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일시-2011,6,8,수요일 양재역 7번 출구 10시정각
산행코스-청계골 계곡-약수터-매바위-매봉(582,5m)-바랑고개-원터골약수-원터골 입구-봉평 메밀국수-귀가
참가인원-김명숙,박정근,손진,이윤정,제성숙,한인숙 이상 6명 (가나다순)
좀 더 바람불어도 좋은 봄날은 도망 가버리고
사계절중 싫은 여름날이 바짝바짝 다가오고 있다.
지난주 아카시아 향기를 카페에 뿌려 줬던 그 동무들이 보고파 나선
초여름 산행길 버스에는 등산으로 건강하고자 하는 아줌마 부대로 만원이고
다리 운동 하기전에 입운동을 먼저하는 아줌마들은 쉴새없이 떠들어
조용해도 창문으로 따가운 햇살이 비쳐와서 더운데,
시끄러우니까 더 덥다.
북적거리는 주말 대신 평일날을,
사람들 발길로 닳은 넓은 길대신 오솔길을 좋아하는 애들은
남들이 많이 내리는 청계산 입구역에서 한정류장을 더가서
산행은 시작 되었다.
나처럼 사람구경 산구경 해찰이 많은애는 더딘 발걸음이 될것이다.
오늘의 등반대장은 화이파이브로 성공을 기원한다.
오늘도 무사히 산행하게 하옵소서, 중지에서 반짝이는 링도
나무관세음보살,아멘이다.
각가지 채소와 야채를 심어놓은 주말농장을 지나쳐 그늘진 곳에서
진해져가는 청계산 녹음과 잘어울리는 초록색 셔츠를 입고
진통제를 산다고 조금 늦은 진이와 합류했다.
요리로 조리로
햇갈리지 말고 잘들
따라와야 헌다.
알았어 알았응게,
너무 재촉은 허덜덜 말어,
잘가고 있응게.
갈길이 구만리고만,
한량같이 사진기만 들고 섰냐,
가자 가,
하이고,
밀집모자까지 눌러쓰고
벼르고 나와서 또 꼴찌다.
숨찰때는 사진박는다고
잠깐씩 숨 고르기도 해야
질게 가지,
산딸기래,
진안댁은 모르는게 없어
산중에서 터득한 지식은
보배중에 진보배.
진홍색은 시큼털털,
빨강색은 달콤새콤,
구슬을 뭉쳐 놓은듯
누굴 유혹혀?
요것 참,
야시시한 뱀딸기,
지천에 딸기들이 널려있어
날 좀 잡아잡수 하는군,
요것도 딸기,
풍년났다.
딸기를 두알이나 먹었다고 자랑하다
산에가서 이것저것 뜯어먹었다간 황천길을 못면한다고, 야단도 먹고.
이건,또 뭔 빨강 벌레여
빨간 사과를 엎어놓고 다리달린 벌레
청계산의 초록과 보색인 빨강은
관능미가 넘친다.
쉬었다 가자,
아니다,
조금만 가면 쉼터가 있응게 힘좀써라.
예라 모르겄다,나도 떡 한입 물어야지.
청계산 정상 가려다가
기(氣)떨어져 쓰러지겄다.
옛따, 넉셔리 음식은 아니래도
너도 한개 나도 한개.
아이고,
벗어 버려야지,
멋낼라다 겨울에는 얼어죽고
여름에는 떠 죽는다
오늘 하늘보다 더 파랑돌이 숙이뒤로
연두빛깔 나무봐라,죽이쥔다,
이까짓 쯤이야 뭐 산행이랄 것도 없지롱.
오늘의 산행이 고행길이 아니라
자연과 한마음 동행길 이어서
더워도 좋단다.
줄기를 꺽으면 똥색물이 질질,
애기 똥풀을 열심히 설명하는
이손의 임자는 누구여,
하늘길은 아시표 뱅기로
오솔길은 튼실한 다리로
올라가야 제격이다.
뭘 또 받아먹어?고구마여?
아침에 오븐에다 구운 고구마지 뭐긴뭐여,
영업맨 서방은 고구마로 힘써?
앞으로 매봉까지는 얼마 안남았으니
짬짬히 공부좀 하자.
청계산은
서울 서초구,경기도 과천시,성남시 의왕시에 걸쳐진 산이다.'
맑고 깨끗하여 선비들이 즐겨찾았던 청계산은
고려말 삼은의 한분인 목은 이색이 이산에서 숨어살았고
조선조 연산군때 일두 정여창도 이산 자락에 숨어 살아
그의 스승인 점필재 김종직과 벗인 한원당 김광필등이 연루된 무오사화를 애견하여
고비를 넘겨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도 제주 귀양살이를 마친 다음에 만년을 지냈다고 하고
암튼 풍수적으로 좋다는 자리는 사람들로 들끓어
지금도 청계산 자락에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등반객으로 북적대는 곳곳에는 음식점도 많다.
