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감독-톰 후퍼
출연-휴 잭맨(장발장),앤 세웨이(판틴),레셀 크로우(자베르),아만다 사이프리드(코제트)등
'불쌍한 사람들' 혹은 '미천한 사람들'로 번역되는 레미제라블은
빵 한조각을 훔쳐 감옥살이 했던 장발장이 신부의 구원을 받고 새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로
장발장이란 제목으로 읽혀졌던 기억이 난다.
소설의 배경이 1832년 6월 실패한 항쟁의 봉기 전후의 파리로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여 혁명을 꿈꾸는 젊은 혈기의 사랑과 좌절,
쫓기고 쫓는자의 엇갈린 운명을 다룬 무거운 내용이거늘,
우리에겐 한 도둑을 구원해주는 착한 소설로 배워졌다.
영화는 빅토르 위고가 몇십년을 구상끝에 1862년에 완성한 '레미제라블' 소설로
총 5부작으로 쓴 거대한 장편인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이시대 최고의 뮤지컬 프로듀서인 카메론 매킨토시가
1985년 부터 런던과 뉴욕에서 공연해온 레미제라블이
젊음과 열정이 넘친 유능한 톰 후커 감독을 만나 27년만에 영화로 완성된다.
헐리우드 뮤지컬 배우들이 스튜디오에서 미리 노래를 녹음한후
촬영현장에서 립싱크하던 일반 뮤지컬 영화와는 다르게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이 이어폰을 끼고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반주를 들으며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 사상 최초 라이브 녹음을 시도 했다 한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되어 있어 뮤지컬이 생소한 관객은 낫설고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은 감동이 두배로 다가올것이다.
영국에는 세익스피어가 있고 프랑스에는 빅토르 위고가 있었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 낭만주의 대표로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극작가이다.
1831년에 쓴'노트르담의 꼽추'는 그의 최대 걸작중에 걸작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에 대혁명(1789)과 나폴레옹시대을 거쳐 새로운 왕정이 시작될 무렵
왕정복고를 반대하는 반란이 일어난다.
격동의 시대에 직접 정치에 뛰어든 빅토르 위고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1848년 2월혁명에 참가하기도 한다.
나폴레옹 3세가 일으킨1851년 쿠테타를 반대하여 위고는 무려 19년을 국외로 추방당했다.
'레미제라블'은 망명생활 중에 쓴소설로 19세기 사회 변화와 함께 그의 사상과 문학이 고스란히 전해져
소설속 장발장의 19년 감옥생활이 우연은 아니다.
위고는 나폴레옹 3세가 프로이센 전쟁에서 패한뒤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1885년 83세 일기로 대문호는 세상을 떠난다.
빅토르 위고는
"법률,관습,풍속 때문에 사회적 차별이 생겨나고 이 차별에 의해 운명의 한복판에
인공적인 지옥이 만들어져 신이 만들어야할 숙명이,
인간이 만드는 운명에 의해 헝클어지고 있다"라며
인간의 불행을 없애고 빈곤을 추방하며 무지를 교육하기 위해
'레미제라블'을 썼다 한다.
브로드 웨이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영화는 극장에 앉아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듯
배우의 감정은 오케스트라 음악에 웅장하고 장엄하게 때론 처절하게 생생히 전해온다.
폭풍우 속에 장발장을 포함한 백여명의 죄수들은 부역에 동원되어
항구에서 커다란 목선을 인양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포츠만 해군 기지인 나인부두에서 촬영한 거대한 스케일과
거센 물살을 가르며 신에게 항변하는듯한 노래에 압도 당한다.
"look down"
억압받는 죄수들의 분노가 그대로 전해져 무섭다.
장발장에게는 쓰러진 자유 평등 박애로 표시되는 프랑스 국기봉을 들고 오라 명하는
자베르가 거기서서 죄수들을 감시한다.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한조각을 훔치다 잡힌 장발장은 5년간 징역을 선고 받는다.
집안의 유일한 일꾼이었던 그는 여러번 탈옥을 감행하다 잡혀 형량이 계속 늘어나
27살때부터 19년 감옥살이를 한다.
절도죄는 5년이나 네번의 탈옥에 대한 형벌은 14년이었다.
