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차 닭목령에서 대관령까지

2020. 4. 1. 19:37백두대간


일시-2020년 3월31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고루포기산 구간 북진

코스-닭목재,닭목령-왕산 제1쉼터-왕산 제2쉼터-고루포기산(1238.3m)-제2쉼터-행운의돌탑

      -왕산골 갈림길-능경봉(1123.1m)-헬기장-삼거리,산불감시초소-대관령(845m)

       백두대간 13.8km+접속거리 0km=13.8km를 5시간 30분걸림



지난달 구부시령에서 댓재까지 온 대간길은 코로나로 인해 멈추고 말았다

왜 이런저런 핑계거리가 많은지 이번 백두대간은 완전하게 금을 못긋고 있다

나머지 일행들은 간덩어리가 얼마나 크면 그런 사회적 거리두기는

상관없단듯이 다녀와 난 또다시 이빠진 대간길을 걸어야한다

꽃 피고 새 울고 싹을 돋아 만물이 소생하는데

코와 입을 막고 애꿋은 검단산만 열한번씩이나 올라다니며 우울한 봄날을 보내야했다

아직도 백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판국이고 학교는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 근무가 대세인 지금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나

각오와 만반의 대비를 하고 원정산행에 따라 나섰다

석달이 넘어가자 집에만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지쳤는가

거리와 지하철 버스의 대중교통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가는내내 아침으로 주먹밥 한덩어리 먹을때만 빼고

마스크로 코와 입막음을 하고 눈은 안경을 쓰고 손은 장갑을 꼈다

운전자를 포함해 사십한명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버스안이

무슨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으시시하기도 하고 웃겼다

될수있으면 앞뒤로 목을 빼지고 않고 쥐 죽은듯이 앉아서 졸고 있었더니

목 근육이 뻐근하다

마스크 쓰고 손만 잘 씻으면 바이러스 할아버지가 와도 괜찮다 해도

한번의 휴계실을 거치고 목적지까지 가는동안 가까이 있는 사람이

무섭게 다가오기는 처음이다

버스는 드디어 들머리인 닭목령에 도착했다

137번 국도가 지나는 해발고도 680m의 닭목령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왕산면 왕산리 사이의 고개이다

닭목재라고도 불리며

풍수가들은 이곳의 형상을 금계포란형의 길지로 보고

이곳이 닭의 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닭목이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살풍이 불고 보호산이 없어 음지가 되어 흉터가 될수 있다하여

음기를 다스리려 산신각과 돌담 장승이 세워져 있다

버스에서 탈출했다

죽인다 해도 마스크 쓰고 산행은 못해 갑갑한 마스크를 벗어버리자

시원한 공기가 눈 코입 온몸 세포 안으로 침투된다

새삼 산소를 들여 마신듯 숨통 트이자 살거 같다

산림 대장군하고 숲에 여장군은 여전히 당당히 서서 나른한 봄을 만끽하고

일행들은 어느새 대간 숲길로사라졌다

발만 빠른게 아니라 행동도 민첩한 대간팀 따라하기는 처음부터 무리다

정해진 시간안에만 날머리에 무사하게 도착하면 될일인것은

남자들 아니 대간타는 여자들은 버스에서 내려놓기만 하면 승부욕이 활활 타오른다

마음만 앞서지 몸이 안따라주는 나는 초반부터 그들대로 했다간

절반도 못가서 발병이 나고 말것이다

닭목령을 지난 대간길은 완만하게 오르내려 임도를 지난다

산을 파헤치기라도 한양 훤하게 민둥산이 된곳은 목장이다

한우 목장을 끼고 대간길은 이어진다

제 1쉼터와 제 2쉼터를 지나는 동안 별 무리없는 길로 걷기 쉬우나

곳곳에 눈이 얼어붙은 곳이 있어 조심해야 했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 고루포기산까지 산행시작 6.6km 점심때가 훌쩍 넘었다

덥지고 춥지도 않은 날씨에 바람도 간간히 불어 산행하기가 그만이라

쉴때도 바람막이가 필요없이 햇볕이 좋다

꿀물을 마시면서 걸었어도 너무 이른 시각에 아침을 먹었는지 밥때가 지나니

손발이 후덜 거린다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빵하나로 점심을 때우고 인증도 했다

해발고도 1238.3m의 고루포기산의 고루포기는 수수 우리말로 머릿골의 속어인

골패기의 표준음이다

또는 고루쇠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단다

단풍나무처럼 생긴 고로쇠나무는 특히 뼈와 몸에 이롭다는 물이 나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수액을 뽑아 수난을 당하기도 하는 나무이다

천미터가 넘는 이 높은 곳까지 와서 고로쇠물을 채취할사람은 없을거 같다

정상에서 내려가는길에 음지에 제법 눈길이 있어 미끌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요즘 오히려 갑작스런 눈과 얼음으로 위험이 곳곳에 있어

주의를 요한다

강원도 산은 겨울과 봄 바통터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삼척의 횡계리 방향으로 내려서는 삼거리를 지나고 전망대를 지났다

길은 다시 쉼터를 지나 왕산골과 샘터 전망대를 가르는 삼거리를 지나 샘터로 이어진다

마른 낙엽위로 풀어진 흙을 밀고 빼꼼하게 피어낸 복수초가 유난히 노랗다

올해 들어 처음보는 복수초이고 오늘 들어 처음보는 꽃이다

샘터는 예전에 샘터가 있었나 흔적도 없이 산속에 새싹 움튼 나무들만 휑하다

산행 시작 네시간이 넘어가자 그동안 검단산 극기훈련도 모자란지 점점 지쳐간다

발길을 재촉하여 행운의 돌탑이다

누군가 처음 시작했던 돌무더기가 탑이 되어 지금은 오고가는 산객들의

행운을 빌어주는 탑이 되었을게다

이어 해발고도 1123.1m의 능경봉이다

능경봉 작은 정상석이 넓고 높은 파란 하늘아래 더욱 작아 보였다

북적이던 대간팀들도 없고 적막하여 코로나는 어디서도 찾아볼수 없는 청정지역이다

정상석을 뒤로하고 1.1km 하산해 헬기장을 지나쳐 산불감시초소로 하산했다

다시 임도를 지나 대관령휴계소까지 1.3km를 가야 오늘의 여정을 마쳐지는데

이곳에서 2.0km 떨어진곳에 제왕산이 있어 발빠르는자는 다녀올수 있는 거리다

오로지 대간길만 하기도 버거운 나는 아예 딴 길은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드디어 위풍당당한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가 보이고 대관령 휴계소가 나왔다

그 당시에는 고속도로가 얼마나 큰 숙원사업일지 비석만 봐도 알거 같다

땅으로 내려서니 산에서 잠시 잊었던 코로나 바이러스와 다시 전쟁이다

마스크로 가린채 강원도에서 서울로 상경하였더니 서울은 더 난리다

전세계에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수도권에는 해외유입 확진자가

많다는 뉴스가 뜬다

지하철은 마스크 승객들이 타고 내리고 사람들은 서로의 시선을 회피하고

무서운 세상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난리를 겪고 있는 현실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