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광양 백운산

2019. 3. 14. 14:17백대명산


일시-2019년 3월15~16일 무박 산행

코스-진틀마을-신선대-백운산-매봉-갈미봉-쫓비산-광양 매화마을-소확정 버스주차장

       21.7km를 10시간 걸림



회보지에 쓴 축사의 인연으로 장영달 총장님과 점심 약속을 마치고

부랴부랴 서둘러 집에 왔어도 오후 다섯시가 넘었다

오늘밤 무박 산행 가려면 한두시간이라도 낮잠을 자둬야 하는데 잘시간은 까먹고

할일은 많다

고명하신 분과 만난 자리여서 좀 더 멋진 사진을 건져내야 하건만

기대했던거 보다 맘에 드는 사진을 못 건졌다

침착하지 못한 순간이 모두 들키고 말았다

저녁을 차리고 먹고 치우고 하면서 사진을 열어놓고 편집을 하기까지

시간을 쪼개서 썼다

음악은 작년에 쓰려던 조인의 봄을 걷다를 삽입하니 그나마 사진이 돋보여 보인다

항상 느끼지만 좀 더 나은 사진과 좀더 나은 영상은 차분한 침묵과 정성 그리고

시간과 비례해서 나온다고 본다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고 완성된 작품을 밴드로 날리고 밤에 떠날 차비를 마쳤다

강원도와 남쪽에는 눈이 내렸다는 일기예보에 맞추어 아이젠과 겨울 차비를 준비하느라

배낭은 무겁웠다

그리고 침대에서 눈을 감고 한시간 동안누워 있었다

밤 열시가 넘어가고 이제사 슬슬 피로가 몰려와 잠이 오려는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에 했던 화장위에 썬크림을 덧바르고 무릎에는 테이핑을 감았다

모두 잠들 시각에 집을 나서다니 연신 하품을 하며 신체리듬을 깨웠다

집결지인 양재역에 도착하니 오밤중에 산행 떠나는 미친 사람들이 깨나 많았다

건강에 도움되려다 도리어 건강 해치는꼴이 되는 무박 산행은 가급적 피하려 해도

이렇게 서울에서 멀리 있는 지역은 할수 없다

더군다나 매화 축제의 기간이라 낮에는 축제장에 들어서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자정을 지나고 버스는 서울을 벗어났다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까지 긴 여정이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규칙적인 엔진소리와 잠깐식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민감하게 들린다

고무 귀마개를 꼈다

새벽 두시가 넘고 휴계실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차게 옷속으로 들어온다

꽃샘추위에도 얼어죽는다더니 밤추위가 오싹했다

통틀어 한시간이나 잠깐 졸았는지 어느새 새벽 네시가 넘고 들머리인 광양의 진틀마을 들머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하차하니 주위는 칠흑같이 어둡다

해드렌턴 없이는 한발자욱도 나갈수 없다

전날 눈이 조금 내려 길가는 히끗히끗 반짝거리고 발자국소리에 놀란 동네 개는 퀑퀑 짖어댄다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마을의 시멘트 도로를  올라서

산행 진입로에 들어섰다

초반에는 작은 암릉과 흙길이 버무러진 등산로이다

아이젠을 찰 필요까지 없었다

진틀 삼거리에 다달으고 이어 가파르게 올라서는 암릉길이 나온다

산악버스가 우리말고 몇대나 더 왔는지 젊은 남녀들의 산객들이 내 앞을 쌩쌩

앞지르고 잘도 간다

오를수록 바위에는 눈이 많이 있고 아이젠을 차고도 미끌거리는 바위에서

아이젠도 스틱도 없이 오르는 젊은이들이 많다

완벽하게 장비를 갖추고도 어려운 산길은 젊은 패기만으로 오르는 그네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행여 다칠까 걱정도 된다