가석방 되었어도 죄수 출신으로는 일자리도 못구하고 여관에서도 쫓겨나고
사람들은 그를 인간취급하지 않자 떠돌다 우연히 미리엘 신부를 만난다.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제공받고도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혀 온 장발장에게
신부는 꾸짖기는 커녕 은촛대까지 주며 자비를 베푸는 신부의 구원을 받고 장발장은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Who am I 24601"
새삶이 시작되려는 순간에 19년전 잃어버린 내인생을 다시 찾을수는 있을지,
장발장은 나는 누구인지,자신의 정체성을 내내 묻는다.
가석방동안 위치를 신고해야하는 신분증을 찢어버리고 옛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 마들렌으로 살며 공장의 사장이 되고 한도시의 시장으로 성공하여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운명의 여인,
판틴은 남편과 한때는 아름다운 사랑을 했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 딸을 키우다 파리 근처의 싸구려 여관에
딸을 맡기고 공장에 다닌다.
뛰어난 미모로 그녀가 다니는 공장 반장의 사랑을 받는다.
이를 질투하는 동료들의 시기 질투로 그녀는 공장에서 쫓겨나고
그녀는 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머리,이빨,심지어 몸까지 파는 신세로 전략한다.
"I dreamed a dream"
예전에 난 꿈을 꾸었었지
그땐 희망에 찼고 인생은 살아볼만 했지.
사랑은 영원하리라 믿었고 신은 자비로울거라 여겼네
하지만 잔혹한 현실은 한밤중에 천둥 소리를 내며 들이 닥쳤다."라며
비참한 삶을 비관하며 부르는 울음섞인 노래는 가슴이 먹먹하고 코끝이 찡하다.
뒤늦게 마들렌(장발장)의 도움을 받지만 자신의 유일한 희망인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을
장발장에게 부탁하고 죽는다.
여관에 드는 손님에게 무엇이든 분쇄기에 갈아 소시지를 만들어 먹이고,
돈이 되는것은 홀라당 벗겨먹는 사기꾼 테나르디에 여관부부에게도 딸 하나가 있다.
잘살고 힘있는 사람에게는 굽신거리며 못살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그사람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양이나 동양에도 있다.
장발장은
여관 주인에게 맡겨진 코제트를 돈을주고 대려와 양녀로 삼는다.
"Suddenly"
판틴이 남긴 딸인 코제트를 만나 외롭고 사랑받지 못한 장발장이
가슴벅차 부르는 노래이다.
이제 코제트는 장발장의 희망이 된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코제트는 어여쁜 처녀가 되고 한눈에 반한 마리우스와 사랑을 하게 되나
마리우스는 혁명에 참가한 젊은이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어릴적 같이 자란 여관주인 딸인 에포닌(사만다 바크스)은 마리우스를 짝사랑한다.
마리우스가 코제트와 열렬히 사랑하는걸보고 낙심하지만 마리우스를 돕다 죽게 된다.
엎어지고 넘어져도 멀쩡한 사람 있는가 하면,뒤로 넘어져 머리통뿐 아니라 코가 깨지는 사람있듯이
치열한 전쟁의 순간에도 어떤놈은 사랑도 하면서 살아남고 어떤년은 짝사랑만 하다 죽는다.
암튼 우울하고 침울한 영화속 행운아는 마리우스 청년이다.
on my own"
나 혼자서,그가 내곁에 있다고 생각해,나혼자서 그와 함께 아침까지 걷지,
나 혼자서,
가슴이 아린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하는 한 여인은 빗속을 거닐며 노래한다.
청승맞은 짝사랑에는 비가 제격이다.
라마르크 장례식날 시민군들의 비장한 발걸음과 북소리로
젊은 혁명군들의 봉기는 시작되었다.
그들의 바리케이트는 실제 가구를 집어던지고 피아노와 박스를 쌓으며
실시간 라이브로 노래를 불렀다는데 파리의 골목길에 바리케이트는
막강한 정부군을 이길수 없는 싸움이었다.
절대 권력에 항거해 나약한 무장 항쟁은 실패할수 밖에 없기에 폭동으로 불려진다.
혁명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세상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것을 알고도
삶이 팍팍할때는 혁명의 기운은 싹트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많다.
