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기르기
저자-유승도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자신을 돌아보며 당당함을 잊지 않고 살자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농부시인의 경험과 생활이야기이다.
수염하나 맘대로 기를수없이 피튀는 아귀다툼의 세상에서 한발 떨어져
그가 선택한 자연속에서 아내와 아들 셋이서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가 잔잔하다.
학자나 유명인이 수염을 기르면 그들의 명성과 권위를 인정하면서
초중교사나 예술인이어도 돈이 되지 않는 사람이 수염을 기르면 싸가지 없는 놈이 되기 일쑤인 세상이란다.
만나는 사람마다 왜 수염을 안깍냐고 물어보면 안깍는게 아니라 깍을수 없다고 대답하는 농부시인은
산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수염을 굳이 매일 깍아내야 하냐고 반문한단다.
그래서 지 맘대로 깍고 싶으면 깍고 안까고 싶으면 기르고 지맘대로 하고 사는 작가는
깊어가는 늦가을 풍경처럼 소박하다.
그의 첫시집 "산"중에
나는 둥그런 산에 산다
나무와 밭으로 뒤덮인 산,
숲에서나온 물줄기는 밭을 가로질러 산 아래 들판으로 흐른다
가끔은 구름이 내 오두막을 감싸기도 한다.
내 산엔 산 같은 무덤들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도 산에 묻혔다
아버진 말이 없는 분이셨다
얼굴을 본 기억이 없는 어머닌 노래를 잘 부르셨다고 한다
이제출산 날이 다가온 아내의 배를 보니
무덤을 참 많이도 닮았다.
"첫눈"
길을 덮으며 벌판을 길로 만든 사람
북서로부터 몰려오던 바람을 타고 산정을 스쳐가며 밤낮없이 부르던 소리가 당신이었구요.
천지간을 건너오신 당신의 모습엔 나의 탄생이 얼비쳐 있습니다.
땅의 경계를 이토록 허물어 그저 하얀 세상을 펼치고 있는 당신을 오늘에야 만났습니다.
이제 하늘보다 눈부신 지상의 세걔입니다
하늘을 바라며 가려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