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20. 11:21ㆍ백두대간
일시-2018년 1월16일 화요일 미세먼지 낌
장소-백두대간 포암산 구간
코스-하늘재(520m)-포암산(962m)-마골치-꼭두바위봉-1032봉-부리기재-박마을
백두대간 12.7km+접속거리 2.5km=15.2km를 6시간 20분 걸림
날씨가 조금 풀린탓인가 새벽 공기가 미지근하다
해발고도 520m 하늘재에 오르니 찌뿌둥한 하늘아래 눈앞에 보이는 풍경도 탁했다
계립령이라고도 불리는 하늘재는 신라가 북진을 위해 길을 열어
이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고개이다
문경시 관음리에서 충주시 미륵리로 넘어가는 하늘재에는 지킴이 초소가 있다
여기서 포암산 정상까지 1.6km는 사백여미터 이상의 고도를 올려야 한다
약수터를 지나 산 사면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얼지 않은 눈으로 폭신하며
미끌거렸다
아이젠을 차고 오르는길은 발바닥에 많은 무리가 온다
처음에는 무겁게 느껴져도 나중에는 발바닥에 원래 붙은 쇠붙이로 착각이 들지만
체력은 두배로 소진되어 발에 쥐가 나기 십상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오르막을 오를때는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몸에서 나오는 열기로 추운줄을 모른다
모자가 덥게 느껴질정도로 더워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를때 전망대에 오르자
근육질의 겨울산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고 막혔던 숨통이 트였다
겨울산은 이맛이다
푸른 소나무 뒤로 첩첩이 눈 쌓인 산줄기가 바로 풍경이요 그림이다
사진으로 찍는다고 그 모습이 제대로 비춰질지
눈과 가슴으로 담는 사진이 진짜 모습일게다
포암산 정상석이다
해발고도 962m의 정상은 충청북도 충주시 상모면과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에
걸쳐 있는 산으로 월악산 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 속하는 산이다
거대한 통바위의 산인 포암산은 베 조각을 이어 붙여 놓은듯하여 베바우산이라 불렀다
만수계곡에서 보면 육산처럼 보이다가 문경시쪽에서 보면 반듯한 암벽으로
이루어진 암봉이 나타난다
뿌연 연무가 살짝 벗어지고 햇살이 살며시 정상석을 비추다가 이내 사라진다
이십여분거리의 963.1봉을 지나고 가파르게 눈길을 내려 관음재에 닿는다
신라 망국태자인 마의태자는 관음리에서 관음보살을 현몽하고 하늘재를 넘어
미륵리에 불상을 조성했다
관음재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이다
만수봉으로 갈라지는 능선 삼거리를 지난다
마골치에서 부리기재까지는 비탐방 구간이다
출입금지가 적힌 구간에는 분명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표시이다
암릉과 절벽을 포함하여 사람이 다니기에는 위험하지만 짐승과 새들이 사는 천혜자연이므로
경관은 빼어나다
연말과 새해들어 오서산 다녀온거 말고 백두대간을 한번 빼먹은 여파가 크다
죽 올랐다가 내려오는 백명산보다는 확연이 체력적인 부담이 오고 힘이 든다
거기다가 입지 말아야 했을 반바지와 스타킹을 신었더니 아랫도리는 더워죽겠고
다리는 더 무겁다
937봉을 찍고 다시 내리막이다
부리기재까지는 7,6km 남았다
어려운 오르막은 넘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까마득하다
844봉을 지나고 850m의 꼭두바위봉과 벼락바위봉 그리고 1032봉1062봉 차례차례 높은 봉우리를
넘나들면서 산 마루금을 걷는다
미끌어지면 천길 낭떠러지요 떨어지면 천길 땅바닥인 산꼭대기에서 금을 그어가면
걷는 산길은 언제든지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겨울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자칫 눈 풍경에 팔려서 남들과 경쟁해도 아니되고 호기롭게 거만떨면 더욱 안되는
