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2
산행 들머리부터 5,1km를 헥헥 거리며 두시간 오십분만에
해발 1439m 비로봉에 도착 하였다.
파란 하늘과 눈덮힌 산능선과 하얀 눈밭이 장관을 이룬다.
오를때면 숨차고 내려올때는 다리 아픈짓을 왜하냐고
등산객에게 묻는다면 발길 따라 이유도 가지각색 이겠지만
아마도 사계절 변화무쌍하고 오묘한 자연의 보고픔이나
바람불면 흩어지는 꽃잎과도 같은 스쳐 지나가는 인간의 연약함이
얼마만큼 높고 높은 산과의 하나될수 있는지 점검코자 한다
할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아마도 그리고 계속 초보산행을 사랑하는 나는
지금은 나온 뱃살을 집어 넣는게 우선이고
단지 건강하게 살다 죽고픈 마음이 크다.
봄이면 철쭉이 만개하여 은은한 자태를 드러낸다는
소백산 정상의 설원에는 나처럼 겨울 막바지 산행에 나선
사람들이 꽤 많다.
비로봉에서 주목 감시 초소까지 내려가는 오른쪽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주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주목은 제1연화봉에서부터 비로봉 사이의 북서사면의
해발 1200m에서1350m에 분포한다.
주목의 평균 수령은 350년(200~800)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주목 군락지란다.
백두대간을 타고 점봉산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을 거쳐
한라산까지 태산 준령의 꼭대기에는 늙은 주목들이
터를 잡고 있다.
껍질과 속살이 모두 붉어 주목(朱木)은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나무여서 주로 목관으로 썼다.
강원도 정선의 두리봉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년이 넘은 주목 세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살아가고
있단다.
빨강색의 작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가 먹이로 하는 새가
열매의 육질만을 소화시키고 가운데 딱딱한 씨앗은
변으로 나와 자손을 퍼트릴수 있게 한단다.
낙랑 고분과 경주 금관에서 주목이 발견 되었다니
죽어 천년 살아 천년 주목의 나이가 가히 짐작된다.
뿌리가 약해서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표피가 아주 단단해 오직 스스로 노력으로
천년을 산다고 하니 비틀어지고 속이 텅빈 속살을 뚫고
눈보라 맞은 주목 처연하고 또 가엾다.
감시초소에 들어가 뜨뜻한 물 말아 삼분이면 먹는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오렌지 몇개를 까먹고 나니
귀로는 눈 밟히는 소리 듣고 코로는 시원한 공기 원없이 마셨어도
역시 입으로 음식을 먹어야 배도 든든하고 추위도 가신다.
내리막은 산악인 허영호 기념비가 있는 천동다리를 거쳐
천동 탐방 지원센터까지 6,8km로 완만한 내리막이여서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내려올수 있었다.
이제 초보 딱지는 떼어도 되겠다는 연신 칭찬에
고래도 칭찬하면 춤춘다는데 고래와 비교되다니
종아리는 뻐근하고 발가락이 쑤셔도 내 발걸음은 빨랐다.
대여섯시간의 산행에도 내 뱃살은 그대로인데
얼굴살만 쏙 빠지고 눈은 퀭하여 육십 안된 할망구가 다되어
오후 네시 삼십분까지 내려 오라는 산악대장의 말보다
삼십분이나 빠르게 버스에 탔다.
쌩쌩 버스전용 차선을 달리는 산악버스도 주말이라 그런지
서울에 거의 다 도착해서는 꾸물 거린다
빨리 집에가서 푹 자고 싶다.
은빛 물결 겨울산아
백두대간 기상이 흘러 흘러
아늑한 품으로 빨려드는 산줄기야
안개인 세상에 안개 아닌 존재 없다
솟구치는 생명이 넘쳐 넘쳐
알몸으로 영롱한 인고의 산가지야
구름인 세상에 구름 아닌 존재 없다
성스러운 기운이 굽이 굽이
잠에서 깨어 만물을 적시고야
바람인 세상에 바람 아닌 존재 없다
겨울산은 이제 봄을 부르고 있다.
2014년 2월26일 씀
글-이 정
사진-김성득
참고-소백산 국립공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