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표범폭포 가는길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10. 7. 26. 13:54

 

칠월 마지막주 휴일에 나들이는 뜨거운 태양 아래 함께한 하루였다.

 어디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바빠지는것이 주부다 .

식구들 아침밥을 챙겨주고 설거지하고 세수하고 뭐라도 좀 찍어바르고

 옷 갈아입으면 대충 한시간을 훌쩍 지난다.

8시 30분에 집을 나선다는 남편의 통보는 나의 작은 일들을 빨리 하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아침먹고 커피마시고 가지고 갈 수박과 얼음물을 챙기고 대충 준비가 끝나고

옷도 최소한만 가리는 시원한 복장으로 나섰다.

마을버스가 애써 기다리면 오지 않아 사람 피를 말리때가 한두번 아니더만

오늘은 아파트 경비실을 나서자 마자 도착해 하루 일정이 순조로워질것을 예감했다.

성내역에서 2호선에서 7호선으로 도봉산 수락산 역이 지날때마다

 등산복 입은 사람들은 무슨 행군이나 하는 사람들처럼 우르르 몰려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1호선 갈아타 동두천에서

또 다시 경원선인 동두천에서 신탄리를 운행하는 통학기차를 탔다. 

오늘 날씨가 올여름들어 제일 덥다는 할아버지들이 큰소리는 열차안을 더 덥게 만들었다.

나이든 남자들이 갈곳이란 탑골공원이나 경로당밖에 없는 현실에서도

 다리심이 남아돈 남자들은 전철은 꽁짜고 국철은 500원밖에 안하는 이런 열차여행을 한다 한다.

하루종일 바쁘게 다니는 하바드 대학,하루종일 와이프만 따라다니는 하와이대학,

전철이나 국철을 타고 다니는 전국대학,

퇴직해 귀찮아지는 영감들을 빗대어 하는 유행어다.

할아버지 일색이고 어쩌다 할머니 하나 끼면

그날 여행은 먹을것과 재미진 얘기거리가 많아진다.

죽을때까지 할일이 있어야지 무기력한 남자들 잔소리는 보기도 듣기도 싫다.

어쩌거나 남자는 안사람 모양 집에 있는것 보단

바깥사람 같이 바깥으로 나가야  아내나 아이들한테도 대접 받는다.

남의일이 아니라서 더 걱정이다.

 기죽은 노인들 건강에 맞게 미미한 에어컨 바람이 불고

 한시간 내내  떠들어 대는 자칭 청년노인 때문에 귀가 다 멍멍하다.

자석도 모자라 오르고 내리는 문옆에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지나가는 시골풍경을 구경했다.

북쪽에 위치한 경기도는 논보다는 밭이 많고 그밭에는 유난히 콩밭이 많았다.

땅을 일구며 그땅에서 나는 작물로 먹고 살아가는 허리굽혀 일하는 뙤얕볕 농부도 가끔 눈에 띄었다

 

 

 

11시30분,집 나서서 3시간이 되어서야 종착역인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철로 중단역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서 내리고 타는 여행객들이

 더 이상 북쪽 으론 갈수 없다 는것을 상기 시키는 역이다.

아침6시부터 밤22시까지 운행하는 이 경원선은

매 정시에 출발해서 소요시간은 1시간이 걸린다.

운행요금은 1000원이며 노인은 500원을 받는다.

사방이 초록으로 뒤덮힌 산골 신탄리역에서 쉬지 않고 더 쭉 가면

 철원을 지나 삼팔선을 너머 북녘땅이 나온다.

영원히 마주치지 않고 평행선을 지켜야 사고 나지 않는 기찻길을 바라보니

좋았다 싫었다 변덕 심한 부부도 저 기찻길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면

헤어질 염려는 없을것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외치는 철로는 윤기 없이 간간히 녹이 슬어 있다.

 

고대산 정상(831,8m)올라서면 북쪽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한다.

고대산은 예로부터 옛 선인들의 예언적인 지명 조화신,

교화신,치화신의 전설이 있는 한국의 삼신산 중의 하나이다.

북녘땅으로 가는 길목을 볼겸 나선 고대산 표범 폭포행은 그리 험난한 산행은 아니다.

