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아한 거짓말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14. 3. 17. 16:48

 

출연-이 한

출연-김희애,고아성,김향기,김유정등

 

"가슴에 묻어?

못 묻어,콘크리트를 콸콸 쏟아붇고

그위에 철물을 부어 굳혀도 안묻혀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묻고 불쌍해서 못묻고,원통해서 못묻어."

 

자식 먼저 죽고 태연한척 잘 살아가던 엄마 현숙(김희애)이

울컥 토해내는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감독은

"슬픈일들만 있는건 아니지 않나 희망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그것이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다.

 좋은 마음을 가진 영화라는건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라며

소개한 영화는

김려령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것으로

"내동생 천지가 죽었다."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 현숙(김희애)

남의 일엔 관심없고 쌀쌀맞은 고2인 첫째딸 만지(고아성)

언니보단 내성적이지만 언제나 착하고 살갑던 중2인 천지(김향기)

세식구는 아빠를 일찍 여의고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침밥을 지으면서도 꾸벅꾸벅 졸고 계란후라이가 주된 반찬으로

살림은 대충이어도 딸들 이라면 여느 엄마 몹지 않게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밥상에서 천지는 엠피쓰리 플레이어를

사달라고 한다.

형편이 넉넉치 못한 현숙은 다음기회에 사준다 하고 출근한다.

평소에는 사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천지가 아니여서 거절한게 맘에 걸려

엠피쓰리 매장에 가보지만 다양한 종류에 놀라 큰 딸 만지에게 전화걸어

물어본다.

이에 만지는 천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는 받을줄을 모르고

이상하게 여긴 모녀가 집으로 달려갈때 이미 천지는 목숨을 끊었다.

유서 한장 남기지 않고 떠난 천지로 인해 남은 가족은 고통스럽다.

주책 맞을정도로 쿨했던 엄마 현숙은 이번에도 씩씩하게

남은 만지를 위해 살아 가려한다.

자살한 집안이라 재수없는 이웃이라는 소문과 또 다른 이유로

이사를 하고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날 우연히 천지의 친구들을 만난 만지는

가족들이 몰랐던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다.

그중심에 천지와 가장 절친이었던 화연(김유정)이

있다는걸 알게 된다.

 

 

거기에는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곳의 중심에 화연(김유정)은 새로 이사온 아파트 단지의

중국집 딸로 주변의 친구들에게 돈으로 환심을 산다.

천지와는 절친 관계를 맺어 둘도 없는 친구인양 하여도

돈으로 매수한 여러명의 친구들과 천지를 따돌리는

수법을 쓴다.나쁜년,

생일 파티에 천지만 한시간 뒤에 초대해 놓고

짜장면 먹고 있는 천지 앞에서 지들끼리 카톡 카톡 낄낄댄다

그런것을 은밀하게 따돌린다 해서 '왕따' 말고 '은따'라고 한단다.

요즘에는 인터넷상에서 따돌리는 '사이버 불링'이라는 것도 있다하니

어른 아이 할것없이 손에 손에 들린 스마트폰 메신저로 인해

카톡 감옥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예전에는 어찌 살았는지 까꿍까꿍 부르는 소리와

찍찍찍 쥐소리 나는 밴드까지 조용할 시간이 없으니

누구보다 사색을 많이 해야할 사춘기인 시기에

새로운 병인 중2병이 안 생길수가 없다.

암튼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사람 병신 만들기는 쉬운일이라

천지는 같은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그나마 엄마없이 아버지와 두 딸이 함께 사는 만호(성동일)의

둘째딸인 미라와 함께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뜨게질도 하며

즐거운 한때도 잠시, 아버지가 좋아해 쫓아다니는 여자가

천지 엄마인줄 알고는 미라도 돌아서고

다시 천지는 혼자가 된다.

 

 

한편,일부러 화연의 아파트로 이사온 현숙(김희애)는

화연의 엄마 중국집 사모님에게 천지가 화연과 절친을 맺으며

교환하고자 사달라 했던 엠피쓰리를 건낸다.

"사과 하실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 용서가 가능할때 하는 겁니다."

천지가 선택한 죽음이 잘못된 선택이고 자랑은 곁코 아니지만

현숙의 당당한 태도에 우리모두 책임인듯 싶다.

학교 폭력과 왕따 예방 한다고 카메라 몇대 달고 아무리 떠들어도

공부공부 서열만 따지면서 가정과 학교에서 사람사는 기본인

인성을 안가르치면 말짱 헛것이다.

 

 

동생의 비밀을 찾던 만지는 빨간 털실 뭉치에서 천지가 남긴

잘지내냐는 메시지를 보고는 때늦은 후회와 미안함에 만지는

괴로워한다.

만지는 눈물이 끝까지 차있는 아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만지의 그렁거리는 눈빛 연기가 매력적이다.

그동안 까맣게 몰랐던 천지의 삶을 역추적하는데

이사온 아파트 옆집에 사는 공무원 고시생 남자

오대오 단발머리 추상박(유아인)과 천지가 속마음을

가족은 모르는 천지의 우울증 증세까지 주고 받았던

사실을 알게 된다.

살다보면 비밀을 담아둘 필요없는 엄한 사람한테

속 얘기할수 있지만 언니인 만지는 그럴수록 죄책감에 시달린다.

외롭고 슬픔을 지닌채 속마음을 감추고 괜찮은척 외롭지 않은척

스스로에게 거짓으로 위로하다 극단적인 죽음을 맞이한 천지나

자기를 보호하려 거짓말을 할수 밖에 없는 하연과

천지 죽음과는 무관한척 방관하는 같은반 찬구들 모두

거짓말 뒤에는 진실이 숨어있다.

'당신도 혹시 예비 살인자가 아니냐'는 천지의

학급발표를 조금 관심만 두었더라도 막을수 있었을텐데

소통의 부재가 크다.

천지가 남긴 다섯개의 실타래가 풀리고

불평과 투정 한번 부리지 않던 착한 천지를 통해

영화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말도록

용서와 화해로 끝나지만 불편한 영화였다.

자신을 숨기는일이 우아한 거짓말인지

남을 숨기는 일이 우아한 거짓말인지

제목도 헷갈린다.

힘들고 외롭고 슬플때 나는 괜찮다고 거짓말

하지 말자.

우아하든 천박하든 거짓말은 나쁜것이고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밉고 싫다.

 

 

이십여년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김희애 연기만 믿고 본

'우아한 거짓말'영화는

리뷰 역시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보고 나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3월18일 씀

글- 이정

사진-다음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