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1. 15:16ㆍ백두대간
일시-2017년 10월10일 화요일 맑고 습도 높음
장소-속리산 경미산 구간 남진
코스-늘재-경미산(696m)-밤티재-문장대-법주사-버스터미널
백두대간 7.75km+접속구간 7.5km=15.25km를 7시간 걸림
시월 날씨가 미쳤나
여름보다 땀이 더 났다
가지말라는 출입금지를 빼고 지금출입해도 좋다는길만 걷는다면 좀 수월할텐데
오늘 구간이 출입금지 지역을 지난다
각오가 필요한 하루이다
각오로 떠난 사람은 미지의 히말라야도 천년설과 마주할 설레임으로
벅차기만 하다지 않던가
문장대에서 끊어진 대간 잇기가 늘재에서 남으로 내려서 문장대로 잇는날이다
북진으로 죽 금을 긋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조금이라도 쉬운코스로 인도하는
대장뒤를 따르려니 동행할수밖에 없다
산악대장은 섬세하게 배려해주는 점이 좋은 반면 이리갔다 저리갔다 마음에
들지 않는점도 있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발이 빨라 치고 앞으로 나아갈줄이나 알면 모를까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버거운 대간길 동행에서 꼴찌는 따논 단상이다
꼴찌에게는 최선만이 답이다
삼주동안 너무 놀았나보다
긴 연휴동안 산행한번 안했더니 몸은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천근만근 무겁다
해발고도 371m의 늘재에서 해발고도 696m의 경미산을 지나
밤티재까지 3.3km는 걸을만했다
이차선 포장도로인 997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밤티재에는 동물 이동통로가있다
밤티재에서 블랙야크 에코인증 사진을 찍어 집에와서 컴퓨터를 확인했다
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인지라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밤티재는 해발고도가 500m 높이에 있다
감시초소가 있는 우측 고갯마루를 비껴 길을 건너 숲으로 들어가
대간 마루금으로 올라섰다
속리의 속살로 들어서는 대간길은 아슬아슬 바위와 화려한 전망을 선사한다
594봉을 지나고 서서히 바위와 버무려진 흙산을 지나며 점점 암릉은 위엄을 자랑한다
문장대 아래 너른 헬기장이 나올때까지 무려 4km를 위험한 바위와 절묘한
산세 속에서 길을 찾아 걸어야 한다
금지구역이라 자세한 산악동호회 이름이 없는 빨간 리본을 따라가면
다른길로 가는일은 없다
뛰는놈 위에 나는놈이 있듯이 빨간 리본은 감시를 피해 달아놓은 띠지로
산악인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두번째 오는 길이라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생각했다가는 한방에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어나가고 말것이다
916봉을 지난다
바위 전망대에 오르니 속리의 산마루와 그 산아래 기대어 사는 마을이
온통 발아래에 있다
8부 능선까지 내려온 단풍이 바위와 어우러져 기막힌 장관을 연출했다
파노라마 사진 촬영이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카메라와 눈에 모든걸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바위난간에 발을 딛고 오르막 밧줄을 잡고 달달 떨다
바위에 부딪치는 바람에 오른쪽 어깨죽지가 멍하게 아프다
길고긴 오르막 암벽길은 그야말로 온몸으로 걸어가야 하는길이다
북진으로 내리막이 되었다면 조금 쉬었을런지
오르거나 내리거나 어렵긴 마찬가지일것도 같고
기력이 소진될때 즈음에 문장대 헬기장에 도착했다
선두는 이미 관음봉으로 올랐섰고 중간그룹도 이미 헬기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꼴찌에게는 휴식시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오렌지 주스 한잔 마실 여유밖에 못 누리고 중간그룹과 합류하여
오늘 경치의 백미라는 관음봉에 오르는길 후미에 섰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법주사로 내려서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앞장서는 산우들 틈에 끼어 발자국도 나지 않은 숲풀더미를 헤치며
바위구멍을 통과했다
얼추 십여분이 지났을까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대장과 함께 오던길로 되돌아 나왔다
다시 문장대로 돌아왔다
이미 시각은 세시가 넘고 법주사로 내려가기도 장장 6km
두시간만에 내려가기도 버거운 시간이다
애초 계획된 관음봉에 올라 북가치 묘봉을 거치고 수정봉으로 내려오려던 코스대신
법주사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내리막 계단을 한없이 내려섰다
법주사로 향하는 내리막길에는 붉은 단풍과 초록이파리의 색 향연이 아름다웠다
탬플 스테이로 유명한 속리산 법주사에는 저수지를 끼고 도는 산책길과
가벼운 산행에도 나설수 있어 심신을 단련하고 마음의 평정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절이다
경치 좋고 공기 좋고 가족끼리 여행하기도 그리 멀지 않은 속리산 법주사에는
가을이 익어가는 중이었다
경내에 들어서니 번쩍번쩍 크고 화려한 금동대불상이 눈에 띈다
부처가 너무 화려해서 불심이 오히려 경기를 일으키게 생겼다
신라 진흥왕때 증축했으나 임진왜란때 불타 조선 인조때 다시 증축한 팔상전 건물은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경내를 빠져 나와서 십여분도 더 걸어 버스 주차장에 도착했다
하면 할수록 쉬워지는것이 아니라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것이 백두대간길이다
아휴 바위에 부딛친 팔과 어깨가 쑥쑥 쑤신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시퍼런 멍자국을 남기고
몸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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