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공룡능선 땜빵

2018. 10. 10. 15:18백두대간


일시-2018년 10월8일~10월9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설악산 구간 북진

코스-오색탐방지원센터-설악폭포-대청봉(1708m)-중청대피소-중청-소청-희운각대피소

      -무너미고개-신선봉-1275봉-나한봉-마등령 삼거리-오세암-영시암-백담사

       백두대간 7.8km+접속구간 12.4km=20.2km를 12시간 30분 걸림



지난달에 빼먹은 공룡능선과 황청봉 구간을 언제나 할수 있을까 했는데

공룡능선 갈수 있는 기회가 생겨 무박산행으로 따라 나섰다

얼떨결에 백두대간에 발을 내딛은지 어언 사년이 넘어가고 벌써 두번의 완주증을 받았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건강도 많이 좋아져 몸과 맘의 근력도 생겼다

남들 자는 동안 버스타고 가는것은 생체 리듬이 깨지는 바람에 다음날까지 정신줄이 희미하다

그닥 좋은산행이 아닌데 이렇게 긴 산행에는 할수 없이 무박 산행을 하지 않을수 없다

오색 탐방 지원센터에서 하차하자

눈썹같은 초승달이 하늘에 가늘게 뜨서 달빛이 어두운 밤이다

설악의 단풍이 거의 칠부능선까지 내려왔단 뉴스 예보로 벌써 지원센터 앞에는

밤새 달려온 산꾼들이 무더기로 와 있었다

해드렌턴을 켜고 산행차비를 마친다음 그들을 따라걷는데 발이 빠르다고 앞서 갈수가 없고

긴 줄로선 나래비는 끝도 없다

햇불든 의병들의 행군들 같기도 한 산꾼 일행에서 각자 떨어져 나가는 동안

밤은 칠흙같이 검었다

한계령에서부터 올라서야 백두대간길 연결이 되겠으나 대청봉을 빨리 오를수 있는길을 찾아

오색으로 올랐더니 계속 오르막이다

숨고르기 몇번하고 꾸준히 올랐다

설악의 기온이 떨어졌어도 바람 한점 없어 움직일때마다 입에서 훈짐이 나와 몸은 덥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산꾼들의 행렬이 서서히 떨어질즈음 하늘은 검푸르게 변해가고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산행시작 세시간만에 드디어 대청봉이다

대청봉 정상석을 마주하고 서는것은 다섯번째다

해발고도 1708m에 서서 좌우를 둘러보니 사방은 서서히 밝아오고

인증샷하러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줄을 이루고 있다

처음 밟은자들에게 대청봉 정상석 안아보는 것은 양보하고

멀찍이서 대청봉 글자만 나오게 몇장 남기고 추워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푸르게 하얗게 빛깔을 품어내는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서서히 단풍 물들어가는 설악의 모습이 들어났다

대청봉을 뒤돌아서서도 하산길은 지체되었다

황홀한 단풍이 온산을 뒤덮고 아직 물들지 않은 산아래까지 여러폭의 수채화를

파노라마로 담을수 없는것이 아쉽기만 하다

산악회 버스를 타고 와서 주어진 열두시간은 촉박하고 이것저것 구경할 시간이 모자란다

중청대피소로 내려와 중청 소청을 거쳐 희운각 대피소로 하산길이다

1.2km 하산길은 새벽에 오색에서 오르막과는 반대로 계속 가파른 내리막이다

무릎을 조심하지 않으면 다치는 경우가 바로 이런 하산길일것이다

아침으로 팥 앙꼬빵 한개와 주스를 먹고 내려갔다

무릎도 아프고 길게만 느껴졌던 희운각의 가파른 하산길은 생각보다 쉬었다

날은 밝고 아침햇살이 가볍게 내리쬔다

햇볕에 비친 단풍잎이 화사하기만 하다

눈이 부실지경이다

바위길로 올라서서 설악의 위풍당당한 능선을 조망을 하여도 단풍에만 눈이갔다

자연의 오묘한 순환진리가 아름답기만 하다

꽃보다 화려한 단풍은 이토록 찬란하게 피었다가 한순간에 떨어지고 말텐데

참혹한 이별이 아닐수 없다

희운각 대피소까지 다달으고 보니 벌써 산행시작 다섯시간이 지나고 있다

여기까지가 내 체력에 맞는 산행인데 오늘 가야할 목적지는 중요한 공룡능선이 아니던가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 오줌을 누는데 다리가  후덜거렸다

아침으로 주먹밥과 사과 반쪽을 씹어 먹는데 입맛이 까끌거려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쉽지 않은 거리를 두세번 밖에 쉬지 않고 달려온 때문이다

