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1. 09:30ㆍ백대명산
일시-2019년 3월12일 화요일 맑다 흐리다 비옴
코스-선암사 주차장-선암사-대각암-조계산 장군봉(887m)-배바위-작은굴목재-선암굴목재-보리밥집-배도사 대피소
-송광굴목재-천자암-송광사-송광사 주차장
12.1km를 5시간50분 걸림
봄꽃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운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일
바야흐로 춘삼월 꽃을 볼수있는 날이려니하며 남녘에 있는 조계산 산행에 나섰다
가벼운 마음으로 봄나들이 하듯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갑자기 차가 두대로 늘어 이호차까지 함께 가게 되었다
그동안 후미에서 날 데리고 다니던 대정지기를 이호차 대장 자리에 앉혀
각기 다른차를 타고 갔다
휴계실에서 잠깐 쉬는 사이 대장은 금세 바꿔지고 우린 다시 같은 차에 탔다
서울에서 전라남도까지 무려 네시간이나 달려야 산행 들머리에 닿는다
버스는 지도의 남쪽으로 점점 금을 그어가며 나른한 햇살속으로 들어갔다
선암사 주차장에서 일행들을 풀어놓고 차는 휑 뒤돌아 갔다
확실히 남쪽은 서울의 공기와는 달랐다
평일임에도 봄맞이 나선 사람들이 꽤 있었다
좋은절은 꼭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그곳을 통과할시에는 어김없이 입장료를 낸다
산에서 거꾸로 내려올시에는 그냥 통과하지만 오늘 선암사절안에서 뒷쪽으로 올라가야하는
조계산 산행에서는 공짜 절 통과는 어렵게 되었다
다른 절보다 비교적 저렴한 성인 일인당 천오백원이다
올해부터 경로우대를 받는 남편은 공짜이고 나는 아직 사년이나 남았다
매표소에서 승선교 가는길에 아직 이파리가 나지 않은 키큰 가로수길이 아름다웠다
승선교는 보물 400호로 선녀가 목욕하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다리이다
승선교 밑으로 내려가서 목욕은 할수 없고 사진 한장 남겼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강선루가 멋진 풍광을 보인다
이층 구조로 되어 있는 강선루는 사적및 명승 제8호로 조계산 선암사의 문루 역활을 하는
팔각지붕이다
오늘 일정이 선암사 송광사 유명한 두개의 절 탐방과 함께 있는 관계로
단체로 신청한 사람들이 한 무더기가 있었다
그녀들이 한바탕 사진찍느라고 떠들어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했다
강선루 아래를 지나 선암사 일주문을 통과했다
코끝에 매화향기가 전해진다
달큰하고 수수한 향내 그동안 미세먼지로 고생한 코가 호강하는 날이다
날씨가 온화하여 꽃들이 몽글몽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수령 육백년 되었다는 선암매가 거의 칠팔십프로 만개했다
국내 매화중 개화시기가 가장 빠르다는 한국 토종매화인 이곳 선암매는
천연기념물 제488호이단다
원통전과 각황전을 따라 운수암으로 오르는 담길에 있는 오십여그루의 매화는
아직 활짝 피기 전이다
천불전앞에 있는 수령 오백년된 와룡송을 보고 해우소를 지나 산기슭으로 올라서면
오늘 조계산 장군봉으로 올라가는 산행 시작이다
사백미터쯤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서면 와불이 나온다
와불 위쪽 오른편에 대각암은 잡목과 잡풀 사이에 있고 그곳을 지나쳤다
본격적인 가파르고 완만하게 계속 올라서야 하는 구간은 2.3km 장군봉까지이다
향로암 절터에서는 벌써 단체로 온그녀들이 자리잡고 앉았다
처음온 산꾼치고도 어쩜 힘들어하는 기색없이 모두 즐거운 웃음소리가 크다
할때마다 느끼지만 이곳 산악회 회원들은 초보산꾼은 없나보다
숨차고 목마르고 덥다
발토시를 벗고 모자도 벗어버리고 오렌지 음료를 벌컥벌컥 마셔도 갈증나 벌써 여름같다
아침엔 춥고 낮엔 덥고 체온조절이 쉽지 않은 봄날씨다
비가 오려나 기온은 급속히 오르고 끈적거리는 날씨로 땀도 많이 난다
한무더기의 여자들을 제치고 쉼없이 오르니 오늘 최고봉인 장군봉이다
조계산은 산세가 부드럽다더니 밧줄 잡는 암릉 오르막이 없어 비교적 쉽게 올랐다
해발고도 887m의 장군봉에 서니 바람이 싸하게 불어온다
산림청과 블랙야크의 백대 명산에 속하고 인기명산 89위에 속한다
정상에는 쉼터 의자가 몇개 놓여 있어 점심을 먹기에 그만이나
바람이 워낙 거세 추워서 먹을수가 없다
좀전에 더워서 미쳐죽겠더니 이젠 추워 죽겠다
간사스런 몸을 일으켜 그냥 정상석을 뒤로 하고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와서 양지바른 장소를 찾았다
지난 가을에 만들어진 낙엽 양탄자위에 앉아 앙고빵을 먹었다
간단 점심으론 빵이나 찰밥 둘다 빠르고 간편해서 좋다