점점 가파르게 고도를 높일수록 기온은 하강하고 바람도 거세진다

백운산과 신선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천미터가 넘는 고도에서 눈은 얼어붙고 나뭇가지에는 그대로 꽃이 되어 있다

올겨울 눈 다운 눈과 상고대를 보지 봇했는데 제대로된 눈꽃을 구경하게 되었다

하얀옷을 뒤집어쓴 나무들은 새벽찬바람에 장관을 이루고

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신선대 오르는 마지막 구간 예전에는 밧줄하나에 의지한채 올랐다고 하는데

가파르지만 나무계단이 놓여 있었다

그래도 무시무시한 구간이다

앞에는 신선대 나무 표지석이 바위위에 우뚝 서서 얼어 있고 좌와 우 뒤를 바라보아도

낭떠리지다

위험천만한 구간이 아닐수 없다

다리가 후덜덜 온몸은 경직되었다

계단을 올라서도 바위 몇개만이 놓여 있는 정상이 위태롭기가 그지 없다

두발로 서있기도 힘들었다

바람은 쌩쌩 불고 팔 다리는 떨리고 바위는 미끌거리고 의지할거는 아무것도 없다

빨리 이자리를 벗어나는거 밖에

어떻게 서서 인증을 했는지 오를때보다 내려갈일이 더 까마득한 바위를

간신히 벗어나고 오르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에서

무사히 벗어났다

신선대 정상을 뒤로 하고 뒤돌아서서 백운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백운산 정상아래 너른 바위에는 전날밤 이곳에서 비박을 했는지

텐트 세개가 쳐져 있었다

얼어죽을수도 있겠다 싶은데 어떻게 잤는지 하얀 눈밭에 노랗고 빨간 텐트가

그림같이 이쁘다

오밤중에 산행오는 사람이나 안락한 침대 나두고 텐트속에서 밤을 지새는 사람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고생을 사서 하는지

돈으로 살수 없는 기막힌 자연의 선물인 눈으로 피워낸 꽃을 어둠이 걷히면서 받았다


백운산 정상석에서 인증하는 사람들의 대기로 마지막 계단에서 한참이나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동행하다보니 이런 일이 많다

정상에는 비좁고 날카로운 바위위에 정상석이 당당히 서 있었다

지리산 정상석에서도 사진 찍는사람 뒤쪽이 위험하다고 여겼는데

여기는 사진 찍히는 사람이 잘못하면 큰일나게 생긴곳이다 

바람은 더국 거세져 얼굴과 손이 떨어질듯 춥다

겨울에 못만난 추위를 춘삼월에 만나고 있다


백운산 정상은 해발고도 1222m로 상당히 높은 산이다

소백산맥의 말단부에 솟아있으며 주위에 여러봉우리들을 재치고도 지리산의 능선이

그림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백운산은 봉황 돼지 여우의 세가지 신령한 기운을 간직한 산으로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호남정맥을 완성하고 섬진강 오백오십리 물길을 마무리해준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남북으로 마주하고 있다

주봉은 신선대이고 전사면이 급경사이다

동쪽과 서쪽 사면에서는 각각 동천과 서천이 발원하여 남해로 흘러들어간다

이 산은 여수 순천의 10.19 사건과 6.25 전쟁을 전후하여 백운산 살쾡이로 불렸던 공산주의자 김선우 일당의

소굴이기도 했다

산 중턱에는 서울 농대의 학습장이 있으며 천미터 기슭에는 위장병등에 좋은 고로쇠나무숲이 있다

성불계곡 동곡계곡 어치계곡 금천계곡의 사대계곡이 흐르고 있어

여름 피서객들이 많이 모이는 산이다

바람을 피해 정신없이 정상을 벗어났다

한참을 내려서서 입었던 겉옷을 하나씩 벗어도 될만치 바람이 조금씩 잠잠해졌다

빵한개로 간단 점심 요기를 하고 일어섰다

해발고도 865.3m의 매봉이다

고도를 많이 낮췄다

표지석에는 정상에서 3.6km 내회 4.9km 관동 7.1km 라고 적혀 있었다

쉴만한 곳이 있는 장소에서는 산객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시 길을 걷고 길은 좋다