코제트를 첫눈에 사랑하게된 마리우스는 원작에서는 변호사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거물급 부자아들로 나온다.
부모덕에 호리호식하면 잘살수 있는 마리우스의 신념이 혁명군의 희망으로 불려진다.
우리의 2030세대와 5060 세대 생각이 다르듯 바리케이트 너머에
다른세상이 의심스러운 파리 근교의 시민들은 창문을 닫아 버린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
저 바리케이트를 넘어 우리가 바라던 세상이 있지 않니?
딸이 혁명군과 마음을 주고 받는다는걸 알게 된 장발장은
혁명군 무리에 참가해 저격수를 처치한 공을 세우고
한편,죄수를 추적하는 자베르(레셀 크로우)가 그도시의 경감으로 부임되면서
장발장인 마들렌 시장을 의심하며 계속 뒤를 쫓는다
혁명군에 위장침투했던 자베르가 잡혀 죽을 처지가 된 자베르와 재회하고
그를 몰래 풀어준다.
정부군의 매서운 공격에 혁명은 실패하여 어깨에 총을 맞고 쓰러진 마리우스를 들쳐업고
하수구로 탈출하는데 거기에 자베르가 지키고 있다.
투철한 직업정신이다.
장발장을 잡아가두는게 사회의 정의라던 그가 장발장에게 총을 쏘지 못한다.
평생을 법의 정의론에 죄 지은 자를 추격하던 강인한 자베르가 장발장 때문에 갈등한다
그토록 복수심에 불타던 자베르는 혁명에 가담하다 죽은 소년에게 훈장을 달아주고 센강에 몸을 던진다.
장발장은 자신이 전과자란걸 마리우스에게 밝히고 코제트 몰래 떠난다.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결혼식날,그 사기꾼부부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자가 장발장임을 알고 장발장을 찾았을때
운명전 의자에서 "이만하면 축복받은 인생이리"라며 숨을 거둔다.
자베르는 장발장에게,장발장은 미리엘 신부에게 교화되어,빠져 죽고 늙어 죽는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성난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
심장고동이 북의 소리로 울려 퍼질떼
내일이 오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리라.
바리케이트 위에 시민들이 모여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죽은 혁명선구자들이..
내일을 꿈꾸었던 청년 혁명가들이 꿈꾸었던 자유의지의 대규모 군중전은
2012년 한해를 마감하며 만난 감동이었다.
레미제라블 원작의 장발장 묘비 문구에
"그가 잠들었네.
운명은 그에게 몹시 잔혹했어도 그는 살았네,
천사를 잃어버리자 그는 죽었네,
올일은 찾아오는것 낮이 가면 밤이 오듯"
영화로서는 다소긴 두시간 삼십여분이나 되나,
장발장이 가석방 되어 시장이 되기까지의 참회와 구원,
장발장이 어린 코제트와 수도원에서 행복했던 시절의 희망,
장발장이 자베르에게 자베르가 장발장에게 갖는 인간적 연민,
장발장이 세상의 전부였던 코제트의 사랑인 마리우스에게 느끼는 질투,
마리우스가 코제트에게 전과자인 정발장을 멀리 하게 하여 장발장의 비통함과 고독,
대작의 스토리를 영화 시간동안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법은 정의를 위해 존재 하거늘,생계형 범죄는 감옥가고 거물급 범죄는 석방되어
강자의 논리에 정의가 편승되어 분노하게 만드는 원작의 시대와 지금 우리 시대에 투영되어
시대가 다르지만 뮤지컬로 연극으로 영화로 감정을 공유하고 있나보다.
어느 장르로든지 만나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명작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수 없는 사회의 중오와 억울함이 한사람으로 인해 교화 될수있다는게
믿기 어려워도 이뤄진다.
사람의 양심은 결국 선(善)으로 연결 되나보다.
壬辰年 한해를 마감하며,
사회부조리와 비합리성을 고발하는 작가의 의도대로
가난때문에 억울하게 감옥가는일 없이 슬픔과 고통은 사라지고
기쁨과 희망의 癸巳年 새해가 밝아오길 바래며
영화의 리뷰를 마친다.
아듀~
2012년12월31일 씀
글-李 貞
사진-다음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