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0. 11:16ㆍ백두대간
일시-2019년 2월19일 화요일 눈비
장소-백두대간 백수리산 박석산 구간 북진
코스-덕산재-부항령-백수리산-박석산-삼도봉삼거리-삼도봉-삼도봉 삼거리-해인리
백두대간 13km+약1.5km=14.5km를 6시간 40분 걸림
원래는 지난주에 다녀왔어야할 구간을 명절이라 쉬는 바람에 한주가 밀렸다
내변산의 내소사에 다녀온뒤 명절을 보내고 일본을 다녀오고 임원모임을 하고
이월도 정신없이 지나가 벌써 오늘이 우수다
밤새 비와 눈 온다는 기상예보를 듣고 자고나니 아직 여명이 트지않는 새벽녘에도
하나둘 흰눈이 날리고 있다
기온이 그리 내려가지 않아서 허공중에 날리는 눈발은 땅에 닫기도 전에 녹아 물이 되고
길가장자리는 하얗게 고인다
연신 하품을 하면서 산꾼들의 모임장소인 양재역에 왔다
인도도 반짝반짝 윤이 나고 자동차 헤드라이터에 비쳐진 차도는 더 반짝거린다
눈비가 내리는 을씨년스런 날씨다
새벽잠을 떨쳐내고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산꾼행렬에 끼어서 서서
십여분을 기다리니 빨간버스가 줄줄 들어왔다 줄줄 사라진다
백두대간팀에 끼어서 나도 차를 타고 다시 졸았다
한번의 휴계소에 들렀다 무려 세시간 삼십여분을 차속에서 있어야 한다
산길 걷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먼길 가는 차속에서 지내는 인내심도 있어야 하는
원정 산행이다
덕유산 인터체인지를 통과하고 나주와 무주의 관통문인 나제통문을 지났다
자연적인 바위굴인 통문은 경치도 빼어났다
무풍면을 지나 30번 국도가 지나는 덕산재에 다달았다
오늘의 들머리이다
덕산재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고 무주 33경중 하나인 나제통문을 지나
초점산인 삼도봉과 대덕산에서 흘러내리는 남대천변을 따라 가다보면 닿는 고개마루이다
1914년 덕산리와 주치가 통합되면서 김천시 대덕면에 편입되어 덕산리 마을이 되었다
도로 포장전에는 덕산재를 주치라 불렀었다
날씨도 우중충 변덕을 부리는 이런날씨는 산꾼은 주로 우리뿐이다
해발고도 644m의 덕산재에서 이백미터의 고도를 올려 834봉에 오른다
덕산재에서 부항령까지는 5.2km의 긴 거리다
부항령까지는 834봉과 853봉의 두번의 긴 오르막을 올라서 내려섰다 올라서기를 반복한다
주어진 시간은 일곱시간인데 날씨가 받쳐주질 않아 주어진 시간을 모두 허비할것만 같다
눈이 날리는가 하면 비가 오고 비가 오는가보면 우박이 떨어지고
빨리 가기보다 안전하게 걸어야지를 다짐하게 하는 날씨다
산길의 흙이 유리를 끼얹은듯 투명하고 살짝 얼어있다
나무 계단은 투명얼음속에 갇힌듯 보이고 나뭇가지에 얼은 얼음들은
바람 한점에도 우수수 떨어져 모자를 툭툭 때린다
이런날에는 모자없인 위험할정도다
얼음 조각이 깨어져 바닥에 떨어지고 바닥에 떨어진 얼음조각은 그대로 땅에서 다시 얼어붙고
일치감치 아이젠을 신발에 찼다
위험한 길과 아름다움은 상생하는건가 가지마다 매달린 얼음이 기막힌 예술이다
땅에서는 일어날수 없는 풍경을 산속에서 만끽하고 현실세계가 아닌듯
걷고 또 걸었다
부항령이다
고개 아래로는 1089번도로가 지나고 삼도봉 터널이 지난다
경상도 김천과 전라도 무주를 잇는 부항령은 해발고도 680m이다
걸어온길은 이제 5.2km 백수리산까지는 거리가 2.2km 이고 높이로는 사백미터를 올려야되는데
비가 점점 더 거세진다
낮 열두시 삼십분 점심을 먹어야 한다
때가 되어 먹지 않으면 기운이 딸리고 탈진위험이 더 높다
가만히 앚아서 밥 먹기는 힘든상황이라 빵을 먹으면서 오르막을 올랐다
왼손에 왕고빵을 오른손에 스틱을 등에는 배낭을 겉에는 비옷을 입고
거지중에 상거지가 따로 없다
빗물 젖은 빵을 꾸역꾸역 먹다보니 딸꾹질은 나고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걷는다
그와중에 걸친것도 많아서 한번 옷 추스리기도 쉽지 않은데
오줌까지 마렵다
생리 현상을 처리하고 다시 숨차게 오른다
극한체험이 아닐수 없다
건강위해 산에 와서 건강 잃게 생겼다
더군다나 왕초가 죽었다는 사건소식을 들어서 온몸이 근육이 경직되어지는 오늘같은 날은
한발한발 내딛기가 무섭다
설명절 전날 도봉산 와이계곡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길래
명절전날 전이나 불일것이지 뭐하러 산에는 가서 떨어진다냐고 투덜댔었는데
죽은이가 내가 알던 그여자였다는게 소름이 돋는다
뉴스에서는 왕씨가 신고를 했다고 나왔었는데 죽은이가 왕초라니
뉴스 기사는 무엇보다 정확한것만을 내보내야는데 가짜 뉴스가 많은가 보다
1월29일 지난번 구간을 같이 걷고 같이 사진찍고 같이 앉아 간식먹고
버스에서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옆좌석에 앉았던 그녀였다
