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황매산

2021. 5. 5. 17:11백대명산

일시-2021년 5월4일 화요일 비

코스-떡갈재-민봉-황매산 정상(1113.1m)-황매 평전-배틀봉-산불감시초소-모산재(영암산)

      -순결바위,황포 돛대바위-영암사지-모산재 주차장

 

 

진달래철은 지났다

바야흐로 철쭉철이다

아파트 화단이고 도로가고 동네에 시글시글한 철쭉꽃 구경하러 일부러

산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꽃 구경 보단 백대명산 인증이 우선이라 흐린날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오후 비 예보가 있어도 황매산으로 갔다

참꽃과 개꽃 차이를 익히 알고 있고 깊은 산에서는 순수하게 투명한 진달래가

어느 꽃 보다도 이뻐 딱히 기대없이 간 황매 철쭉산에서 붉은 꽃물에 넋이 빠질뻔했다

 

59번 국도를 빠져나온 버스는 장박 소류지가 가까운 차황대병로에

일행들을 풀어놓았다

트랙 지도상으로 들머리인 떡갈재는 조금 못미쳐 있었다

산행 시작에서 정상까지는 3.47km 육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려야 한다

황매산 안내판과 표지목은 경남 산청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어느새 연두빛 나뭇잎들은 초록으로 변색을 하고 손톱만큼 작았던것이

나풀나풀 커졌다

초입부터 쉼없이 오르막이다

그동안 바위산만 타고 다닌 사람모양 얼마만에 만난 흙산인지 몰라

오르막도 힘들지 않고 편하기만 하다

가끔씩 놓인 계단은 흙속에 나무 막대기만 박아 놓은 계단이다

이왕지사 오르내리기 편하게 해줄라면 네모 반듯한걸로 놓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발을 딛기가 피로하게 둥글둥글한 막대기를 그대로 썼으니

아마도 등산을 안해본 사람일게다

사십분만에 사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려 갈림길이 나오는데

떡갈재에서 오르면 이곳에서 만나게 된다

지역은 산청에서 합천으로 바뀌어 표지목에는 경남 합천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어 산 너울의 조망이 나타나며 철쭉꽃길이나

안개인지 구름인지 내려앉은 가스로 인해 앞이 뿌옇다

딱히 표시되어 있지 않아 민봉이 어딘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정상을 향해 갔다

한낮임에도 점점 어두워지는 날씨는 금방 뭐라도 쏟아질것만 같다

발걸음은 빨라지고 웅성웅성 사람소리도 들린다

합천의 대병면 마을로 하산길인 삼거리를 지나고

무학굴 갈림길을 지나 산행 시작 한시간 삼십여분만에 정상이다

정상은 어두컴컴하고 바람이 차게 부는데

언제 어디서들 올라왔는지 인증하려는 사람들은 긴 줄로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다

정상 바위나 하늘이나 검은 잿빛으로 귀신이라도 나올 기세다

움직일때는 추운지 모르다가 몇분 기다리는 동안 손이 시러울 정도라

바람막이와 겉옷을 껴입고 인증을 마쳤다

정상석은 두개로 날카로운 바위위에 있는 옛것과 그 아래 새것 두개의 정상석이 있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고도 1108m 황매산은 가야산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데

경남 합천군 대병면과 경남 합천군 가회면 경남 산청군 차황면에 걸쳐있는 산이다

소백산맥에 솟아 있으며 능선은 남북으로 뻗는데 북쪽의 월여산과의 사이에는 떡갈재가 있고

남쪽으로 천황재를 지나 감암산에 이른다

동남쪽 사면으로 흘러내린 계류들은 사정천을 이루고 양천에 합류된뒤 경호강으로 흘러든다

북쪽 사면의 계는 황강지류인 옥계천을 이룬다

정상 아래 팔구백여미터 초원의 목장지대가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를 이뤄

소백산 지리산 바래봉과 함께 철쭉 명산이 되었다

수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화하여 황매산에 들어오면 굶어죽을일 없어 예전엔 화전민들이

몰렸던 곳이다

코로나도 무섭고 날씨도 안좋은데 꾸역꾸역 오르고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만원이라

정상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전망대에 서봐도 철쭉 평전은 구름바다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배도 고프다

바람만 피할수 있다면 적당한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밤인지 낮인지 운무속 정상을 빠져 나와 드넓은 황매산 철쭉 평원으로 들어섰으나