청룡이 승천 했던곳이라고 해서 청룡산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풍수지리학적으로 관악산을 백호 청계산을 청룡이라하여
'좌청룡 우백호'의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청계산은 이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맑아 청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라는 짐작일뿐 확실한 기록은 없고
한자로는 푸른 물줄기와는 상관없이 청계(靑鷄)로 푸른 닭이라는뜻이다.
높이 618m 주봉인 망경대를 가운데 두고 북쪽줄기에는 옥녀봉(375m)과 매봉(582,6m)
남쪽 줄기에는 이수봉(545m),국사봉(540m) 서쪽 줄기에는 또 다른 매봉(368m)
동족으로는 천림단(봉수대,323m)등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양재쪽에서 바라보는 청계산은 산새가 부드럽고 온화한 토산이지만
서울대 공원쪽에서 보이는 망경대는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 거칠고 당당하고
서쪽으로는 관악산 북으로는 우면산 대모산,구룡산이 연결되고
남으로는 바라산,백운산,광교산까지 연결된다.
청계산에는 주로 활엽수림,밤나무림,아카시아림과 소나무림이
식생하고 잇다.
산중턱인 헬기장까지 왔으면
고지가 바로이다.
일렬종대로 사진한장 박고
하나가 모자란디?
정기를 받아가라는 돌문은
삼각형 구녕으로 빛이 들어온다.
열바뀌를 돌아야 정기를 준다고
열심히 숫자를 세며 도는 여인들속에는
한번만 쑥 들어갔다 나온 지멋대로 여인도 있다.
특별히 폼잴것도 없이
돌덩이만 잡고 서도 모델인데
그와중에 언제 또 손가락까지 뻗쳤어,
허리굽혀 키맞춘이
오늘밤 허리좀 아플텐디,
허리는 뜨거운 찜질로 얼굴은 차가운 얼음으로
오늘밤 할일이 많다.
선국 선열의 보훈의달 유월에는
나라 위해 살다간 영혼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산행도 해야한다.
안되면 되게하라는 특전사 공수 250기는 3주간 지상훈련을 마치고
1982년 6월1일 자격강하를 실시하기위해 공군 수송기(c-123)에 탑승하였다.
강하장으로 이동중에 짙은 안개로 방향을 잃고 공군 수송기는
청계산 상공을 비행중 추락하고 만다.
53명의 유해는 동작동 현충원에 안치되고
조국의 부름을 받고 창공의 꽃으로 살다간 영령들을 기리고자
청계산 중턱 성남시 서북방 7km에 충혼탑이 있다.
매바위가 정상 인줄 알고
청계산 매바위라고 적힌 비석을 끌어안고 좋아했더니
100m를 더가야 진짜 봉우리가 나온단다.
매가 앉아 쉬었던 바위인지
바위가 크긴 엄청 크다
한여름밤 달보며 별보며 누웠다 가면 좋을 바위
구르면 그냥 간다.
다정도 병이여?
너무 달라 붙었어
그러다 병 날라,
허리 춤에 손을 얹여야
제대로된 폼이 나와,
이렇게.
정기 먹을려고 열바뀌 돌았어?
난 바위 돌다 머리돌게 생겨서
안돌았지롱,
바위덩어리 뒤로 보이는
먼산이 관악산의 능선
쬐끔한 땅덩어리에 산도 많다.
오늘 가고자 했던 정상
드디어 도착,
늙수그레한 남정네들은 오이를 안주삼아 동동주 한잔씩 하던만
나는 술이 아니여도 낮술한잔 걸친 여자처럼 벌겋고
살이 빠지기는 커녕,종아리알은 더 커졌다.
바위에 찌대고 서고
철퍼덕 앉아도 보고
언제 또 손가락 두개를 뽑았데,
그 젊은 양반이 두장이나 찍어주었어
암튼 남자들은 잘한다고 추켜 세워줘야 잘한다니까,
밖에서 배운 공부는 집에 가면 실천하자
살인 애교 누구는 조금 자제하고,
이게 바로 인생길이여,
슬픔 아픔 고통 절망속에서 구불퉁거리며 살다가도
찾아가는 아름다운 인생,
꽃이여? 잎이여?
꽃인지 잎인지 도통 모르는 매력은
나그네 발길을 잡고,
요것도 산딸기 나무라더만,
하얀잎은 꽃받침이고 고 안에 콩만한것이 꽃,
오늘 딸기들은 섭렵 했다.
청계산 속에서 국민체조까지 험스로 가는 여유는
왠만한 등산객은 없다.
난 그저 쉬자소리만 안하고 갈수있다면
바랄게 없는 여자이고.
이제는 내리막길,
요기가 조기지?
오늘 대장은 손께나 썼다.
등산화도 새로 샀는데
아이고,
내다리도 쉬었다 가야지.
하산길만 남았는데
눈도 침침하고 손이 달달 떨린다.
지 아무리 간식을 해도 점심때를 놓쳐서 그런겨.
