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차 갈령삼거리에서 천왕봉 문장대까지

2019. 5. 1. 06:56백두대간


일시-2019년 4월30일 화요일 맑다 문장대에서 흐리다 다시 맑음

장소-백두대간 형제봉 비로봉 신선대 문장대 구간 북진

코스-갈령(443m)-갈령 삼거리-형제봉(829m)-803봉-피앗재-639봉-703봉-천왕봉(1058m)

      -비로봉(1036m)-신선대(1026m)-문장대-(1054m)-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

     백두대간 11.8km+접속구간 5.2km=17km를 8시간 걸림


화령재까지 올라온 대간길은 봉황산 비재로 줄을 그어야 정상이거늘

산불예방금지로 출입을 통제시켜 한구간을 건너뛰어 속리산품으로 뻗어나간다

이름처럼 속세를 떠나 입산 수도하는 심정으로 대간버스는 서울을 과감히 벗어났다

977번 국도가 지나는 갈령이 오늘의 들머리다

백두대간길은 갈령삼거리에서부터 시작이라 여기서부터 갈령삼거리까지는 접속길이다

가파른 산사면을 치고 올라서야해서 초반부터 진깨나 빠지게 생겼다

아마도 1.6km거리보다는 걷지 않해도 되는 접속길이라서 그런가 

왜 그렇게 숨차고 힘든지 날아가면 좋을텐데 드디어 대간길 능선에 닿았다

갈령 삼거리다

이곳에서 대간길은 남으로 봉황산과 비재방향과 서북으로 형제봉 천왕봉 방향으로 나뉜다

둘다 띠지가 나풀거려 자칫 생각없이 발을 딛어 앞사람 가는 꽁무늬만 보고 따라가는

북진하는 사람은 남으로 또는 남진하는 사람은 북으로 진입하는수가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번에도 일행중 열명이나 되는 후미그룹이 모두 못제를 지나

비재 가까운곳까지 가서 뒤돌아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목적길인 아닌 다른길을 산꾼들이 쓰는 용어로 알바라고 부른다

난 다행스럽게도 형제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형제봉은 바위덩어리가 올려다 붙여놓은듯 정상은 조금 위험하다

정상 밑에 있는 할배바위 뒷쪽으로도 길이 있어 지난 기수때에는

그곳으로도 알바한 일행들도 있었다

하루에 걸어내야 할길이  보통 십오에서 이십킬로에 가까워 웬만해서도 죽을똥살똥

걸어서 마치는데 알바까지 하고나면 두배로 지치고 시간도 허비해서

항상 삼거리가 나오면 다시한번 독도법을 살피든지 길눈이 밝을사람을 따라다니든지

각자 알아서 해야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오룩스나 트랭글 지도를 깔로 다니면 갈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잘못간다고 야단치는 명령대로 따르면 되는 좋은 세상이다

갈령에서 사백미터쯤 고도를 올렸다

해발고도 829m의 형제봉에 오르니 와~ 가지만 앙상했던 무채색 산이 어느새

점점 연두와 초록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엊그제 강원도에서는 꽃잎위에 하얀눈이 펑펑 내렸다고 하던데

며칠이나 지났다고 충청도는 봄을 지나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계절이 참 빠르다

더군다나 어젯밤 비가 내려서 빗물 먹고 땅을 뚫고 나온 야생화가 많이 나왔다

키 작은 야생화를 찍기 위해서는 무릎을 구부려야 하고 시간도 지체되어

눈으로만 구경하고 그냥 지나치기가 일수다

쭉쭉 뻗은 참나무 아래의 산죽밭이 유난히 많은 길을 지나 점점 고도를 내려

해발고도 650m의 피앗재에 다달았다

파앗재 고갯길에서는 만수동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고 대간길은 다시 치고 올라서야 한다

빗물에 반짝이는 진달래 꽃잎이 유난히 아름답고 빗물담은 연두색 이파리들은

통통 가지끝으로 튕겨져 나오고 있다

흙바닥도 아직 물컹물컹 걷기에는 그만이나 습기가 많아 후덕지근하다

639봉 667봉 703봉 고도를 점점 올린다

앞서가던 일행과 다시 조우하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지루하게

걸었다 

중간에 점심을 빵과 음료로 먹었다

오늘길이 예사롭지 않은데 국립공원과 거리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더니

후덕지근해서 그런지 몸도 무겁고 숨도 차다

몸무게를 가볍게 하면 나을텐데 빠지지도 않고 조금만 과로하거나 배고프면 귀가 멍멍해서

뺄수도 없다

그냥 살아야 하나보다

왜캐 천왕봉이 안나오는지 계속 오르고 또 올랐다

점점 지쳐간다

속리산의 최고봉이 천왕봉이라서 그런지 오를수록 기묘한 바위들과 산너울이 기막히게

발길을 잡는다

드디어 안성의 칠정산으로 이어가는 한남금북정맥의 분기점인 청왕봉이다

오만분의일 지도에에서는 정상이름이 천황봉으로 표기되어있는데

정상석에는 한자로 왕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해발고도 1058.4m 오늘의 최고봉이고 속리산에서 제일 높아 멀리 문장대까지 훤히 보였다

