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덕유산

2020. 7. 30. 09:50백대명산

일시-2020년 7월28일 화요일 흐린뒤 비

코스-무주 리조트-설천봉(1525m)-향적봉(1614m)-중봉(1594m)-백암봉(1503m)-동업령(1320m)

      -무룡산(1492m)-삿갓재 대피소-황점마을 주차장

     17km를 7시간 걸림

 

 

눈꽃 산행지로 유명한 덕유산으로 갔다

백두대간을 세번씩이나 하면서 그냥 지나쳤던 향적봉 인증하러 가는날

장마철 국지성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덕유산 향적봉은 백두대간길에서 비껴 있는 높은 봉우리다

육십령에서 북진으로 남덕유산을 거쳐 삿갓봉과 무룡산 동업령을 지나

백암봉에서 우틀하여 지봉을 거쳐 빼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을 걸으면서

체력이 모자라 덕유평전을 바라만 보고 지나쳤었다

향적봉을 가려면 백암봉에서 이킬로 떨어진곳으로

왕복 4킬로를 더 걸어내기는 무리였던 그날들이 생각난다

새벽녘 지하철을 환승하며 타다보니 곧바로 연결되지 않아

오전 6시50분에 떠나는 버스에 맞추기가 아슬아슬하다

살살 뜰어빼는 배를 달래면서 간신히 양재역에 도착한 시각은 십분도 채 남지 않았다

부랴부랴 급한 용무를 마치고 뛰었더니 버스가 정거하고 나도 도착했다

버스는 구름낀 도로위로 간간히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세시간을 달렸다

무주 리조트 주차장으로 미끌어져 들어가니

구름을 뚫고 해가 반짝 그러다 다시 해는 구름뒤로 숨는다

설천봉까지는 곤도라로 이동한다

성인 왕복 요금이 만육천원이고 편도는 만이천원이다

실버는 팔천사백원 삼십프로 깍아준다

편도 이용권을 사들고 코로나 때문에 발열검사하고 마스크도 썼다

거리두기 하려면 곤도라도 한두명씩만 타야는데

어쩌다 보니 칠십오세 할아버지와 합승하게 되었다

발이 아프다며 콧물도 흘리는 할아버지는 타이레놀을 먹고 간다며

걱정하는데 완주할수 있을지 나도 걱정이 된다

좁고 갑갑한 유리관 박스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데 낡은 곤도라는 느리게 느리게 올라갔다

산너울과 흰구름이 점점 발아래로 걸쳐지고 설천봉 너른 평지다

높은 산마루에 팔각정자인 상제루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비는 오지 않고 구름이 빠르게 움직인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육백미터 떨어진 거리로 구십미터의 고도를 올리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겨울 눈꽃 핀 향적봉 가는길에 오고가는 사람들로 밀려서 올라갔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스무명남짓 우리 일행뿐이다

빠르게 오르니 아무도 없는 정상석이 더욱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동안 사람들로 북적거려 쉴틈 없었을텐데 이런날도 있다

주변의 풍광을 모두 감추고 울퉁불퉁 정상석만 우뚝서서 남성미와 여성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해발고도 1614m로 남한에서 1950m 제주 한라산 1915m 지리산 천왕봉 1708m 설악산 대청봉에 이어

네번째 높은 봉우리이다

덕유산은 

전북 무주와 장수 경북 거창과 함양에 걸쳐 있어

크고 넉넉한 산이라는 산 이름 답게 크고 넓은 산이다

임진왜란등 난리를 겪을때 백성들이 이 산으로 숨어들면 적군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덕유산이라 해놓고 흙산인데 구천동이 있고 천석이 깊숙하다라고 쓰여있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에서 중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장수덕유산 육십령에 걸친 25km주능선이

해발 천미터를 유지하며 하나의 산맥을 이루고 있다

산맥 자체가 영남과 호남을 가르고 있고 그 남단에 있는 육십령을 넘어선

영취산에서 호남을 다시 남북으로 가르는 호남금남정맥이 뻗어나가고 있어

지형상으로 중요한 자리를 점하고 산이다

어두침침한 향적봉 정상을 벗어났다

내딪는 발 앞만 보일뿐 팬스건너 출입금지 지역은 침침한데 길가에 동자꽃이 환하게 피어 있다

산길 가다 전망대에 서 봐도 보이는것은 하늘인지 구름인지 희뿌연 운무뿐이다

초록빛도 희미한 나무들 사이 오히려 죽은 고사목인 주목이 피사체로 화려하게

모델이 되는날이다

전날 비가 많이 왔나보다

발등에 발목에 종아리에 손에 손목에 팔에 나무에 달린 빗물이 시원하게 부딪친다

해가 나올줄 알고 준비해둔 얼음물도 깜빡 잊고 안가지고 왔는데

하루종일 이 정도만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잔대에 맺힌 빗방울이 달랑달랑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오물거리고

