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청계천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10. 1. 31. 20:12

 

 연말에 왔어야 화려한 불꽃트리를 구경할텐데

쉽지 않은 나들이가 사는게 뭔지 참,그게 잘안된다.

아직 남아있는 불꺼진 트리에는 새해소망을 실은 카드들이

 어디선가에 있는 주인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휴일 청계천변은 오고가는 사람이 많았다.

서울이 조선의 구정물이 흐르는 갯천을 덮고

세계로 뻗어나가겠다고 의기양양 삼일고가를 세우고

노점상인들을 내려다보며 쭉쭉 달렸던 때가 엊그제인데,

상인들은 골목으로 비켜나고

자존심 강한 고가다리 허물어지고

조선의 다리 들어내고 물길이 트였다.

자연의 흙이 아닌 시멘트로 애써 만들어서

이끼낀 바닦이 아쉬운점이기도 하다.

 

 

 

 

 

 

 

 

 

 

 

광통교 다리위로 올라서니 을지로로 바라보이는 차없는 거리에서는

신명나는 나이든 농악패가 가는행인들의 발걸음을 쉬게 한다.

시골촌년인 우리같은 사람은 의례 겨울 농한기나 정월대보름에 흔히 듣던 소리나

서울살이 삼십년이 넘다보니 그소리도 웬지 정겹워서

노래방 템버린이라도 흔들어줘야 될것같다.

외국인들은 연시 카메라를 들이밀고 찍어댄다.

안방 깊숙히 들어온 외국인들이 하도 많고

지하철을 타봐도 뭐 흰둥이 노란둥이 검은둥이 들이 섞여있어

단일 민족이란 낱말이 사전에서 고어라고 쓰여질날도 있을듯 싶다.

 

아마츄어 예술인들이 무대이기도 한 천변은 도로보다 온도가 낮으니 겨울엔 보온이 필수다.

공교롭게 서너번 오게된게 겨울이어서 그때마다 몹시 추웠던 기억이 난다. 

 

 

 

 

 

 

 머지않아 없어진다는 피맛골에 들러 저녁을 때우기로 맘먹고 끊어졌다 이어지는 골목길로 향했다.

화려한 종로통 뒷골목 피맛골의 역사와 술주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젊은 연인들이 주로 찾는 귀금속가게에서는 아직 초저녁인데도 목에 걸어보고 손가락에 끼어보고 왁자지껄하다.

몇몇 주점은 가까이에 있는 서울 역사 박물관으로 고스란히 건물이 옮겨져 전시하고

나머진 흔적없이 사라져 훗날 예전엔 그랬었지 하며 추억길로 남을것이고

시대를 잘 잡은 어떤이는 상류층에, 쫓겨난 어떤이는 하류층으로 갈라설것이다.

아,옛날이여...할때가 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