사방팔방 산으로 둘러친 정상은 생각보다 협소하다

바위위에 위태롭게 작은 정상석이 있을뿐 나무의자 한개가 지나는 산객들의 쉼터다

이곳에 비가 내리면 동쪽으로 낙동강 남쪽은 금강 서쪽은 남한강으로 떨어진다해서 삼파수라 부른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속리산 비경길이건만 벌써부터 많이 지치고 다리도 후덜거린다

문장대까지도 3.4km 갈길이 큰일이다

내 체력은 딱 여기까지 수준인데 그동안 비축한 체력 끄집어내서 억지로 가야할판이다

거대한 바위가 부딛친듯 천왕석문을 지나고 어마무시한 고릴라 바위도 지났다

비로봉 봉우리를 거쳐 입석대와 경업대를 바라보며 지나는 동안 비경이 펼쳐지고

갈길은 급하건만 발길을 자꾸 잡는다

사진 한장 남기려도 시간이 지체되는통에 마음만 바쁘고 다리심이 점점 빠져 나갔다

문장대의 통신탑이 점점 가까워지고 이윽고 신선대다

신선대를 두번 지날때마다 한번도 문을 열어놓은걸 못보았는데 오늘은 언쩐일인지

가게문이 열려있고 주인장이 앉아 있다

간단한 라면이나 생수나 커피 음료를 살수있는곳이다

낮고 작은 네모난 검정비석의 정상석에 인증샷을 날리고 곧바로 신선대를 내려왔다

후미그룹이 아직 조용하고 동행했던 산우몇명은 벌써 앞지르고

어느사이 우리둘 뿐이다

오렌지 음료와 두유로 배를 채우고 다시 걸었다

기력 딸리고 배도 고프다

이렇줄 알았으면 빵이나 떡을 더 가져왔어야했다

사탕을 입에 넣고 물로 배 채우고 정신없이 걷다보니 고지가 바로 앞이다

문장대가 보이고 맑았던 하늘은 구름에 가려져 흐릿해진다

원래 큰 암봉이 하늘높이 치솟아 구름속에 감추어져 있다하여 운장대라 하였던것이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할때 꿈속에서  인근의 영봉에 올라 기도를 하면 좋다하여

이곳을 찾았다

정상에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 한권이 있어 그자리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하여

문장대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문장대에 올때마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잔뜩끼어 을씨년스러웠는데 오늘도 구름속에 갇혀 있다

정상을 딛을려면 철계단을 올라서야 한다 철계단의 각도가 거의 팔구십도 다리가 떨려서

손으로 계단을 잡고 기어올라갔다

젊은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나도 몸이 무겁다고 여겼더만 내몸보다 두배나 뚱뚱한 여자가 올라온다

일행들과 함께와서도 이끌어주는 사람 없으면 불가능한 속리산 종주를 홀로서 한다는게

보통의 심장 아니면 힘들텐데 대단한 용기가 아닐수 없다

정상에 오르니 국회방송에서 나왔다는 기사 둘이 드론촬영을 열심히 하고 있고

바닥은 전날온비가 군데군데 고여 있고 바람 차고 구름끼어 춥고 어두웠다

속리산은 신라 선덕여왕 오년인 784년 진표가 이곳에 이르자 밭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은 꿇는것을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는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했겠느냐며 속세을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하여 수도한다는뜻으로 그리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속리산은 8봉 8대 8문이 있는데

8봉은 천왕봉 비로봉 수정봉 길상봉 보현봉 묘봉 관음봉 문수봉을 말하며

8대는 문장대 입석대 경엽대 신선대 백석대 학소대 봉황대 산호대

8문은 추래석문 내석문 외석문 금강석문 비로석문 상고내석문(고릴라바위) 천왕석문(상고외석문) 상환석문

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오늘 대간길을 마치고 접속거리 3.5km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기만 하면 된다

없던 힘까지 동원하여 이제부터는 집까지 무사 귀환하기만 바라면서

내려가는데 계속 돌계단이다

무릎에 부담가는 돌계단이 징글징글 보기도 싫어질때까지 계속 걸었다

전날 비가 제법 왔었나 폭포수가 많아지고 물도 맑다

느릿느릿 걸을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가하게 앉아 쉬지도 않았는데

이미 주어진 시간을 초과하여 쉴시간이 없다

아마도 우리가 문장대에 오른사이 모두 하산해버렸는지 끝까지 후미가 보이질 않는다

탐방 지원센터를 지나 식당가로 한참을 내려와서야 초반에 알바한 후미들은

문장대에 오르지 않고 그냥 하산하였다는걸 알았다

속리산중에서 암릉길 밧줄과 씨름하느라 올들어 최고 많은 시간이 걸린 산행으로

녹초가 다되어 버스에 탑승하였더니 너무 피로하여 잠도 오질 않았다

무사고로 산행을 마친것은 감사해 하지않을수 없는 엄청난 하루였다

그동안 북진하면서 지리산만 빼고는 걷기에는 무리없는 길을 걸었다면

앞으로 북으로 올라가면서 백두대간길은 산다운 산이 이어질것이다

아무리 낮은산이라도 갈때마다 힘들어 죽겠단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점점 더 힘들어진다니 갈때마다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아휴~이 힘든짓을 세번씩이나 그것도 내돈 내며 왜 하는지

수행이 부족한가 아직 답을 못찾고 계속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