아름다운 숲 고대산 입구까지 역에서 훈짐이 폴폴 나는 아스팔트길을 대략 1,5km걸어야 하는게 고역이다.

전에는 입장료 1000원을 받았다는데 여기저기 체험학습장을 건설하는중 이라서 무료다.

네팔로 봉사활동 간다고 사준 딸내미 등산화가 지 발에 낀다고 내차지가 되어

나는 졸지에 등산화가 두개가 되었다.

다리가 후둘거려 제대로 산도 못타면서 오늘 신은 황금색 등산화는 화려하기 짝이 없다.

 

 

 

 

 

 

 

 

제 3등산로 입구로 들어서면 낙엽송 숲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장마철이고 어젯밤 비가 와서 그런지 보이지 않는 계곡에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마여울이라고 불리는 계곡이다.

정오가 지나가고 슬슬 어지러워 쥬스라도 먹고 싶은데 물 밖에 없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하는 남편과

 "폭포까지 가다가 배고파 죽겠다"며 실갱이를 버리다

발을 담그고 앉아 쉴곳을 찾았다.

점심으로 사온 김밥 두줄,신탄리 역에서 산 옥수수 하나,

그리고 수박과 냉커피까지 나눠 먹고 나니 살것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누가 처음 했는지,

나처럼 배고프면 손이 덜덜 떨리는 사람이었나 보다.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이 고대산은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돌격대와 토벌대의 발자취 였을것이다.

미 소의 강대국의 전략에 애꿎은 우리 민족들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생사도 모른채 떨어져 살았던 세월이

십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게 여섯번이나 뒤바뀌었으니

전쟁후 세대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포함,알리가 있나,짐작만 할뿐,숨막히는 살육의 현장을..

3년이나 넘는 긴 휴전협정끝에 그어진 땅따먹기 금긋기는 언젠쯤이나 지워질런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라고 열심히 목아지를 늘어 빼고 불러도

천암함 사건이 터지고 지뢰가 발견되고 하는걸 보면 아직 소원은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같다.

 

피톤치트가 풀풀 난다는 쭉쭉 뻗은 나뭇가지 사이로 한낮의 햇빛이 날카롭게 내리쬔다.

전날 내린비로 한결 물기를 먹은 잎파리가 생기가 넘친다.

청정지역에서나 볼수 있다는 이끼들이 바위틈와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은 흙더미에 새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이끼처럼 늘러붙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리와 욕망을 적나라하게 씹은 영화 이끼가 생각났다.

음습한 곳을 좋아하는 이끼가 있는 장소가  맑은공기 있는곳이라니 뭔가 어패가 있는것 같으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법 세상 사는것도 별반 다를게 없어보인다.

 

  

 

 

 

 암봉이라 불리는 바위를 앞에 두고 표범폭포 갈림길에서는 아찔하다.

한발치만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로 사람도 폭포처럼 떨어질판이다.

쇠말뚝을 박아놓은 정확한 위치에 발을 올려놓고 쇠줄을 꽉틀어 잡고 뒷걸음쳐 내려가야

드디어 폭포를 눈앞에서 볼수있다.

거세게 내리붙는 물소리는 내 목소리를 크게 만들었고

바위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은 한여름이 이곳엔 없었다.

혼자서 보기 아까운 물거품을 찍으려고해도 카메라 칩이 없어 아쉬운 순간이었다.

아들인지 딸인지 둘중 하나 빼간걸 확인 않고 가져온 내실수다.

몇몇 등산객들은 그 아찔한 바위를 딛고 폭포위 바위에 올라가는걸보고

나의 한계점을 파악한 내짝꿍과 나는 왔던 길을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산행은 내리막길 이라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신탄리역에서 파는 옛날 맛이 나는 옥수수를 만원에 16개를 사 기차를 탔다.

껍질도 안벗긴채 무겁게 사서 들고 오니

찐것을 사지 근천을 떤다며 남편은 한마디 건넨다.

 나는 더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온몸이 근질근질 해온다.

더위 식히려 왔다 아마도 더위 먹고 가는것 같았다.

 

그날밤,고대산 근처에서 꺽어온 빨간 봉숭아꽃물을 열손톱과 엄지 발가락에 꽁꽁 묶고 잤다.

 

그리고,폭포 사진은 어느고등학교 카페에서 빌려 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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