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8. 10:22ㆍ백두대간
일시-2020년 1월7일 화요일 비
장소-백두대간 도솔봉 구간 남진
코스-죽령(696m)-샘터-흰봉산 삼거리(1291m)-삼형제봉(1259m)-도솔봉(1315m)-1185봉
-묘적봉(1186m)-묘적령(1015m)-고향치
백두대간8.3km+접속거리 2km=10.3km 5시간30분 걸림
겨울비가 내린다
눈이면 좋으련만 우중산행을 하게 생겼다.
라고 썼다 그리곤,
간신히 사진만 올려놓고 컴퓨터를 열고 닿는것조차 여유가 없다가
썰물처럼 식구들이 하나둘 빠져 나가자 드디어 내시간이 돌아왔다
지원이가 시집가서 아들을 낳고 어린 아들과 첫번째 친정나들이를 하는 바람에
지난 연말과 새해를 어떻게 맞이했는지 정신없이 지났다
내가 낳은 한명의 딸이 세명이 되어 돌아왔으니
셈으로 치면 부자가 된것은 틀림없는 계산이라 몸과 맘이 동시에 부풀어
한동안 붕 떠 살았다
동생보다 먼저 결혼하고도 출산은 늦은 지혜가 낳은 딸까지 합류하니 두 딸 가족 여섯명에
아직 미혼인 아들녀석 우리 부부까지 합하니 아홉이다
숫자로만 따지자면 열도 안되는데 왜 그렇게 부산스럽고 정신 사나운지
우리가 자라고 성인이 되어 시집장가가서 스무명이 넘는 손주들이 모여 북적거렸을
예전을 생각하니 엄마 아버지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골골대는 나만 시름거릴뿐 누구하나 크게 병난곳 없고 다친곳 없이 무사하게
지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오랜만에 긴 휴가를 얻어 자식들은 형제 자매 우애를 다지고
우리는 손주들과 추억을 만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암튼 경자년 새해가 밝아온지도 벌써 스무날째다
보름전 대간길에는 비와 진눈깨비를 고스란히 맞고 시작했었다
다시 대간길은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경계인 죽령에서 남진이다
죽령 고개는 격암 남사고가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고 말했던 소백산 산행의 기점이기도 하다
참으로 높고 크되 저 홀로 존귀하지 않고 그저 아래위로 널리 덕을 펼쳐 거느리는 산인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고갯마루가 오늘의 들머리이다
죽령터널 아래 고개는 해발고도 696m 상당히 높은 지역이다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약해졌어도 처음부터 우의를 입고 시작이다
차라리 눈이길 바라지만 눈이나 비나 산행하기에는 지랄맞은 날씨다
오늘의 최고봉인 도솔봉까지는 칠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려야 하므로
우의안에는 시원한 차림이 낫다
춥다고 껴입고 가다가는 비닐옷속으로 땀범벅이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차고 갔던 발토시를 벗어버리고 얇은 바람막이만 입고 가도 춥기는 커녕
걸을때는 몸에서 열이 난다
안내지에 따르면 1.3km를 오르면 샘터가 나온다고 했는데 샘터는 보지 못하고
다시 2.1km의 급경사를 올라 흰봉산 삼거리다
천미터 고지로 오를수록 비는 눈으로 변하다 다시 비와 눈으로
산길은 엉망이다
아이젠을 차고도 미끌거렷다
해발고도 1291m의 삼거리에서 대간길은 좌측방향이다
직진했다가는 대간길에서 떨어진 흰봉산이 나온다
다른 구간보다 월등히 짧은 구간임에도 구린 날씨와 미끌거리는 바위길로
더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삼형제봉 바위길과 도솔봉 가는길은 철계단과 암릉길을 오르내리느라
체력소모가 많았다
오를수록 나무계단과 바위길은 눈으로 덮여있었다
험란한 능선을 빠져나와 드디어 도착한 해발고도 1314.2km의 도솔봉이다
어렵게 올라왔건만 소백산 마루금들이 살아 움직일 능선은 간데없고 잿빛 구름과 하늘뿐이다
도솔은 장차 부처가 될 보살들이 머무는 정토로 즐거움만 가득하다는 이상세계를 말한다
일명 지족천이니 족함을 안다는 뜻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보살일때 머물렀던곳이고 미래불인 미륵보살이 지상으로 내려갈때를
기다리며 머물고 있는곳으로 도솔천은 현세가 아닌 미래를 위한 세계
불국토 도솔천에 태어나고 미래불의 강림을 바라는 민초들의 비원은 현세의 고통이 심할수록
미륵불에 의존하게 된다
구름속에 갇힌 도솔봉에 서니 아마도 이상세계란 뜬구름속에 꾸는 꿈인것만 같다
사실 삐끗하여 넘어지면 지옥으로 떨어지는게 현실이다
이제는 하산할길만 남았다
눈비를 맞은채로 천삼백여미터에서 조금만 지체하면 저체온증이 오기 쉽다
손끝이 시려왔다
오를때 벗어버렸던 장갑을 다시 끼고
정상에서 1.5km 떨어진 묘적봉으로 내려오는데 어느새 눈은 비로 점차 빗발로 가늘어졌다
바닥에 눈은 모두 녹고 빗물이 스며든 산길은 부드럽다
한나절만에 요동을 치는 날씨다
정상에서 삼백여미터의 고도를 내려 해발고도1015m의 묘적령에서 오늘의 대간길을 마치고
날머리인 고향치까지는 접속길 2km만 걸으면 되는데
묘적령에 다달으니 앞서거니 뒷서거니 후미그룹을 함께했던 일행은 벌써 없어지고
또 우리뿐이다 주어진 시간안에만 무사히 도착하면 되는데 왜들 뛰쳐 가는지 알수가 없다
선두그룹은 하산해서 술마실 시간을 벌기위해 그런다고들 하고
나머지는 절로 발이 빨라져서 그런갑다
선두그룹에서 시작해도 마무리는 항상 후미인 나는 오늘도 무사하게 산에서 내려온것으로
만족하고 그래도 주어진 시간 6시간보다는 삼십분 빨랐다
소백산구간을 마쳤으니 이제 머지않아 대간길은 태백산으로 달려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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