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 16:07ㆍ백두대간
일시-2017년 5월29일~5월30일~5월31일 1무1박3일
장소-지리산구간 남진
코스-성삼재-노고단 대피소-돼지령-피아골 삼거리-노루목-반야봉-노루목-삼도봉
-화개재-토끼봉-연하천 대피소-벽소령 대피소-영신봉-세석 대피소-촛대봉-장터목 대피소
-천왕봉-법계사-로타리 대피소-순두류 계곡-중산리 탐방지원센터-중산리 버스종합주차장
첫날 26.1km를 13시간+둘째날 14.3km를 8시간 걸림
자다깨다 얼마나 지났을까 성삼재로 오르는 도로를 버스는 구불구불
돌고 돌았다
지리산의 모든 생물들이 잠을 자고 휴식하는 신새벽 시각 네시다
하늘은 코발트색으로 환희의 푸름이 몰려왔다
백대 명산 완주 기념을 자축하려 산우가 주는 떡과 두유를 받았다
보통의 날이라면 침대에서 곤한 잠에 빠져 있을때 깨어 요기를 하였더니
배에 공기를 집어 넣은듯 부하게 올라오고 목구멍까지 더부룩하다
버스에서 내리고 등산 차비를 마치자 마자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니
남편은 금세 사라지고 없다
하나둘 흩어진 일행들을 뒤쫒아 가느라 통화해 볼 생각도 없이 한참을 올라가도 안보인다
2.7km 노고단까지는 너른 시멘트 임도와 숲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나오는줄 뻔히 아는 길이라서
별 어려움 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완만한 오르막이래도 언제나 처음은 호흡이 벅차다
노고단 언덕이 거의 보일락 말락 전화벨이 울린다
갑자기 없어진 나 때문에 화가난 목소리가 영력하다
오던길을 뒤돌아보다가 돌계단에서 넘어졌다는 남편은 만나자 마자
그러길래 화장실을 간다면 말을 하고 가지 그랬냐고 화를 낸다
그래도 만났으니 망정이지
이틀간 긴 여정에 홀로 산행은 생각하기도 싫다
서로 툴툴거리며 노고단 돌탑앞에서 인증샷을 하였다
노고단 돌탑이 흘러가는 구름속에 우뚝섰다
노고단 휴계소에서 먼저간 일행들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임걸령 삼거리 까지 오르 내림은 쉽다
어느새 아침 여명은 밝아오고 지리의 겹겹이 껴입은 옷들이 한켭씩 벗어지고 있다
지리산 어머니품으로 들어가는 벅찬 아침이다
어느새 연두빛 숲이 점점 짙어지고 여름산으로 변하고 있었다
노루목에서 반야봉으로 올랐다
삼거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빈 몸으로 올랐다
지리 운해로 유명한 반야봉 오름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할미가 되어서도 기다리던 남편은 돌아오지를 않고 결국 할미는 숨을 거두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반야봉이다
반야봉 봉우리 주변이 자주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고 붉게 물들이는 것은
도사 반야와 천신의 딸 마고가 만날수 있도록 하늘이 허락한 선물이란다
하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는 산 마루금이 출렁출렁 춤을 추고
연두빛과 초록빛을 띠우다가 파랗고 감청색으로 쉴새없이 색칠하는 화가의 손놀림이
빠르다
눈을 감았다 떼었다 비벼 보아도 경치에 순응할뿐 할말이 없다
배낭이 기다리는 삼거리에서 다시 배낭을 들쳐매고 삼도봉으로 향했다
이어 화개재와 토끼봉으로 향한다
재와 봉우리를 연신넘고 넘어 지리 종주는 이어진다
토끼봉에서 연하천 대피소까지 4.2km는 지루했다
대피소 안마당에서는 먼저온 일행들이 라면을 끓이고
점심을 먹느라 시끌벅적 하다
연하천 대피소 식당으로 들어가서 스테인레스 식당대에 올라앉아 주먹밥을
까먹었다
달구워진 몸의 열기가 얼음물을 마셔도 식지 않던
스테인레스 차가운 판에 반쯤 누워 있으니 살것 같다
하여간에 더운건 질색인데 뜨거운 태양으로 머리가 벗어질듯 뜨겁다
계곡물이 대피소 정문까지 흘러 물이 많은 연하천에서 배가 터지도록 물로 배를 채우고
머리에는 냉수건을 두르고 빈병에 물을 가득 채워 다시 발길을 제촉한다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오르는 어디 하나 거저 되는 일은 없어
대간길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물을 마시고 물을 뿌리면서 걸어도 벽소령 대피소에서 열기로 가득찬 몸을 식힐 제간이 없어
냉장고 바지와 냉장고 티셔츠로 갈아입고 꿀물을 한컵 들이켰다
체력이 바닥날 지경이다
세석까지는 아직도 남은 거리가 6.3km나 된다
영신봉 봉우리를 넘고 오르락 내리락 바위와 계단을 걷고 또 걸었다
지리능선은 자신과의 싸움이자
자신과의 만남이다
세상 살다보면 남들이 하는대로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진정 나였던가 내가 나를 모를때가 있으니 말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앞에도 산과 나무 뒤에도 산 옆에도 산인 그렇고 그런 길을
열시간 이상 걷다보면 내가 걸어가고 있는것인지 자연 풍광이 걸어가는것인지
움직이는 숲에서 나도 하나의 나무가 될뿐이다
발바닥에 라이터만 켜면 불이날 지경이다
대피소에서 웅성웅성 사람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수가 있다니
비로소 세석 대피소이다
오늘밤 묵을 자리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