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0. 08:48ㆍ백대명산
일시-2019년 3월29일 금요일 맑음
코스-팔봉산관광지 버스주차장-매표소-팔봉산 1봉-2봉,인증-3봉-해산굴-4봉-5봉-6봉-7봉-8봉
-홍천강변-매표소-팔봉교-주차장 원점회귀
4km를 3시간 걸림
아파트 화단에 핀 한그루 매화꽃으로만으로 봄 향기가 전해지는 봄날이다
새벽녘 바람도 그리 차갑지 않다
바야흐로 봄이 날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 눈과 코가 즐겁다
오늘은 강원도 홍천으로 갔다
옛날에도 홍천강에 갔었다
지혜가 세살이나 되어 아장아장 걸어 다닐때니 삼십여년전이다
텐트를 치고 강에서 고무침대를 만들어 타고 놀고 고기를 구워 먹고
텐트속에서 하룻밤을 잤던 일박이일의 여름휴가였었나 보다
아기 기르고 살림만 하면서도 빌빌거리는 체력으로 항상 몸살을 달고 살았던때라
어디로 이동하고 놀러다닌다는것은 엄두도 못했었다
한낮에는 뜨거운 햇볕으로 머리가 띵하고 밤에는 떨어진 기온으로 추웠던 여름날
홍천강물이 맑았다는거와 어린 지혜가 간이 화장실에서 고물거리는 작은 손가락으로 지 코를 막고는
냄새난다고 똥을 못싸서 텐트속에서 신문지를 깔로 볼일을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강을 벗어나고 국도를 지나 홍천강에 다달을때까지
휴계실은 통과하고 그냥 달렸다
서울에서 두시간도 못되어 도착하니 아직 아홉시도 못된 아침나절이다
팔봉사 주차장에 다달아서 급하게 화장실을 들렀다
집 나오면서 대변을 보고 왔는데도 생일날 지혜가 사온 유산균 때문인가
버스에서 찰밥을 억지로 먹어서 그런지 부글부글 배가 끓어 금방이라도 똥을 쌀뻔 했다
유산균을 먹으면 변비는 걱정안해도 될거 같다
산행도 하기전에 똥 이야기가 앞서 좌불 안석이던 찻속에서 나와 이제사 숨도 크게 쉴수 있었다
뱃속이 편해야 만사가 편하다는게 실감났다
개운하게 장을 비워내고 매표소로 이동했다
도립공원은 산을 오르는데도 돈을 받는지
성인요금 천오백원인데 단체로는 천원씩 입장료가 있다
팔봉산 등산 안내도가 있는 터널을 지나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팔봉산은 강원도 홍천과 홍천강의 중간지점의 강변에 솟은 여덟개의 봉우리산이다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있는 홍천강과 함께 알려진 산으로 비록 낮지만
크고 작은 여덟개의 봉우리가 팔짱낀채 팔형제처럼 이어진 자태가 아름다운 산이다
숲사이 뾰족뾰족 솟은 암벽및 기암괴석이 굽이굽이 감도는 홍천강의 맑은 물줄기와 어울려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할수 있었다
경관이 수려하여 산림청과 블랙야크 백대명산이고 인기명산 61위이다
일봉으로 오르는 산 사면을 돌면서 올랐다
능선까지 오르고나니 금세 해발고도 275m의 일봉이다
잡목으로 둘러싸여 강물조망은 시원하게 보이지 않고 오르기전 쌀쌀한 바람은
도리어 시원하게 느껴진다
조금 내려갔다 다시 이봉으로 오른다
제법 가파르게 많이 올라서야한다
내렸다가 오르면서 잠시 부드러운 능선은 이내 봉우리로 올라서는데 마지막 단계는
가파른 암릉과 쇠난간과 밧줄 쇠계단이 골고루 놓여있어 스틱이 필요없이
두손두발 네발로 기어올라가는게 상책이다
해발고도 327m의 이봉이 오늘의 최고봉이다
한발 내딛기가 어려운 뾰족스런 바위돌이 쌓여있는곳에 정상석이 있다
작고 앙증맞은 이봉 정상석이 백대명산 인증 장소다
오늘 백개의 산을 완등한 산우가 사년전 백두대간을 동행했던 산우라서
사진을 찍어주고 같이 찍고 하느라고 시간을 지체했다
난 이제 서른여덟개로 삼분의 이나 남았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 될때마다 서서이 할것이다
정상석을 내려 다시 오르면 삼봉이다
푸른 홍천강변이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고 산아래 조용한 마을도 봄 햇살이 내려앉아
환하다
봄이 한가운데로 온듯 오늘 햇볕이 유난히 따뜻하다
봄비가 내리려나 그러고보니 내일 비예보가 있어 더 기온이 오르는가보다
바위절벽에 갸날픈 진달래가 꽃을 피워 영변에 놀러갔다 떨어져 죽은 처자의
넋이 살아온듯 꽃잎은 투명하게 이뻤다
지금도 영변 약산에 진달래가 꽃 피울까
삼봉에 이어 아슬아슬 아기자기한 암릉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고 보니
사봉 오봉 육봉을 찍고 남은 봉우리는 두개밖에 없다
팔봉까지 가기 힘든 사람은 오봉과 육봉 사이에서 하산해도 좋고
자기 체력에 맞게 칠팔봉 사이나 아님 팔봉을 찍고 하산해도 된다
하산코스는 여러곳이 나있어 각자 알아서 하산하면 될것이다
대여섯시간씩 걸었던 대간길에 비하면 지멋대로 인거 같지만 나름 규칙적인 바위에서
조심만 하면 되는 팔봉까지 점점 고도가 낮아지는 산행은 특별나게 어렵지 않았다
팔봉은 해발고도 232m로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아래로는 홍천강물이 흐르고
아찔하고 가파른 하산길로 내려서야 한다
보기에는 멋진 풍광은 꼭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봉에서 팔봉까지 약 삼킬로밖에 안되는 거리에서 그걸 못참고 술을 마시고
팔봉에서 하산하면서 발을 헛딛어 떨어져 죽은 산우가 있었다는 대장말에
내 다리와 팔 어깨는 더욱 긴장하여 어찌나 쇠난간을 거머쥐고 내려왔는지
마지막 난간아래 땅을 딛고 내려선 발과 다리는 피가 멎었다가 다시 도는 느낌이다
강변길은 바위밑을 파고드는 길을 벗어나면 데크길과 흙길이 번가라 걷기 좋은 산책길이다
굽이굽이 도는 홍천강변을 따라 걸어 아침에 들어섰던 주차장까지 와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낮 열두시 십오분전 점심도 거른채 이렇게 빨리 내려오기는 산악회 따라다닌지
오년째 처음 있는일이고 서울근교 산행보다 빠른 시각인 오후 두시삼십분
벌건 대낮에 집에 오는일도 처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