겨울산행이다
산행 시작 세시간이 가까워지고 배도 출출하다
찰 주먹밥을 조금 입에 넣고 뜨끈한 물을 마셨다
대간걷기에는 걸음만 빠르게 걷는것이 아니라 모두들 경쟁하듯 밥먹는것도 빠르다
워낙 많이도 못먹지만 빠르게는 더 못먹는 나는 까딱하면 목구멍에서 삼켜지지 않고
딸꾹질로 금방 숨넘어갈뻔 했던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그걸 알기에 조금씩 조금만 먹고 물을 삼킨다
뜨거운것도 잘 못먹어 눈밭에 미리 뜨거운 물을 따라 식힌다음 마신다
가지가지로 남들보다 모자라 따라가기 버거운 대간길을
두번씩이나 하고 있으니 중독에 걸렸나 아님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지 알수가 없다
이제 반이나 왔는데 중도 포기란 있을수 없다
하늘금을 이루고 있는 백두의 마루금을 오르고 내리다 보면
힘들어 죽겠다는 표현과 함께 탄성이 저절로 나와
내가 아닌 나와 진짜 내가 만나 화해와 타협를 한다
그래 이만하면 잘 견디고 있는거야
그래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거야
한구간도 거저되는 구간이 없었다
바위암릉이 나오고 가느다란 밧줄이 몇번의 매듭으로 엮어 달려있다
이런 밧줄잡는 암릉이 나올경우 손보다는 발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는데
손부터 힘이 주어지는 탓에 여러번 미끌어졌었다
바위에 댄 발바닥에 힘을 싣고 한발한발 조심해서 밧줄잡고 내려섰다
다 내려와서 넘어지는 바람에 왼쪽 발가락 세개가 한참동안 통증이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통증은 사라졌지만 왼발이 쥐가 나서 넘어지고 주저앉아
다시 일어니기를 반복한다
살살 달래듯 걸음을 옮기고 여러명의 산객들에게 길을 비껴준채로 걷다보니
드디어 오늘 대간길을 마치는 부리기재에 다달았다
해발 고도 900m의 부리기재는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중에 있으며
옛날에는 제천과 문경을 걸어서 넘나 들었던 고개길이다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고 날카롭다는데 산중 깊은곳에서는 알길이 없고
서북쪽에 위치한 꾀꼬리 봉우리와 연결된 능선을 멀리서 바라볼때를 말하다
보는이에 따라 달라지는게 산의 생김새다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목이 탈때는 맹물이 최고지만 입이 텁텁하며 목이 타고 특히 체력이 고갈되었을때는
맹물도 마시기 힘들다
그럴때는 당분과 칼로리가 들어있는 이온음료나 오렌지 주스가
제격이다
여름에는 이온음료를 마시다가 요즘들어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있다
오백씨시 한병의 오렌지 주스에는 이백여칼로리가 있어 허기도 채워지는거 같다
날머리 산행버스가 있는 박마을 까지는 접속거리 2.5km를 내려가야 한다
지그재그로 길이난 산사면을 얼마나 내려왔는지
뒤에서 바짝바짝 쫓아 내려오는 여자 산객으로 나도 발걸음이 빨라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내려오다 결국에는 길을 양보했다
진즉에 양보할걸 내리막길에서 쏜살같이 내려가다 무릎 상할뻔했다
다음번에 백두대간을 잇기 위해서는 이길을 다시 올라서야 하는데
내려오는 길도 징글징글 길게 느껴진다
드디어 마을이 보이고 중평리 마을 입구 버스가 기다리는곳으로 와서
오늘 여정을 마쳤다
갈때 마다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 백두대간
오늘도 무사히 한구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빠질수 없는 동문 임원회의에 참석하느라
몸을 돌보지 않은탓에 목구멍은 퉁퉁 붓고 온몸의 근육들이 아프다고 아우성거려
병원 신세를 졌다
내 몸을 사랑해야 하는데 몸에 부하가 걸리는 백두대간 산행길을 계속 나서야 할지
고민하며 며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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