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설악산 4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13. 6. 15. 15:40

 

새벽부터 걷기 시작하여 쉬다 걷다 얼추 다섯시간이 지나자

숨막히게 좋은 풍광도 호강에 겨워 질력이 날때쯤

사람들이 하나둘 오르는걸 보니 비선대 휴계소가

가까워지고 있는게 분명한데 나는 뒤쳐진다.

그나마 이십도도 안되는 시원한 날씨덕에 이만하지

서울처럼 삼십도가 넘나드는 더위라면 언감생신 꿈도 못꾼 산행일게다.

 

최남선은 "설악기행"에서

'금강산은 너무 드러나 마치 길가에서 술파는 색시 같이

아무나 손을 잡게된 한탄스러움이 있음에 설악산은

절세미인이 골짜기속에 있으되 고운 모습으로 물속의 고기를

놀라게 하는듯이 있어서 참으로 산수 풍경의 지극한 이름다움을 사랑하는 이라면

금강산이 아니라 설악산에세 그 구하는 바를 비로소 만족 할것이다."라고

표현해 설악의 빼어난 절경을 표현했다.

 

지아무리 빼어난 경관이라도 안보면 모르듯이

외설악 내설악 골골이 가본 산꾼이나 깍아지른 절벽과

바위 돌아 물 흐르는걸 알뿐,어쩌다 설악산 놀러간다 하는 대부분은

설악산 관리사무소에서 입장료만 내고 많이 가야 깔짝깔짝 비선대나

흔들바위 울산 바위면 끽이여서 그렇다.

일찍이 세종실록지에도"명산은 설악이다."라고 한 설악산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이 없는 설악산에 가고자하면 최소한

비선대 바위돌은 밟아야 할것같다.

내려 가는길이 참 길다.

 

 

 

 

 

 

 

 

 

 

 

 

 

 

 

 

 

 

 

 

 

남들 보통 걸음으로 6시간이면 걸리걸 비선대를 무려 7시간만에

도착하여 비선대 바위절벽을 바라보고 사진한장 찍고

비선대 아래로 내려가려하니 출입금지 구역이 되어 버렸다.

이십년전 세살박이 아들과 두딸을 데리고 와서

발 담그고 아이스케키 사먹던 바위는 그대로인데 가뭄인지 흐르는 물은

시원찮고 그때 보았던 커다란 절벽은 작아 보였다.

올라갈때 힘들고 내려올때는 더 힘들다는 명예만큼이나

설악산은 오르기도 내려오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아들놈이 먼 훗날 엄마랑 아빠랑 힘들게 올랐다 내려온 이길을 생각하여

어려움에 부딪치는 순간이 올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할텐데

내맘을 알아나 줄까 모르겠다.

진짜로 명산은 명산이다.

비선대 휴게소에서 부자는 시원한 캔맥주 한병씩 마시고

나는 설악산 지도가 그려진 스카프 하나를 오천원에 사서

머리에 두르고 설악산 마지막 일정을 걸었다.

 

 

 

 

 

 

아침내내 구름속을 거닐다 신흥사 절에 도착하니

좌불 석상이 희미하게 보이고 여기저기 절을 찾은 관광객이 많다.

신흥사 입구전에 울산바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우리는 소공원으로 걸어나와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를 빠져나와

설악산 산행일정을 마쳤다.

 

속초시 대포항에 들러 아들과 나에게 회 한사라 먹인다는 남편따라

택시를 잡아 탔더니 택시 기사 양반 대포항은 이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며

설악항으로 데려다 준다.

예전에는 동해항에서 활어 난전으로 대포항이 가장 컸다는데 지금은

개발바람이 불어 모래밭에도 빌딩이 들어서고 있단다.

광어,세코시,오징어,또 뭐뭐 해서 사만원이고  물고기 뼈로 끓인 매운탕에

공기밥 세개에 구천원 바닥에 깔은 야채라고는 상치뿐인데

따로 받는집은 또 처음 이여서 삼천원 합해 난생 처음 경험하는게 참 많다.

항구에서 바다 냄새값 하고 오만이천원에 배가 부르게 먹었다.

다시 택시로 고속버스장으로 이동하여 화장실 들러 간단히 씻고

고속버스에 올라 서울로 돌아왔다.

 

산넘고 물건너 떠난 일박이일의 짧고 긴산행은 끝이나고

열흘간 긴휴가중에 남쪽의 한라산 백록담과 동쪽의 설악산 대청봉까지

남한에서 첫째와 셋째로 높은산을 다녀온 아들은 부대로 복귀하였다.

백록담과 대청봉 꼭대기를 밟았던들 정복이란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때론 높고 때론 낮게 범상치 않은 바위들로 수없이 많은 얼굴로 보여준

자연의 경이를 감히 정복이 아니라 오히려 겸허를 배워야 할것이다.

이틀간에 총 16,4km를 14시간 걸었다.

장마전선이 엄습해오는 지금 작은 날파리떼 습격 흔적으로 가려워

득득 긁고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옮겨온 근육통은 있어도

엊그제 걸었던 그길이 아득한 옛길 마냥 

소중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산목련

 

목련꽃 봉오리는

떨구지 못한 무슨 번민과 증오 있길래

이제야 하나 둘, 툭 툭 터지고 있나,

 

허무하게 무너지고 마는 봄날의 인연

실바람만 불어도 하얀 영혼 흔들려

자주빛으로 적셔진다.

 

 

설악의 계곡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른 구름바다 한가운데

산모퉁이 돌아보니

연기처럼 자욱하게 몰려오는 그리움이

산자락에 걸려 있고

전설처럼 눈멀고 귀멀은 산신령 얼굴이

산자락에 걸려 있노라.

 

올라갈때 숨차고 내려올때 무릎아파

바람골에 앉아보니

만나고 헤어져 아득한 깊은 산중에

골골이 물 흐르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너머 

발목을 잡아 끄노라.

 

아,

세월 잃어 바람 타고

구름속을 걸어온길

꿈길인가 하노라.

 

2013년 6월18일 화요일 씀

글,사진-이 정

참고-월간 마운틴의'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