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4. 23:18ㆍ백두대간
비가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
숨쉬고 사는것이 걱정 거리 연속이다
지난 봄 가뭄이 계속되자 강바닥이 바닥을 드러냈다
모내기한 논 바닦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작물은 배배 말라가고
급기야 먹는물도 아껴 먹자는 캠패인이 나돈지가
꽤 된다
계절은 여름으로 치닫고 장마철이 되었어도 마른 장마인지
찔끔거리던 비소식이 어제 그제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 국지성 폭우 소식이 들려온다
어느곳은 쏟아지는 폭우로 난리를 겪고 어느곳은 마른 하늘만 쳐다보고
울쌍 짓는다
어떤 놈은 배가 터지도록 먹고도 남의것도 내것으로 만들고
어떤 놈은 하루하루 끼니 걱정으로 한평생을 살아가듯
좀 골고루 적당하면 좋을텐데 그것이 어렵나보다
한밤중에 얼마나 내렸는지 새벽녘이 되어서도 아파트 실내나 실외나
끕끕하긴 마찬가지이다
당일치기 산행은 부담감이 많이 없을거라 여겼더만
보름만에 다시 돌아온 대간날이 되어지니 전날 뒤척거리다 부족한 잠으로
기운이 없고 연신 하품만 나온다
다시 찾은 우두령의 허연소는 변할줄을 모르고 그사이 산천초목은 더욱 푸르러졌다
해발고도 720m의 높은 고지대의 우두령 하늘에는 회색구름이 무리지어 떠돈다
삼성산 여정봉 까지 삼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리는 동안
흐릿하던 하늘에서 하나둘 빗방울은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흐르기 시작한다
그동안 가뭄으로 고생했던 나무와 들꽃 들풀들은 실컨 물을 먹고 있다
우중 산행에 대비하여 발토시와 우의를 입었지만
거센 비는 옷속을 파고 들어 몸을 적셨다
더운 날씨에 오르막을 오르기에 무척 힘들었을텐데 그나마 내리는비로 머리가 시원해져
질척거리는것만 빼면 오히려 비가 반가울 따름이다
싱싱한 억새와 미역줄기의 강한 생명력을 걷어내며 바람재로 내려섰다
대간길은 편하고 곳곳에 쉼터 의자가 놓여 있어
쉬어가기 좋은 코스이나 많은 의자에도 엉덩이 앉힐 생각없이 질주했다
이어 형제봉을 다시 오르막으로 이백여미터를 올리고 황악산 정상에 섰다
해발고도 1111m의 정상에는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다
백대명산이기도 한 황악산에는 오고가는 산객들이 하나둘 쌓아 올린
커다란 돌무더기가 인상 깊었다
거센 빗줄기가 멈추고 해가 뜬다
빗물 먹은 흙냄새가 훅 하고 올라온다
황악산 아래 헬기장에서 주먹밥으로 요기를 하고 다시 직지사 방향으로
대간길은 내려선다
백운봉 지나 직지사 갈림길에서 운수봉으로 방향을 틀어 대간길을 걷는다
실제 여시가 살지는 않겠지만 다른 동물들이 살수있을 정도로 보기에도
깊은 여시굴이 뻥 뚫린 여시골산을 지나고 가파른 나무 계단을 길게 내려서면
오늘의 날머리인 괘방령에 도달했다
과거길인 괘방령 고개에는 906번 지방 도로가 생겨 영동과 김천을 쉽게 넘나든다
해발고도 삼백여미터의 낮은 고개 괘방령에서 백두대간은 잠시 숨을 고른다
급하게 내렸던 빗줄기도 사라지고 오후 햇살이 뜨겁다
도로가로 싱싱한 벼들이 초록물결을 이루고 탱글거리는 포도송이가 여물어가는
괘방령 휴계소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귀가했다
비와 백두대간
더디게 내린 비에
산만하게 물 먹은 풀과 나무
고고한 산의 기운으로
구름 장막 드리웠네
하늘에서 내려온 빗줄기
머리카락으로 떨어지고
눈썹위에서 파르르 떨다
뺨으로 흐르네
하늘 하늘 빗방울 바람따라
어깨위로 떨어지고
등뒤로 살며시 굽이치다
가슴으로 스며드네
먹빛 구름에도 멀리 걸어온 두 다리
새로 돋는 피돌기를 어루만지고
발등에서 한 무리 춤사위로
발가락을 적시네
비에 젖은 산빛이
옥색 빗물빛과 부딛치니
깊은 산과 비가 서로 안겨
대간길에 빗물 고이네
비에 젖은 초목의 향기
대간길에 뿌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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