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몽타주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13. 6. 3. 16:14

 

감독-정근섭

출연-엄정화(하경),김상경(청호),송영창(한철).조희봉(강형사)

 

감독이 시나리오쓰고 연출까지 맡어 스크린에 올린 영화는

15년전에 벌어진 미제 사건의 공소시효 문제를 다룬다.

"단순반전 스릴러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휴먼 드라마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감독은 전했다.

 

영화는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을 교차해서 다루어

퍼즐게임 맞추듯이 정신없다가 반전을 깜짝 선물로 안겨

관객에 대한 불친절과 신선함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의 절벽 아래 물줄기가 굽이치는 동강,

가로등 하나없는 이차선 찻길의 컴컴한 도로변에서

넋나간 하경의 으시시한 모습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서진이 엄마 엄정화(하경)은 15년전 딸아이가 실종되어

돈과 딸아이를 모두 잃는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 되어 김상경(청호)와 동료형사가

하경을 찾아와 지난 세월만큼 죄값은 옅어졌고 찾을 가망이 없다하자

"공소시효,그 딴거 몰라요,범인을 꼭 잡아주세요,

내딸 데려간 범인을 잡아준다고 약속 했잖아요."라며

그동안 범인에 관련된 정보 자료와 신문 스크랩을 모은걸

보여주며 울부짖는다.

담당 형사인 청호가 아무리 잡으려고 노력 했어도 범인은

빠져 나갔다.

그러던 중 공소시효 닷새를 앞두고 범인은 사건 현장에

꽃 한송이를 갖다 놓는다.

 

 

 

 

또,공소시효 몇시간을 앞두고 범인을 발견하여

뒤쫓아 나서지만 놓친다.

추우 겨울 비오는날 시장 골목에서 쫓고 쫓기는 형사와 범인의

추격씬은 실감났다.

촬영 장소는 인천의 차이나타운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곧 철거를 앞두고 있어 운영되지 않은 시장이었으나

주변 상인들과 백오십여명의 촬영팀으로 꾸며

시장을 만들었더니 동네 주민들이 실제 장이선걸로 착각하고

장보러 나오는 헤프닝이 있었다 한다.

범인을 눈앞에서 놓치고 공소시효는 끝나 버렸다.

이제 범인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는지 몰라도

서진이를 잃은 엄마 하경은 수목장을 지낸 딸아이의 명패를 바라보며

나무를 끌어안고 눈물짓고 매번 서진이 신발을 바꾸어준다.

 

그리고, 하경의 방식대로 그날 시장의 음식점에서 달아나면서 놓고간

우산에 쓰여진 은행을 단서로 여직원에게 명단을 받아

한사람 한사람 찾아 나선다.

억울한일 당하면 정부나 경찰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직접 뛰어야 사는것을 보여주는 하경이는 딸잃은 엄마이기에

더 절박했다.

 

 

형사 청호는 상사가 그만 손을 떼라 말려도 15년 미제 사건에

인생을 건다.

아무래도 청호가 하경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있어 보였지만

영화는 둘의 애정씬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다 형사 청호는 사건 기록을 불에 태우는데 비가 내려

타다 남은 몽타주 하나 남기고 사표를 제출한다.

집구석 소파만 지키고 있는 청호가 조희봉(강형사) 방문을 받고

15년전과 똑같은 방식의 유괴 사건을 듣는다.

무기력하던 청호가 다시 범인 그놈을 찾으려는 의욕에 불탄다.

 

한편,할아버지 한철(송영창)은 집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손녀 보미와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 나는 전화벨소리에 할아버지는 집으로 들어가 받으려면

끊어지는 서너번의 전화벨소리,하지만 이미 손녀는 없어지고 만다.

 

 

엄마 아빠와 딸 그리고 할아버지가 한가족인 조용하던 집안은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과 형사로 북적여 정신이 없다.

보통 엄마들도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 받을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

심장 수술을 받았다는 보미 엄마는 기절하고 만다.

