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36차 황장산 덕항산 구간

2018. 4. 4. 14:02백두대간

 

일시-2018년 4월3일 화요일 맑음

장소-황장산 덕항산 구간 남진

코스-댓재(810m)-황장산(1059m)-큰재-자암재-환선봉-덕항산(1071m)-구부시령-예수원

       백두대간 12.4km+접속구간 2.5km=14.9km를 5시간 20분 걸림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리는 지난주를 보내고 어제 오후 수퍼가는길에

아파트 주위를 둘러싼 매화와 벚꽃 목련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려

깜짝 놀랐다

봄 맞이할 준비도 없이 뻥튀기 하듯 한방에 꽃을 피워대다니 잔인하다

겨울과 봄 사이에 입을만한 약간 두툼한 간절기 옷을 꺼내 입을까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약간 얇은천의 옷을 선택하고 나선것이 천만다행이였다


미적지근하게 데워진 공기로 열을 품은 버스는 일행들을 태우고

서울을 벗어났다

강원도 삼척에 있는 댓재까지 가는 거리가 멀어 이동시간이

무려 네시간이나 걸렸다

전날 실컨 잠을 잘잔덕에 그다지 졸립지도 않고 버스안에서 몸을 배배 꼬다

댓재에서 하차했다

해발고도가 무려 810m나되는 높은 고개는 424번의 지방도로가 지난다

안개 상습 도로인 댓재의 날씨는 화창했다

댓재에서 인증을 마치고 1059m의 황장산까지 0.6km의 거리는 계속 오르막이다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쾨쾨한 먼지공기는 어디가고 솔향기 진한 숲냄새가 훅 올라온다

세포가 화들짝 열리는 기분이다

보름전 얼었던 땅은 녹아 흙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발바닥에 전해오는 촉촉한 느낌이 고스란히 발에서 종아리 허리 등 머리까지 전해진다

정화된 공기를 듬뿍듬뿍 들여 마시며 오르다보니 숨이 가파온다

어느새 황장산 정상이다

정상석도 없이 이정목과 큰 안내판만 있는 황장산 정상이다

천미터 고지로 올라서도 기온은 점점 오르고 있다

봄맞이 하러 나온김에 연두빛 이파리라도 보고픈데 아직 움트지 않은 나뭇가지뿐이다

백두대간 능선은 오르고 내림의 연속이라 1006봉으로 내려섰다 다시 천미터 고지에서

오르내린다

큰재 못미쳐 노루귀의 군락지가 나왔다

청노루귀와 흰노루귀 청보라와 맑은 흰색이 이쁘고 앙증맞아 오랜만에 아웃포커스로 찍으려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니 머리가 핑 돈다

차분하게 시간을 내어서 엎드려서 찍어야 제대로된 작품사진을 만나게 되겠지만

대간길에서는 어림없는 소리다

걷는것만 집중해도 온몸이 안아픈곳이 없이 힘든판에 엎드려서까지 찍는것은 포기했다

비포장 도로가 나오는 큰재에 다달았다

임도를 따라 걸어가면 풍력기가 돌아가고 광동댐 수몰민들이 이주하면서 개간한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이 나온다

응달진 임도에는 눈이 쌓여 있고 고랭지 채소밭은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내 눈으로 보이는 여덟개의 풍력기를 세어보고 왼쪽 능선으로 올라갔다 마을길을 걸어

자암재에 다달은다

자암재에서는 석회암 천연동굴인 환선굴이 가깝다

1.5km를 더 걸어야 환선봉이다

환선봉 정상석 뒤에는 조망터가 있다

얇은 티와 바지를 입었어도 땀이 배고 더운데 새벽에 망설였던 겨울옷을 입었더라면

오늘 아주 죽을뻔했다

눈으로 땀이 들어가서 따끔거리고 햇볕은 뜨겁다

머리속을 달구는 열기때문에 모자를 벗어버렸다

그나마 바람이라도 맞으니 살것같다

몇달동안 눈만 보고 다닌다고 겨울이 지겹다고 했더니 파릇파릇 새싹 나기도 전에

한여름이다

냉동고에 넣었다 열기구에 빠진 지구같이 적응하기 어려운 날씨다

춥던지 덥던지 흐리던지 맑던지 상관없이 자연에 순응하고 모두 사랑하면 좋을텐데

자연스런 산을 찾아다니면서도 불만투성이니 아직 수행부족이다

환선봉에서 급하게 내려서 1050봉을 지나고 다시 덕항산으로 오른다

대간마루금은 추락주의 표지가 있는 좌측 삼척은 낭떨어지로 가파르고

우측 태백은 완만한 경사면이다

1071m의 덕항산이다

정상을 벗어나 1.1km떨어진 구부시령까지가 오늘의 대간길이다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여자의 한이 서린 구부시령에서 대간을 마치고

예수원으로 내려오는길은 완만한 내리막길로 거저 내려오는길이다

밭고랑을 파놓은 흙속에서 냉이와 쑥이 쏘옥 얼굴을 내밀고 봄은 밭에 있었다

주어진 시간보다 너무 일찍 내려왔다

눈 쌓인 길과 바위길만 아니면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이다

냉이와 달래를 한움큼 손으로 뜯고 갈 차비를 마쳐도 널널한 시각이다

내리쬐는 한 낮의 햇살은 따가워도 봄바람은 제법이다

보름전 눈꽃을 피웠던 나무들이 연분홍 매화와 벚꽃옷을 입고 배웅하는

강원도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