달달한 빵은 먹기는 좋지만 위에서는 신물이 올라오는 단점이 있고
단백한 밥은 먹기는 별로여도 먹고 나면 위도 편하고 든든하다는 장점이 있다
배바위를 지났다
그닥 크지도 않는 바위지만 워낙 흙산이다보니 바위가 나오면 이름달고 있는거 같기도 하다
예전에는 배바위에서 내려가면서 밧줄을 잡고 하산했다는데 우회로길이 있어
편하게 작은 굴목재까지 갔다
선암굴목재에 이어 보리밥집이 나온다
보리밥집에서 보리밥 한그릇 먹고 쉬었다 가고픈 심정이나 주어진 시간안에
송광사절까지 구경하려면 빠듯하여 그냥 지나친다
나중에 보니 내 옆좌석 사람도 그렇고 그곳에서 칠천원짜리 보리밥 한그릇 먹고 온 사람도 있었다
이어 배도사 대피소이다
콘크리트 바닥위에 지붕만이 있는 배도사 대피소는 그야말로 비나 눈을 피할수있게
만들어진 대피소이다
송광굴목재 가지전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바로 송광사로 직진할수 있다
우린 향나무 두그루가 배배 꼬여 서 있다는 쌍향수를 구경하려고 천자암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막이다
오르고 내리고 산길은 좋지만 체력은 소모되는 산길이다
이윽고 천자암이다
천연기념물 88호인 쌍향수는 수령 800년이 되었다는데 크기가 12미터나 되게 크고
둘레도 사미터가 넘는단다
전설에 의하면 스승과 제자로 여겨진다고 쓰여있었는데 대장은 여자와 남자로 설명을 했다
어느사이 한낮에 뜨거웠던 햇살은 구름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빗방울이 떨어질듯 구름이 몰려오고 발길을 재촉한다
범종앞에서 종을 한번 쳐보니 그렇게 울릴줄은 몰랐다
고요한 산속을 깨는 큰 종소리에 놀라 나도 놀라서 얼른 그자리를 벗어났다
다시 산길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상수리 나무와 잡목과 그리고 편백나무가 가끔씩 있고 유난히 산죽이 많다
선암사에서 송광사 가는길이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중에 속한다더니
정말 아름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광사로 내려섰다
송광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으로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삼대 사찰이다
한국전쟁과 화재로 많이 소실된것을 중건하여 지금에 이른다
대웅전에 들어서니 먹구름은 이내 빗방울을 떨어 뜨리고 바람도 분다
쌀 일곱가마의 사천명분의 밥이 들어간다는 비사리구시는 생각보다 그리 크진 않했다
송광사에서 음식을 담았던 유기 바루세트인 능견난사는 박물관에 있는듯
보지 못했다
능견난사란 이름은 숙종이 그릇을 보고 보기는 쉬어도 만들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불러 주었다고 전해진다
대웅전은 보수중이고 박물관은 새로이 건축중이었다
하늘은 어둡고 하나둘 내리던 빗방울은 이내 사라지고 비는 그쳤다
송광사는 크기도 크지만 고풍스럽고 우아하고 소박하면서도 절다웠다
처음 와보는 송광사에 좀더 머물고 싶은데 정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송광사는 법정 스님이 마지막을 돌아보고 다비식이 있었던 절이다
조계산에는 유난히 대나무와 산죽이 많다
산길에서 댓잎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언젠가 테레비에서 불일암 오르는 법정 스님의 발소리와 바흐에 첼로 무반주와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일주문을 빠져 나오는길에는 불일암으로 가는 무소유길이 따로이 있다
불일암도 올라가고픈 생각이 굴뚝 같지만 일행들과 귀경하려면 돌아서야 한다
송광사를 뒤로 하고 식당가를 지나서 버스주차장에 서있는 버스에 탑승했다
들머리 날머리에 태워주고 태워가고 오롯이 안전하게 산행만 하면 되어
엄청 편하면서도 오늘처럼 이것저것 해찰하고플때는 이런 단체산악버스가
밉다
언젠가 또 다시 송광사에 온다면 법정 스님의 발자취가 남겨진 불일암에
올라가야겠다
무사 안전산행을 마치고 귀경길에 고속도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기다리던 반가운 봄비다
전라도를 지나고 충청도로 넘어오니 비는 온데간데 없이 벌써 어둠이 내렸다
꽃샘추위가 오려나 제법 쌀쌀한 바람까지 불어오는데 충청 경기도를 지나 서울로
돌아왔더니 다시 겨울이다
호락호락 봄이 올리가 없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려면 몇번의 고비를 넘겨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