왜들 그려,추워?
아,이곳은 바람이 솔솔 분다는 바랑골이데,
바람이 아니고 바랑,
그려?
나도 추워
내가 언제 아프다고 했던가,
아휴,여기가 한여름도 시원하다는 그곳이라고
어디 나도 바람좀 쐬자.
밀지마,넘어진다.
아, 이바람 집까지 배달해주소,
구경도 좋고 바람도 좋다마는 배 곯아 죽겄다고
부랴부랴 서둘러 하산 하였다.
원터골 입구에 앉아 있는 노점상 할머니의 상추를 한소쿠리 사들고
봉평 메밀 국수집으로 들어가 정작 봉평가서는 못 먹어본
국수와 메밀 전,메밀 만두,메밀꽃 막걸리 한병을 시켰다.
봉평에 딱 한번 다녀온지도 벌써 칠년전 시월 이다.
봉평에 가면 메밀 꽃밭을 거닐고 메밀 국수를 먹어줘야 하는 코스대신
소금을 뿌린듯 하얗다고 표현된 메밀 꽃밭은 허허 벌판이고
장터 축제의 흔적은 찾아 볼수 없었다.
이효석 생가를 둘러 보고 나서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차를 몰아
허브나라에 들어 갔을때는 이미 해가 떨어져 날씨가 쌀쌀했다.
꽃잎 비빔밥을 먹고 외국 민예품 전시장에서 이불처럼 포근하고
네모 반듯한 머플러를 사서 둘러쓰고 이곳저곳을 구경했는데
허브나라 사모님이 우리 선배님인줄은 오늘에서야 알았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시간과 관심만 가지면 우리나라도 볼것이 많다며
하루밤을 물레방앗간은 아니래도 봉평에서 보내자고 맘먹고
지나가다 이름도 소설 제목처럼 이쁜 메밀꽃필무렵에 들어갔더니
넓은 로비와는 다르게 복도도 좁고 베란다도 없는 러브호텔이었다.
잠을 자려고 해도 눈만 멀뚱 멀뚱, 여관 특유의 물비린내는 또 왜이렇게 나는지,
온 몸이 군실군실 내방 내침대를 나두고 이게 무슨 청승이다냐며
비싼 목간비만 내고 새벽에 서울로 돌아 왔었다.
러브 호텔은 러브만 해야지, 잠자는 곳은 아니었다.
훌훌 시원한 물국수를 다 먹기도 전에
입도 빠르고 손도 빠른 친구는 식대를 지불했다.
평일 산행에 나설라면 다리만 빨라서는 안된다.
벼룩도 낯짝이 있지,
엉뚱한 생각만 하다 친구들 보고싶어 나온 값도 못했다.
단오 즈음 녹음이 진해가는 산에서
홀딱벗고 라고 들린다는 까 까 까코,
웃는지 우는지 청계산에서도 시끄럽게 떠드는 새는
검은등 뻐꾸기새란다.
공부 안하고 게으름 피우다가 세상 떠난 스님이 죽어 환생했다는
검은등 까마귀는 망상을 던져,세상 욕심에 물든 마음을 수행하여
알몸으로 왔다가 알몸으로 가는것이니
사는동안 착하게 당당히 살아야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애기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처럼
지금이 무조건적으로다 행복하기를 원하는 나는 원없이 웃엇다마는
집에는 다 와가는데 왜 이렇게 애 밴 여자마냥,
울렁울렁 허다냐.
사년전에 이미 공장문을 닫아 걸고 생산을 중단하거늘,
어쩐 일이여,아무래도 오줌검사라도 해봐야 될랑가보다.
일단은, 발바닥만한 큼직한 길표 상추를 밥도 없이 우적우적 씹어삼키고
진정제 한알을 입에 넣고 샤워를 하였다.
노는것도 이렇게 힘들다고 나가 떨어지는데
농사짓는다고 뙤얕볕에서 수고하는 농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다음날 아침도 상추를, 점심도 상추를,
저녁도 상추를 먹어도 이천원어치 상추는 남아
신물이 나게 먹고 상치똥을 쌌다.
"내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마는
머리위에 항시 푸른하늘 우러렀으며
이렇듯 마음 행복 되노라."
유치환의 싯귀처럼
청계산에 올랐다 가는이 에게는
지금 내 마음이 흔들려도 붙잡을 수있고
청계산의 청(靑)처럼 영혼을 푸르게 할수 있을 것이다.
불에 데인것처럼 시뻘건 얼굴로
여름날은 계곡에서 발이나 담그던지 해야지
추접스러서 어디 산행 허겄더냐,
오늘 나랑 동행 해준 친구들이 감사하고
어줍짢은 우스개 말과 글을 벌려놔도 오해없는 친구들이 고맙다.
등짝에 바람들고 또 보고 잡아 눈짓무르기 전에는
만나야 할것이다.
글 - 李 貞
사진- 孫 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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