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차 작은차갓재에서 부리기재까지

2019. 12. 18. 10:10백두대간

 

일시-2019년 12월17일 화요일 비

장소-백두대간 대미산 구간 남진

코스-안생달 마을-작은차갓재-차갓재-981봉-새목재 문수봉갈림길-눈물샘 갈림길

     -헬기장-대미산(1115m)-부리기재(879m)-박마을

    백두대간 7.6km+접속거리 3.8km=11.4km=5시간 걸림



겨울비가 내린다

십이월 중순이라 예전같으면 겨울중에 한겨울이건만 눈 대신 비가 내려

온난화를 실감한다

이러다 두꺼운 방한복은 입어보지 못하고 겨울을 나게 생겼다

이번주에는 황장산 가기전에 끊겼던 대미산구간을 잇는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문경으로 달렸다

비는 그치고 주위는 어두워 생달마을 깊숙한 산골은 적막하기만 하다

생달리 마을은 문경시 동로면에 있는 마을로 황장산과 대미산 사이에 위치한 산간 오지이다

산과 달만 바라볼수 있는 두메산골이란다

작은 찻갓재로 오르는 완만한 산길로 접어들자 떨어진 낙엽으로 수북히 쌓인길이

낙엽밑이 흙길인지 돌길인지 헷갈릴 정도다

완만한 오르막으로 계속 오르다보면 작은차갓재가 나온다

지도상으로 백두대간의 중간지점에 해당하는 오래된 표지석이 있고

여기서 오백미터를 더 가면 새로운 중간지점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다

어찌되었든 남한 백두대간 735km중에 365km를 지나쳐 반을 넘고 있었다

벌써 세번째 지나가는 자리이건만 생소하기만 하다

길을 제촉하여 923봉을 지나고 931봉을 지난다

주로 명산은 쭉 올라갔다 내려오면 끝이나지만 대간길은 올라갔다 내려왔다

수십번을 하는통에 진을 뺏다 다시 기운을 차렸다 지구력 싸움이라

각오가 필요한데 얼마가지도 못해 사단이 났다

내리막길에서 떨어지는 돌멩이에 오른쪽 발목과 종아리 사이를

한방 얻어맞았다

뒤에서 쫒아오던 일행의 발뿌리에 걸린 돌이 굴러 떨어졌나본데 하필 나를 때리고 아래로 굴러간다

처음에는 쿵소리와 뻐근한 통증이 밀려왔는데 걷다보니 아픈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황량한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 불어오고 하나둘 힘없는 비가 내린다

쌓인 낙엽위로 내리는 얇은 빗방울이 등산화에도 튀겨 신발도 무거웠다

우의를 꺼내입고 테이핑과 무릎덮개로 감싸고 발토시까지 하고 걸었더니

비는 내려도 달아오른 몸은 얼굴로 올라와 화끈거렸다

대미산까지는 고도를 점점 올라서야 하기에 토시를 벗어내려도 걸으면 열이 났다

중간지점에서 2.6km떨어진 981봉을 넘어 다시 2,5km떨어진 새목재 문수봉갈림길이다

이곳에서 백두대간은 좌측으로 구십도 방향을 틀어야 하므로

알바를 주의해야한다

아무생각없이 앞사람 뒷꽁무의만 따라가다간은 제천의 문수봉까지 가는수가 있단다

우리도 띠지가 달린길로 들어섰다 십미터도 못되어 돌아섰는데

앞서가던 선두그룹이 몽땅 얼마쯤 갔다가 뒤돌아오는 실수를 저질러

졸지에 꼴지로 따라가던 내가 선두가 되는꼴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빠른 발을 따를수는 없어

눈물샘 갈림길이 나오기전에 선두그룹은 모두 나를 앞지르고 다시 나는 꼴찌다

헬기장을 지나고 드디어 해발고도 1115m의 대미산 정상이다

대미산은 조선 영.정조때 발간된 문경현지에 의하면 눈썹먹 黛와 눈썹 眉자를

쓴 대미산이라도 등재되어 잇는것으로 보아 먹으로 그린 아름다운 눈썹같은산이라 비유하고 있다

대미산을 중심으로 동쪽 여우봉에서 서쪽 포암산으로 이어지는 1062봉까지의 능선이

눈썹같은 형상의 산세라 한다

반면에 퇴계 이황은 大美山이라고 명명 하여 크게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으로 썼단다

지금 정상석에는 大美山으로 적혀있다

충북 제천시와 경북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며 문경지역에서는 모든산의 주맥이 되는 산이다

버스에서 아침으로 먹은 찰밥은 벌써 소화되었나 배속에서 밥때가 지났다고

꼬르륵 소리가 난다

딱히 비를 가려줄 쉴만한곳은 없고 비는 내려 빨치산 훈련하듯 빗물섞인 빵을 서서

꾸역꾸역 집어넣고 물 한모금을 입가심만하고 갈길을 제촉한다

하산하여 문경 순대국을 먹는다니 간단히 요기만 해야해서 빵도 남겼다

후들거리던 다리도 먹을것이 조금 들어가니 나아졌다

부리기재에 다달으고 이제 내려갈일만 남았다

부리기재 고개는 해발고도 879m로 상당히 높은 고지이다

이곳에서 곧장 올라서면 포암산방향으로 대간길이 이어진다

부리기재는 예전에 짐을 지고가던 사람들이 짐을 부리고 쉬었던 고개라서 부리기재라고 불렀다 한다

보부상이나 짐꾼들이 어디든 힘들면 쉬는곳일텐데 딱히 이름지을만한것이 없었나 보다

신유사옥과 기해사옥당시 충청도 지방의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이 고개를 넘어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부리기재에서 오늘의 날머리인 박마을까지는 2.5km 계속 내리막이다

어찌나 가파르게 내려가야 하는지 내리막이 징글징글 지그재그로 만들어져 있었다

예초에 길은 없었겠지만 처음걸었던 자도 몹시 힘들었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안보이기는 한참전이고

워낙 넘어질까 두려워서 조심하다보니 이제는 주어진 시간안에 하산할것이 걱정이다

한시간이나 시름하며 가파른 하산길을 내려섰더니 오히려 땀이 났다

오전에 돌에 맞은 종아리 아래는 아무 증상을 못느끼겠고

무릎은 무겁게 느껴질즈음에 완만한 산길로 접어들어 드디어 출입금지 지역을 벗어나

마을길로 하산했다

간신히 주어진 시간 5시간 산행을 마무리 하고 문경 시장으로 가서 순대국을 먹었다

처음에는 돼지냄새가 역겹더니 한숟갈 먹고 또 먹으니 국물이 고소하고

먹을만 하여 속이 풀리고 든든했다

산꾼들 따라다니다 보니 식성도 성격도 습관도 바뀌고 있다

외국사위 입맛에도 맞을려나 이인분 포장된 순대국을 들고 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