비 맞은 나리꽃은 더욱 요염한 빗깔로 유혹한다

발바닥은 찐득거려도 꽃 구경하며 걷다보니 해발고도 어느새 1594m의 중봉을 지나고

덕유평전이다

너른 평전에 피어있을 키 낮은 싸리꽃과 꽃 떨어진 철쭉은 모두 안개속에 잠겨 있고

빼꼼히 가는길만 보일뿐이다

이어 해발고도 1503m의 백암봉이다

백암봉은 대간길로 이곳에서 싸리동재로 연결된다

동엽령가는길은 무성한 잡풀들과 산죽길이다

대나무의 일종인 산죽도 꽃을 피웠다

얼마전 마산에서 무리지어 핀 대나무꽃 구경하는 관광객으로 힘들다던 뉴스가

보도된적 있었다

백년에 한번의 꽃을 피워내느라 영양분을 모두 소모하여 말라죽는다는 대나무꽃은

나라에 큰일이 있을때나 피어난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꽃이다

붉은기가 있는 산죽꽃은 줄기인듯 아직 여리고 이쁘지도 않았다

비비추와 잔대 산철쭉 그중에 덜 핀 비비추와 청보라색 잔대꽃이 가장 이뻤다

동엽령이다

해발 고도 1320m로 백암봉에 이백미터 고도를 내렸다

이곳에서 좌측 용추계곡길로 하산할시 칠연폭포와 용추폭포를 지나 전북 무주군 안성면으로 갈수 있고

우측 반대방향으로 하산하면 경남 거창군 병곡리로 하산할수가 있다

동엽령에는 응급구급함이 있는 대피소와 나무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쉬어가기 좋은곳이다

점심은 빵 한개로 먹는데 일행이 따끈한 콘스프를 건낸다

눅눅하고 축축한 찬기운이 가시는듯 따뜻하다

추운날에 마시면 좋을듯한 비상식량이었다

이곳에서 무룡산까지는 4.2km 무룡산만 넘어 삿갓대피소까지 2.1km 황점주차장까지 3.4km

간신히 삼분의 일 지점이 지났다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의자를 양보하고 일어서는데 아까 그 할아버지는 

벌써 지쳐보인다

무룡산 가는길은 흙길과 바위길이 번가라 나오고 주변 풍광이라도 좋으면

다리 아픈것도 잊고 가겠는데 가도가도 그길이라 점점 체력소모가 더해간다

드디어 나무계단이 나오고 해발고도 1492m의 무룡산 정상이다

오전열시도 못되어 여태 걸어온길이 8.4km 이제사 절반을 지나고

삿갓 대피소만 내려가면 하산할일만 남았다

꿀물 오백을 다 마시고 포카리스 웨이트 이온음료 꺼내 마시고 다시 힘을 낸다

정상석을 벗어나면 조금만 지나면 이내 평원지대가 나오는데

비구름으로 가려진 시야가 안좋다

원추리 군락지에 꽃들이 유혹해도 소용없고 정신없이 데크길을 내려왔다

여태 구름뒤에 감춰둔 안개비가 하나둘 흩뿌리기 시작한다

타이어 데크계단도 빗물을 머금어 미끌거렸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사갓재 대피소에 다달았다

일박이일 종주하면서 세번이나 숙식을 했던 대피소이건만 크기도 작아보이고 낯설었다

아무리 높은 산장이라도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유럽 알프스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이층 나무침대와 지하실에 식당이 있고 밖에는 거품화장실이 있어 그런대로 지낼만했던곳이다

코로나로 국립공원 대피소들이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올해는 산중에서 밤을 새우는일은 없을것이다

매점은 이용할수있는지 공단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외부탁자에서 가느다란 비를 맞으며 딸기잼바른 식빵을 간식으로 먹고 화장실도 다녀오고나니

십분이 휘리릭 시간은 잘도 간다

지금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몹시 가파랐다

체력과 기력이 모두 떨어진 시각이라 내리막길이라고해서 쉬운것이 아니다

오르막처럼 숨은 차지 않지만 머리도 띵하고 다리도 후들거릴때가 되었다

테이핑을 했어도 왼쪽 무릎이 시끈거린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바람소리와 함께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빗줄기도 굵어졌다

습기 먹은 몸에 머리가 무거웠는데 비를 맞아 처음에는 시원하던 머리가 점점 써늘하고 차갑다

먹구름과 함께 밀려온 비구름은 안개비를 어느사이 장대비로 바꾸었다

갑자기 어둡고 바람불고 비오고 이러다 나도 빗물에 쓸려 버릴것만같다

하산길 옆으로 계곡물이 불어나서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빠르게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니 무섬증이 들어 절로 발이 빨라졌다

퍼부어대는 빗물이 눈으로 들어가니 눈을 뜰수없을정도다

배낭커버와 우의도 입을사이없이 몽땅 젖고 신발은 빗물로 철벅거리고

영락없이 비맞은 생쥐꼴이 되어 간신히 모자챙으로 침침해진 눈만 보호했다

드디어 마을 임도가 나오고 훤해지면서 비는 점점 가늘어지자 1001번 지방도가 나온다

날머리인 황점 매표소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시간 넘게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를 쫄딱 맞고 보니 옷을 갈아 입고도

한기가 들었다

여름철 더위산행보다 우중산행이 최고라고 여겼다가 된통 혼난 하루였다

모두 걱정했던 할아버지는 버스 떠날시각이 다 되어 나타났다

여성산우가 동행하여 감사하다는 할아버지

위험한 우중산행을 무사고로 마치는 노익장이 빛났는데

귀경하는 버스에서 스마트폰 동영상을 틀어놓고 가는바람에 역시 늙은티를 냈다

 

그뒤 감기몸살기운으로 며칠간을 빌빌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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