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4. 15:36ㆍ백대명산
일시-2021년 3월3일 수요일 맑음
코스-석남터널 입구-석남고개-가지산 중봉-가지산 정상(1240m)-아랫재-상양마을회관 앞
가지산과 운문산 일일 이산 예정이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어찌 될지 가지산을 찍고 그다음 컨디션에 맞추어 진행하기로 한다
워낙 먼거리에 있는 백명산이라 다른날보다 십분일찍 출발이다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괴산 휴계소에서 정차한후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와
안개가 걷힌 고속도로를 쉴새없이 달리고 달린다
네시간이 넘게 붕붕가는 버스에서 맨정신으로 앉아있기에는 너무나 고역이라
비몽사몽 꿈이라도 꿀수만 있다면 눈을 감고 있는게 차라리 낫다
쓸데없는 번뇌와 고민을 버스가 달리는 속도로 버리면서 오늘의 산행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버스는 서울에서 경기도 충청도를 지나 경상남도까지 왔다
석남터널 입구 화장실에 들렀다 버스로 터널을 통과해 산행 들머리다
가지산 정상까지는 3.3km 표지석이 있고 좌측 계곡에는 졸졸졸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어제 내린눈은 뽀얗고 그 새 등산객들의 발바닥 온기는 흙과 낙엽위를 덮었던 눈을
녹아 내리게 만들었다
눈녹은 물에 촉촉히 젖은 낙엽이 살짝 미끌거린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고 간이매점을 지났다
기온은 점점올라 나뭇가지에 달렸던 얼음 고드름이
하나둘 툭툭 바닥으로 머리위로 떨어진다
깨진 얼음 알갱이가 땀이 맺혔던 이마로 흘러내려 시원하다못해 청량감마저 돌아
나뭇가지에 매달린 얼음을 부셔 입에 넣었다
이는 시리고 혀는 차갑다
산 아래에서 바라만 보았던 하얀 능선이 이대로 녹아버리면 슬플텐데
올겨울 상고대 구경 한번 못한걸 보상이라도 하듯
나무계단이 이어지고 오를수록 햇볕에 반사되는 설경속으로 점점 들어가게 된다
태화강이 떠오르는 울산과 밀양이라는 도시를 경계하는 산이라서
어쩌다 산객들의 들리는 목소리는 경상도 어투가 대부분이다
이고장의 명산답게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고 있었다
중봉까지 오르는동안 눈꽃 때문에 눈호사로 발은 자꾸만 더뎌
숨이 찰듯 말듯 몸이 힘든줄도 모르게 올랐다
아직 한개의 봉우리도 찍지 못했는데 눈 풍경에 넋이 나가 사진 찍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워낙 늦게 산행을 시작한 탓도 있고 아침밥을 버스에서 내려 떨면서 조금밖에 먹질 못해
허기진탓도 있어 점심으로 먹은 빵도 어느새 소화가 다 되어버렸다
오늘은 배고파서 두산은 못 오를것같은 예감이 든다
나뭇가지에 맺혀 반짝반짝 투명한 얼음꽃도 이쁘지만
방금 내린 눈처럼 손끝을 갖다 대면 사라져버리는 희고 흰 눈꽃이 더 이뻤다
이어 해발고도 1167m의 중봉이다
육백여미터의 석남터널에서 시작한 산행이 벌써 오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린셈이다
발 아래 전망과 멀리 산능선이들이 하나둘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중봉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작은 바위길과 흙길이 번가라 있고
이윽고 가지산 정상에 다달으며 켜켜히 쌓아진 바위들 위로 가지산 정상석이 서 있다
해발고도 1241m의 가지산 정상이다
가지산은 태백산맥의 남쪽 여맥에 있는 산으로 이 산에서 크게 세방향으로 능선이 뻗어있는데
쌀바위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중에 서 있는 봉우리이다
울산 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및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원래 석남산이었으나 1674년 석남사가 중건 되면서 옛말에 가치를 나타내는 말인
가지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신라 흥덕왕시대 전남 보림사에서 가지산서라는 중이 와서 석남사를 지었다 하여 부른것이다
문복산으로 연결하는 북동능선과 운문산을 잇는 서쪽 능선은 경상남북도의 도계를 이르고
