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5. 09:40ㆍ백두대간
일시-2017년6월13일 화요일 흐리다 비옴~6월14일 수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덕유산 구간
코스-신풍령-횡경재-백암봉-동엽령-무룡산-삿갓재 대피소 일박
-삿갓봉-월성재-서봉 삼거리-남덕유산-서봉-할미봉-육십령
첫날 19.8km 8시간 20분+둘째날 12.2km 7시간 40분=32km를 16시간 걸림
손을 벌려 온몸으로 반기어 준 덕유종주길에
첫날은 흐리다 비오고 둘째날은 햇볕으로 뜨겁고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다시금 인생의 희로애락을 보았다
연두빛이 점점 짙어지는 유월
비라도 한방울 내릴 기세로 습기 먹은 새벽공기가 끈적인다
생명으로 피워낸 봄꽃들은 하나둘 지고
이제 여름꽃들이 그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것은
봄,그리고 사랑이라는것을 알지
그리고 그것은 파멸될수밖에 없다는것을"하이네의 말이다
봄이 왔나 싶으면 여름이라 사랑과 파멸도 자고 나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처럼
봄꽃 구경도 찰나로 즐기지 않는다면 계절의 주는 행복을 놓치고 만다
아파트 사이사이를 빠져나온 버스는 너른 도로를 휙휙 달려
너무 이른 시각에 양재역 도착했다
잠깐 사이 내린비는 아스팔트를 적시고 이내 사라졌다
신발 밑에서 사라진 빗물은 다시 공기를 축축하게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산불나고 모든 생물들이 목말라 죽겠다고 아우성거리는데
우중 산행도 괜찮으니 갈라진 논과 밭에 담겨지도록 넉넉한 비가 내리길 기원하며
버스로 올라탔다
이름이 세개나 되는 신풍령에 도착했다
블랙야크 에코인증 사진으로 난데없이 표지석마다 인증사진 찍는다고
북새통을 이룬다
분명 상술인게 틀림없다는걸 알면서도 너도나도 포인트 받는다니
나도 무슨 해택이 오는지도 모른채 빨간 인증 수건을 걸고 다니며
나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 회사 선전을 하고 다니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속담처럼 산악회가 그덕에 호황을 이루고 있다
37번 국도가 지나는 보통 빼재라고 불리는 신풍령에 수령 표지석은
변함없이 서 있었다
하늘은 희미한 안개와 회색빛으로 우중충 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멀리 조망 감상을 포기한다면
정수리 백회에서 뿜어 나오는 불같은 열로 고통받는 나 같은 사람은
열을 식혀가며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이다
길고긴 종주길에서는 몇킬로를 걸었는지, 몇킬로가 남았는지,
따지는것은 지나간것을 후회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거나 비슷하여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진다
잿빛 하늘에 먹구름과 회색 구름이 쏜살같이 날아 다니다
하나 둘 떨어지던 빗방울은 어느새 옷과 몸을 적신다
버석거리던 흙길은 촉촉해지고 마른 땅을 뚫고 나와 꽃을 피운
작은 들꽃들은 영혼을 다한 격렬한 색깔로 자신를 나타낸다
오랜만에 촉촉히 젖은 나뭇잎들은 새로이 태어난것 처럼
물방울을 안고 좋아 춤을 추고 소란을 피운다
바람이 한숨 쉬면 흔들리는 이파리가 발버둥치고
이 때다 싶은 줄기와 기둥은 한뼘씩 하늘로 자라느라 분주하다
비는 바람이 잦아들면 그치다가 바람이 불어오면 내리기를 반복하여
우의을 입고 걸으면 덥고 우의를 벗고 쉬면 추워서
이랬다 저랬다, 내가 내몸 하나를 건사하기가 쉽지 않다
갈미봉,대봉,못봉 봉우리를 찍고 백련사와 송계사로 갈라지는 싸리등재에서
숨을 고른후 횡경재,귀봉을 거쳐 덕유평전인 백암봉에 오르니
오늘 여정길에 절반이 지났다
북 덕유산 중봉에서 향적봉으로 오를수 있는 가장 짧은 거리이나
내 실력으론 대낮임에도 어두침침하여 바람불며 내리는 비를 뚫고 왕복하는건
죽었다 깨어나도 안된다 길래 작년에 이어 향적봉은 포기했다
하늘로 붕 떠 곤도라 타고 가는 상상을 잠시 하고는
비바람 보다는 눈보라 맞으며 올라가고 싶은 맘이 생겼다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를 가르는 산 마루금은 어느새 진초록 물결되어
넘실 넘실 끊임없이 이어진다
작년 가을에는 구절초와 은빛 날개로 군무춤을 추는 억새가 많았었는데
싸리나무와 미역줄기의 손 갈퀴가 뻗어나오는 길로 변한 대간길을
발이 허락하고 몸이 산이 되어 갈때까지 걷다보니
드디어 오늘 하룻밤을 묵어갈 삿갓재 대피소에 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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