눈꽃으로 얼어붙은 바위와 바람과 싸웠던때가 언제 있었는지 금세 바뀐 날씨로

적응하기 힘들다

봄날이다

삼거리인 게밭골에 다달았다

광동마을로 하산하여 매화밭으로 직접갈수도 있다

갈미봉으로 가기위해서는 이곳에서 한번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야 한다

나른한 햇살이 내리쬐고 목덜미로 내려앉는 햇살이 등으로 허리로

몸이 데워지고 있다

호남정맥길중에 있는 갈미봉은 해발고도 519.8m가 된다

천미터 넘는 백운산 정상에서 많이 내려왔다

이어 해발고도 537m의 쫓비산이다

매화마늘 뒷산인 쫓비산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번주가 매화꽃축제 기간이라 꽃놀이 나온 사람들이 이곳 산에도 올라와서

먹고 마시느라 산에는 온갖 음식냄새와 시끌벅적 웃고 떠드는 소리가

꽉 차고 넘친다

꽃망울 사이에서 피어나는 진달래가 벌써 맘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이윽고 매화꽃이 만발한 매화마을로 진입했다

매화향기가 진동하고도 남을텐데 음식냄새가 꽃향기를 몽땅 먹어버려

꽃향기가 별로다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꽃들은 지각각 피어나고 백매화 홍매화 푸른 매화까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 홍쌍리 마을은 몇해전에도 왔었는데 그때는 엄감생심 산에갈 생각은 엄두도 못했다

다리심이 좋아지기까지 오년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산고 타고 꽃도 보는날도 왔다

홍쌀리 여사가 시아버지의 뒤를 이어 반백년 넘는 세월동안 육만여평의 청매실 농원을 가꾸어

지금은 매년 이맘때면 상춘객들로 난리북새통을 이루는 곳이고

덩달아 광양마을 전체가 매화로 유명해지는 고장이 되었다

호남정맥을 빠져나와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백운산 자락의 쫓비산의 산허리는

온통 매화꽃이 뭉게구름을 이루고 있었다

십만그루가 넘는 매화나무가 한꺼번에 피우니 장관을 이룬다

영화 '취화선'을 촬영했었다

매화나무 아래에는 푸릇푸릇 잡풀과 어린쑥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앉아 쑥캐고 싶지만 다리도 아프고 매화나무에 뿌린 농약을 같이 먹어야 하므로

진정해야 한다

기품과 품격이 드러나는 고결한 자태의 매화나무는 흡사 우리민족의 향같아

매란국죽 사군자에도 속한다

지리산 자락에는 고려의 강회백이 심은 정당매와 원정공 하즙이 심은 원정매

그리고 조선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조식이 심은 남영매가 유명한데

원정매는 아쉽게 고사했다 한다

지난주에 선암사 방문했을때도 육백여년 오래된 묵은 선암매가 있었다


원정공 매화시


집 앞에 일찍 심은 한그루 매화

섣달 한겨울에도 아리따운 꽃망울

나를 위해 피었네

밝은 창에 글 읽으며 향 피우고 앉았으니

한점 티끌도 오늘것이 없더라


축제에서 먹거리 장터가 빠지면 안되어서 해물파전 냄새가 진동하고

마을 입구는 온갖 먹거리와 매실청 매실엿 없는거 빼고 다 있다

비빔밥을 한그릇 먹으려다 지저분한 식재료와 그릇들 준비과정에서

기다림 시간낭비 돈낭비가 따로 없어 간이 식당에 앉았다가

그냥 일어났다

구운밤 오천원어치를 까먹으면서 도로를 2.5km나 걸어나와 버스 주차장까지 왔다

이십킬로가 넘는 거리를 걷느라고 많이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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