능동산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남서능선은 밀양시와 울산시의 경계를 이룬다
남쪽 사면을 제외하면 완만한 경사를 이른다
서쪽의 운문산과 나란히 솟아 있어 하나의 산에 쌍봉으로 보인다
오늘 연계한 산도 운문산이다
썬그라스를 벗고 보면 하늘색이 유난히 파랗다
파란 하늘아래 하얀 상고대 하얀 구름 몇가닥
파란색과 하얀색은 언제나 잘 어울린다
아담하고 야무진 구 정상석과 2021년 영남 알프스 로고가 선명한 덩치와
키가 큰 신 정상석이 우뚝하게 서 있다
옛것이 더 나은데 굳이 두개씩이나 세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백대명산 인증은 앱에 발도장을 찍고 사진을 찍어 올리면 인증대기로 있다가
알아서 자동으로 인증되는 형식이다
너도나도 백대명산 다니면서 꼼수를 부리는 사람이 없도록 올부터 새로 계발된 앱이란다
벌써 인증한다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기다리고 사진찍고
풍경 사진 몇장 찍고 나니 아직 갈길이 바쁘기만 한데 이십분여분이 지나갔다
곳곳의 바위에서 점심을 까먹는 사람들과 라면 끓이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명산 어디서나 보는 광경이다
산에서 담배 피우지 말고 불피우지 말라해도 말 안듣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산은 그런 사람들로 인해 짓밟히고 대형 산불로 번져 아프다고 아우성 거리는데
그런 소리는 왜 못듣는지 모르겠다
반면에 쓰레기를 주우면서 산행하는 선한 산꾼들도 많다
가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너른 헬기장 너머 능선과
사방팔방으로 돌아봐고 뱅 둘러 두겹세겹 산너울이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것만 같다
길고 길게 이어진 산능성이 따라 아름답게 이어진 천미터 고지의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 등
여덟개의 산들에 눈이 쌓이면 마치 앞프스의 모습 같다하여 이 일대를 영남 알프스라고 불린다
가지산 일대는 봄에는 철쭉으로 여름에는 신록으로 가을에는 억새로 겨울에는 흰눈으로
사람들을 많이 모이게 만드는 산이다
태백산맥의 남단부의 산악지대를 형성하는 화강암 바위 정상 주변에는
대간길에서 마주했던 바위들과는 비교적 작지만 험준한 바위들이 밀집되어 있고
군데군데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허기사 동네 낮은 산에서도 넘어지면 다치는데 명산이라하여 다치지 말라는 법은 없어
산행 시작도 하기전 오늘 오전에도 이곳 정상에서
홀로 나선 여 산객이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헬기가 떴다는 뉴스를 접했다
풍광이 아름다워 더 머물고 싶은 충동이 가득찼으나 정상석을 뒤로 하고 헬기장으로 내려서
다시 길을 이어갔다
곳곳에 얼은 암봉길이 나와 아이젠을 찼다 뺐다 했다
1060m봉우리를 지나고 밀양고개 갈림길을 지나고 나면 서서히 하산길도 완만해지고
얼음꽃 눈꽃도 사라진 삭막한 산길이다
드디어 아랫재 고개에 닿았다
가지산 산행을 세시간 삼십분이 넘게 진행하다보니
운문산 산행은 시간이 촉박하게 생겼고 허기도 지고 무엇보다 체력이 딸리게 생겨
운문산 정상은 고개 들어 바라만 보고 산행 날머리로 발길을 돌렸다
아랫재에서 운문산까지는 1.2km 상양마을 입구까지는 2.9km이다
상양마을로 내려오면서 거의 평지길이나 진배없이 걷기 쉬운길이라
에너지젤이라도 삼키고 육백여미터쯤 고도는 올랐다가 내려 올수있는데
방금전 운문산 포기를 후회했다가 또 잘한 선택이라 애써 맘을 다스렸다
어떻게든 체력의 한계를 너머 도전했던 백두대간 할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명산을 다니니까 내 맘대로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가도 되어서
부담스럽진 않다
산아래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상양마을 깊숙한 마을회관까지 걸어 내려오는동안
구불구불 사과나무 밭이 많은 마을에도 스멀스멀 봄기운이 들었다
매화 나무 서너그루에서 꽃을 피워 조용한 산골마을이 달큰한 봄 냄새가 났다
그런데 인적이 드물어 꼬부랑 할머니 단 한분만 보일뿐이다
덕분에 한시간이나 남는 시간동안 느긋하게 짐을 정리하고 배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