쓰레기 트럭에서 아이의 피묻은 흔적을 찾아 보라는등

군인들이 우르르 내리는 용산역에 오천만원을 갇다 놓으라는등

15년전과 똑 같은 수법에 동일범이라고 여겨 온갖 경찰력을 동원하지만

보란듯이 경찰들을 따돌리고 위조지폐를 집어넣은 돈가방은

종이를 쑤셔넣은 가방과 뒤바뀐다.

청호와 강형사는 복잡한 용산역사 철로로 도망가는 범인을 뒤쫓아 잡고 보니

군복 입은 범인은 보미 할아버지 한철인것도 놀라운일 인데

할아버지는 진짜 범인이 시켜서 한일이지 누군지 알수가 없다 한다.

기차역에서 지나가는 기차와 선로위에서 숨막히는 추격씬은 볼만했다.

그당시 단체 군인들이 이용했던 용산역이 배경이나 실제는 고객 편의와 안전상

부산 영상위원회 도움으로 부산역 인근 정비 기지창에서 안전하게 찍었다고 한다.

 

 

보미 할아버지 자신이 저지른 15년전 서진이 유괴사건은

이미 용서 받았다고 말하니 청호는 "용서는 범인이 하는게 아니야."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몽타주가 잘못 그려졌으니 범인을 잡을리가 없지."라며

15년 지나 공소시효가 만료된뒤에 잡힌 범인을 보니

미치고 팔짝 뛸일이다.

테이프에 담긴 목소리가 15년전 목소리와 똑같고

증거를 남기지 않은 매우 치밀한 범인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니

그럼 15년전 사건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이 범인이다.

 

 

영화는 지난 사건을 회상하는 씬으로 나중에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경제위기가 한창인 시절 직장에서 짤리고

어렵게 살아가는데 딸이 심장수술을 받지 않음 죽는다는 말에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서진이를 납치하여 그돈으로 자신의 딸을

심장수술을 받게 하였다.

단지 돈만 뜯어내려 했던것이 급기야 사고로 죽음까지 몰고가게 되어

그동안 죄책감에 지옥같은 나날을 견디다 공소시효가 끝났다.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한들 서진이 엄마가 끝내 찾아낸 범인이

보미 할아버지 였지만 차마 칼을 들고 찌르려다 그만 두고

자신이 당한 그대로 아이 잃어버린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

되갚아 주는 방식을 택한것이다.

 

 

할아버지 손녀딸 보미를 납치하고 잠시나마 내딸 처럼 씻기고 재우는 하경

엄마의 억울한 복수심이 무섭기까지 하다.

청호는 하경이 저지른 일을 알면서도 한철에게 15년 구형을 내려

늦게나마 죄의 댓가를 치르도록 하고 보미를 엄마 품으로 돌려 보낸다.

하경은 서진이 나무를 끌어안고 영화는 끝이난다.

 

아동유괴 살해 공소시효는 15년이란다.

가해자는 발 뻗고 편히 자고 피해자는 평생 괴로워 잠못드는

공소시효의 헛점을 보인 영화를 보는내내 맘이 답답했다.

매년 5월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다.

1979년 5월25일 뉴욕에서 6세 아동 유괴살해 사건을 계기로 선포된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은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에 제정되었다.

2013년 제7회 세계 아동 실종의날에 정근섭 감독과 김상경,

죽은 서진이를 붙들고 너무 울어 한동안 망연자실 했다는 배우,

실종 아동유괴에는 공소시효가 없어져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는

엄정화가 명예대사로 위촉되었다.

어찌되었든 성인 되면 발로 뻥 차서 내보내더라도 클때까지는

내 새끼들은 내가 지키는 수밖에 없다.

엄마 이기에 가능했던 하경의 복수 끔찍 했지만

누구 돌 던질수 있는 사람 있나요?

2013년 6월4일 화요일

글-李 貞

사진-다음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