꽃밭은 몽롱하여 가까이 다가가야 지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 데크길은 아래로 아래로 길게 이어져 꽃 구경 하며 지나가기에는 완성마춤이나

꽃은 보일듯 말듯 구름이 걷혔다 끼었다 장난을 친다

데크를 두고 양쪽으로 산청과 합천으로 갈린다니

두 지역의 천상화원 대결이다

빗자루로 한번 싹 쓸어버리면 운무가 저편 하늘로 날아갈텐데

도리어 빗방울을 떨어 뜨리다니 산신령이 목이 말랐나보다

끝없이 펼쳐진 꽃 행렬일텐데 아쉽다

그래도 가까이 다가가면 진분홍꽃은 궂은 날에도 한없이 웃고 있다

해마다 사월말경에서 오월초순까지 이어지는 공식적인 축제는 없어도

전염병이 대수인가 피어나는 꽃들 때문에 오늘처럼 날씨도 지랄맞고 평일임에도

꾸역꾸역 사람들은 오고 간다

꽃 놀이를 하며 걸음을 지체하다보니 시간 가는줄 몰랐다

황매산성을 지나고도 철쭉밭은 아래로 아래로 맨처음 누가 꽃을 심었는지

철쭉 군락지는 넓기만 하다

신라와 백제의 격전지로 할미산성이 구전되어 오면서 황매산성이라 불린다는

산성이다

새로 조성된듯 옛모습은 없었다

하늘계단을 내려 황매산 철쭉 제단도 지났다

오토 캠핑장이 보이고 주차장이 보여 이로써 산행은 마무리 되나 싶어

운무속에서도 이정도 눈호사면 할만하다 여겼더니

아직 산 하나를 더 넘어야 한단다

모산재를 거쳐 하산하는 길이 만만치 않다는것은 하산하고 나서야 알았다

재나 치는 산과 산을 이어주는 또는 산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개로나

알았지 산인줄 꿈에도 몰랐다

철쭉 군락지를 벗어나 1.5km 모산재까지는 얼마든지 걸으면 힐링되는 숲길이다

똑똑 머리카락 속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오히려 머리를 시원하게 만들고

두통도 사라지게 하는 마약이다

이어 해발고도 767m의 모산재다

합천팔경 가운데의 팔경에 속하는 모산재는

옆과 뒤에 여러개의 고개가 있고 재와재를 잇는 길 가운데 산이 위치한탓에

산이름에 재가 붙었다 한다

아무튼 가보지 않는다면 헷갈린다

동네사람들은 잣골등이라고도 부르고 신령스런 바위란 뜻으로 영암산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라 방금전 흙길을 걸었던게 맞나 싶다

돛대바위 부처바위 순결바위 물고기 바위 온갖형상으로 신비하고 묘한 산임에

틀림없다

빗방울은 빗줄기가 되어 바위를 적시고 이마를 타고 내리는 빗물이 눈으로 들어가

쓰라리고 침침하다

하늘도 사람도 컴컴하니 간담이 서늘하다

신라말 대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이 수도를 했다는 득도 바위도 빗물이 쓸어내린다

꽃 구경한 댓가가 혹독했다

바위를 뚫고 각도가 급한 계단을 내리고 간혹 밧줄도 잡으면서 다시 바위길을

지나야만한다

모산재를 빠져 나오느라 한시간을 고생하고 영암사지 갈림길이다

이백미터만 가면 영암사지가 나오는데 꽃 구경좀 했다고 된통 혼나며 내려오니

가고 싶은 생각이 도통없다

신라시대의 절터에는 여러 유물 유적이 있겠지만 눈길도 안주고

임도인 시멘트 도로를 걸어 내려 날머리인 가회면의 황매산로에 도착했다

오후 다섯시가 넘어서야 내린다는 비는 굵은 빗줄기로 변해 거세졌다

주어진 여섯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빠르게 하산했지만 속옷까지 젖어버린 옷이 걱정이다

대간길 걸으면서도 바람불고 진눈깨비 내리던때가 무서웠지

이깟 비 정도는 무섭지 않았다

간덩이가 커졌나 웃도리만 갈아입고 아랫도리는 수건으로 대충 닦고 체온으로

말리면 될것이다

화무십일홍이라 수십만평 산정에 붉은 철쭉은 낮은곳에서 높은곳으로 이동하며 피는

열흘간에 허락된 꽃 잔치다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구절초와 억새가 천상화원을 이룬다는 황매산도 처음이었다

흐리다 비오다 그러거나 말거나 꽃은 피어나고 나는 탈속하여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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