봐 암봉구간만 나오면 벌벌떠는 나는

그녀처럼 죽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신선암봉을 향해 걷는 능선길은 오르락 내리락 암봉을

걷는길이다

밧줄만 오십여개가 나오는 험악한 곳이란걸 이미 들어서 안 구간이지라

긴장을 한채 걸어도 막상 암릉 밧줄을 맞이하고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밧줄에 연이은 밧줄로 아예 스틱을 접고 팔과 다리 네발로 오르락 내리락 연속이었다

얼마나 많은 산악인들이 왔다갔는지 밧줄은 닳고 닳은거 위에 새로 맨 밧줄까지

조령산허리를 허연 밧줄로 동여맨듯 하였다

거리상으로 길지 않은 암봉구간은 많은 체력을 요구했다

테이핑한 무릎도 시끈거렸다

드디어 도착한 신선암봉 거대한 바위덩어리 위에 걸맞지 않은 작고 앙증맞은 

정상 표지석이다

939m의 신선암봉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에 위치한다

신선암봉 위에서 일행들과 서먹한 분위기도 잠시 화기애애 점심을 먹었다.

산 아래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는것은 상상도 못할일인것을

자연이 주는 선물인셈이다

한 낮이거늘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끼인듯 하늘은 흐릿하고 조망은 침침했다

맑은 하늘이면 멀리 북쪽으로 월악산과 우측으로 우뚝솟은 주흘산 조망이 시원하게 보일텐데

희끄무레한 산줄기로 부봉중 6봉과 백두대간의 산마루가 넘실댄다

백두대간 능선길 있는 신선암봉은 암벽 전문가들이 절골에서 암벽훈련장앞을 지나오르며

즐겨찾는 곳이라더니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아찔한 절벽이다

신선암봉에서 다시 암릉구간으로 내려 928봉을 찍고 마지막 절벽 위험한 오르막을 두군데를

올랐다 내려 치마바위인 깃대봉(850m)를 찍는 812m의 삼각점에 다달았다

깃대봉은 백두대간길을 벗어나 지도상에 이름은 표시되어 있지 않으나

옛날에 깃대를 꽂았다고 전해져 깃대봉으로 불린다


삼각점에서 남은 떡 한조각과 목을 축이고 일킬로 거리의 조령삼관문으로 향했다

지난번에 이어 조령삼관문에서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고사리 주차장까지 2.2km는

완만한 아스팔트 내리막이다

고사리 주차장은 주변에 고사리가 많이 나오는지 고사리 식당과 고사리 교회도 있었다

새도 날기 힘들다는 새재주변과 조령샘 주변에는 빛바랜 누런 갈대와 억새풀이 많았다.

과거 영남 유생들이 넘었던 소백산맥의 고갯길인 문경새재와 죽령 추풍령의 고개가 있는데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문경새재를 넘고자 했다

경상도 풍기와 충청도 단양을 잇는 죽령은 산새가 험해 죽죽 미끌어졌다 하고

경상도 김천과 충청도 영동을 잇는 추풍령은 추풍 낙엽처럼 떨어졌다고 하고

괴산에 있는 조령의 문경 새재는 과거에 급제한 기쁜 소식을 전해듣는다 하여

들을聞  경사날慶의 문경이라 하여 이곳의 고개를 주로 넘었다 한다

문경새재를 넘지 못하고 어쩔수없이 추풍령으로 가야할때는 추풍령의 남쪽인

괘방령을 넘어 서울로 갔다

문경 새재 고모산성의 성황당에는 여인상과 남인상이 모져져 있다

삼백년 전 어느 유생이 부녀가 살고 있는 집에 하루를 유색했다

인품이 범상치 않는 유생을 아버지는 인품이 범상치 않은 유생을 알아보고는

딸을 맡아달라고 했고 유생은 삼년안에 과거에 급제한후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고는

과거길을 재촉하여 떠났다

처녀는 매일같이 기도하며 유생을 기다렸으나 과거에 급제한 유생은 옛 언약을 잊어버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딸은 자살하여 구렁이가 되어 이곳을 지나는 행인을 괴롭혔다

훗날 암행어사 순시에 나선 유생이 그이야기를 듣고 구렁이가 자신과 언약한 처녀임을 알고

후회하며 영혼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내자 구렁이는 뇌성벽력과 함께 나타났다

눈물을 흘리고 사라져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초상 치뤄 삼우제 마치고 이화령에서 조령삼관문까지 밧줄잡고 암봉에서 씨름하고

엄마 없는 내 생일에 조카 결혼까지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미친년이 널뛰듯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모든 사람들은 당신이 겉으로 보여 주는것만을 볼뿐이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당신이 진정으로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은 항상 겉모습과 결과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말이다

장례식장의 검은 상복에서 화려한 등산복으로 다시 우아한 하객복으로 

어느것이 내옷인지도 모른채 입었다 벗었다 나도 나를 모르는 한주일을 보냈다

세월이 약이라고 모든 사람들은 위로하지만 울컥울컥 올라오는 슬픔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누구나 한번은 꼭 가고야 마는게 죽음이고 모두다 그곳이 목적지이니

살아생전 즐겁게만 살다 가면 장땡이라 여기고 재미지게 살고픈데

왜 파란 하늘이 눈물나게 하는지 왜 꽃봉오리 터트리는 목련이 눈물나게 하는지

참말로 세월이 약인갑다





엄마가 가도 봄은 온다


봄날 입니다

바람도 다릅니다

그날이 왔습니다

엄마는 나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이별의 통곡은 강물처럼 흐르는 그리움으로 남아

마음에 슬픈 자국을 남기고

이제 내 마음속에서만 살아계십니다

우린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데

매화꽃은 지랄같이 향기를 품어 대며

소리없이 꽃을 피워 댑니다

슬픈 봄날에 낙화는 더 황홀하여

눈이 시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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