아직도 웃는 모습이 생생하고 너무 많은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내가 충고도 했었는데
그리고 지난 연말 송년모임에서 우연찮게 간 식당에서 매니저라서 더욱 놀라고
그뒤로 조금더 친해지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이 한순간에 죽어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인명이 제천이고 사람목숨 파리목숨이라지만
어째서 아는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는지 오늘 같은날 산행은 많은 생각만큼이나
몸도 무겁다
비에 젖고 눈에 젖고 우박까지 얻어맞아 아주 죽을맛인데
왕초죽음 소식까지 들어서 어깨 허벅지 다리 발바닥 모두 아픈게 더 아프다
백수리산은 죽을만치 힘들게 올랐다
해발고도 1034m의 백수리산은 눈이 쌓일때 무주에서 바라보면 수리를 닮은 봉우리가
하얗게 보여 백수리산이라 불렀다한다
다른 의미로는 수리가 순 우리말로 높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 뾰족한 산이라서 그리 불린다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에 수록된 산이름중 국사봉에 이어 제2위 올라와있다고 한다
무주의 박석산까지는 한번 내렸다 다시 올라서야한다
해발고도 1170.6m의 박석산 표지석은 아주 작다 예전에는 표지석은 없고 삼각점만 있었던 산이다
박석산에서 삼도봉 방향으로 가면서 알바를 했다
누구랄것도 없이 앞에간 사람들 발자국만 따라가다보니
선두가 달아놓은 띠지를 보고 가느라 모두 눈이 푹푹 빠지면서도 길도 아닌길을 뚫고
이삼백을 걸었나 나무 데크가 나온다
데크길 난간을 넘어서 데크길을 걷고 안개와 운무와 구름속으로 사라져가는
일행들을 쫒아가느라 사진 몇장을 찍을 겨를도 없다
세찬비는 아니래도 찔끔거리는 비 때문에 카메라는 비닐속에 넣고 스마트폰도 비닐로 감쌌다
몸에도 비닐옷을 입고 별짓을 다하고 다닌다
험악한 날씨속에서 걷기 시작한지 다섯시간이 훌쩍넘어가고 벌써 여섯시간째
삼도봉 삼거리다
이곳에서 해인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돼지고기 바베큐를 먹기로했다는 해인산장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하산해야 편하다는데
삼도봉까지는 오백미터마 오르면 된다
그러나 마의 오르막이다
칠십대의 노부부가 먼저 오르고 우리가 오르고 오십대 부부가 뒤따른다
백두대간을 같이 하는 부부는 세팀인데 포기할수없게 만들고 때론 격려해주고
많이 힘이 된다
한발한발 오를수록 춥고 다리가 떨리고 기운도 없다
옷을 꺼내입어야 하는데 배낭 내리고 다시 들쳐매기도 힘든상황이다
쉬면 얼어죽게 생긴 날씨 그야말로 어두침침 바람불고 내모자는 이미 얼어있고
왼쪽 팔뚝이 얼얼해보니 옷이 얼음 알갱이가 서려 있다
빠르게 쉬지 않고 올랐다
삼도봉 정상이다
삼도봉을 세번이나 올랐지만 한번도 날씨가 좋아본적이 없고
항상 운무에 아님 바람이 춥다는 기억뿐이다
거북이 두마리가 용을 업고 용머리위에 여의주가 앉아 있는 표지석이
우뚝 서있다
백두대간길에서 삼도봉은 세번이 나오는데 지리산과 초점산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충북영동과 전북 무주 경북 김천에 걸쳐있는 봉우리로 올때마다 힘들게 올라서 삼도 화합비를 본다
매년 10월10일 삼도의 제주들과 주민들이 모여 화합을 도모하고 제를 올린다는데
이곳에 올라오기가 보통힘들일이 아니라서 지속되기도 쉽지 않겠다
사람설곳이 아닌모양이다
오래 서있을수가 없다
자세한 표지석 관찰은 그만두고 정신없이 겉옷을 꺼내입고 모자를 바꿔쓰고
삼도봉을 미련없이 되돌아섰다
삼도봉에서 원래는 삼마골재로 하산해야 하는건데
삼도봉 삼거리까지 단숨에 내려와서 해인리 가는길로 들어섰다
해인리 산장에서 마중나온 트럭이 서있는 도로까지도 한 일킬로 이상
가파른 계단길과 바위와 흙길을 내려왔다
아이젠을 찼던 오른쪽 발바닥이 콕콕 찌르고 발과 종아리가 터질듯 쑤시다
산장에서 굽는 돼지고기를 몇점 먹고 된장찌게로 밥을 먹을때까지도
덜덜 떨면서 밥을 먹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서도 딴세상에 다녀온듯 요상했던 그날의 대간길은
오래도록 기억이 남을거 같다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2차 괘방령에서 추풍령까지 (0) | 2019.03.27 |
---|---|
3-11차 우두령에서 괘방령까지 (0) | 2019.03.20 |
3-8차 빼재에서 덕산재까지 (0) | 2019.01.30 |
3-7차 영취산에서 육십령까지 (0) | 2019.01.16 |
3-6차 영취산에서 광대치까지 (0) | 2018.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