희운각 대피소에는 사람들로 만원이고 그네들이 끓여먹는 라면냄새가 진동하여

역겹기까지 했다

오래도록 쉬고 쉽지만 갈길이 멀어 일어나서 걸어오다 보니

단풍길이 너무 환해 취했다

한여름 지지고 볶던 시끄러운 새들도 사라진 적막한 산중에

각각의 색갈들로 뽐내며 뒤엉켜 온 산을 물들였다

자꾸만 오던길을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았다

애써서 벼르고 왔던 희운각 대피소에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여러꾼들과 단풍구경에

인증하는걸 잊어버리고 무너미 고개를 넘어 공룡에 올라탔다

두번째로 오르는 공룡이다

하늘가까이로 오르고 오르는 공룡이 잠시 누웠다 가는 곳인지 우람한 공룡의 허리와 어께쯤 어디인가

처음 공룡능선을 타고는 연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떤 짐승들이라도 이곳에서는 공룡의 기에 눌릴거 같은 듬직한 바위군들의 집합이다

금방이라도 일어나 하늘로 날아오를거 같은 위풍당당한 암릉에 살짝살짝 발을 딛어도

다리가 후덜덜 떨린다

아무래도 새벽부터 산행에다 공룡능선까지 하루에는 무리가 아닌가 싶다

에너지젤을 한입에 쭉 짜넣어 먹고 다시 없는 기운을 짜냈다

조금씩 다시 살아났다

반짝 기운이 솟는 에너지젤은 격한 운동시에 먹는 일종의 마약이다

카페인이 들어있어 카페인에 예민한 나 같은 사람은 금세 효과가 있는가 보다

사실 너무나 잘 닦여진 능선이고 쇠막대가 박혀있어 힘은 들지만

위험한 구간은 없는곳이 또한 공룡구간이다

신선봉 1275봉과 나한봉 마등령 삼거리까지 5.2km의 공룡능선은

그길을 걷는데에만도 경이롭지만 주변의 절벽과 바위군들을 감상하는것또한

경이로운 순간이다

어느덧 해는 중천으로 떠오르고 점점 온도가 올라간다

머리꼭지로 내려앉은 햇볕이 뜨겁다

드디어 마등령 삼거리에서 인증샷을 날리고 이제는 내려갈일만 남았다

비경으로는 천불동계곡길이 훨씬 유명하지만 백담계곡도 아름다운 길이고

오세암 영시암 백담사로 내려가는길이 조금은 덜 가파르다고 판단하여

그길을 택했다

설악의 속살로 접어드는 계곡은 비경중에 비경이다

산악회에서 주어진 시각은 신흥사가 있는 설악주차장까지 오후 네시이고

용대리 주차장에는 오후 네시 사십분이다

백담사에서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버스 주차장에서 용대리까지 걸어가야 하므로

우리에게 남은 시각은 세시간 남짓이다

단풍 구경을 할만치 하였어도 자꾸만 발걸음이 뒤쳐지는 이유는

가을이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피는꽃이 아름답기로소니 단풍꽃만큼이나 아름다울까

노랗고 빨갛고 노르스름 붉디붉어 검은빛까지 아직 초록빛을 담은 단풍꽃은

형언할수 없을 정도이다

산악회 버스를 타고 온걸 잠시 후회했다

오세암까지는 암릉내리막이 이어지다 영시암과 백담사로 하산길은 평지길이나 다름없이

쉬운길이다

이어 계곡물소리가 들리고 좌측으로 계곡을 끼고 길을 걷는다

점점 넓어지는 계곡에 돌은 하얗고 물은 맑다

청정지역이다

쉬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길을 정신없이 버스 생각만 하고 경보하듯 걸었다

돈내고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파란 하늘 내리쬐는 빨간 햇살 붉은피를 토해내는 단풍은 푸른기를 품은 맑은계곡으로

모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거의 내리막을 다왔을무렵 엄홍길 산악인이 배낭을 내려놓고 스틱을 빼고 있었다

가는곳마다 인사받기도 피곤할것 같은 유명인과 한마디 인사를 나누고

갈길을 재촉했다

계곡이 아름답고 산세가 빼어난 설악산에서 가을은 절정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설악은 초록의 싱싱함을 벗어내고 화려한 불꽃으로 피워내다

머지 않아 빈몸으로 추운 겨울을 맞이하겠지

어려운 공룡능선 숙제를 한부분을 마치고

산 아래에서는 아직 못본 가을정취를 깊은 산중에서 보고왔다

사진 작업과 영상작업을 동시에 하는바람에 어찌 글작업이 점점 느려지고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다


설악에 단풍이 내려앉고

너와 나도 물들어

또 한계절을 보낸다

아,가을은 사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