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14년6월1일 일요일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14. 6. 2. 15:15

 

부다페스트를 떠나 체코에서 환승하고

하루종일 뜨거운 태양아래 흰구름 위를 날으던 비행기는 

황홀한 석양빛에 취해도 날으고 어두운 밤하늘이 펼쳐져도

밤새 하늘위를 나르고 있다

사람이 어디에 있던간에 있는곳에서 적응하는게 놀라울 정도로

나는 둥둥 떠서 먹고 자고 싸고 하였다.

갈때는 정신집중도 제대로 되지않는 두편의 영화로 지루한 시간을 보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는 마지막 주 독일여독의 피로가 남아있고

지원이와 헤어져야 하는 이별의 서글픔이 가슴으로 저려와

두번의 식사와 두번의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한

열시간 이상을 눈을 감고 묵상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긴긴 시간 날라온 비행기가 드디어 한국땅을 밟으니 부다페스트를 떠난지

만 하루가 지나 유월 초하루가 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코 끝에서 온몸으로 전해오는 유럽의 청명한 공기 대신

훅 하고 올라오는 습기찬 기운에 아 여기가 한국임을 실감한다.

어제까지 아침저녁으로 얇은 거위털옷을 입고도 써늘하게 지냈는데

여름옷으로 갈아 입어야 될판이다.

봄에 떠난 여행은 여름이 되어서 돌아왔다.

 

산천초목이 그리워서,남기고 간 자식들이 보고 싶어,

말 통하는 친구들이 보고 싶어 가끔은 생각났지만

제일 그리운것은 아리수물이래도 상관없이 콸콸 틀어놓고

배가 터지도록 마시고 싶고 이곳저곳에서 소음으로 들려오는

말만 빼고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우리말이 듣고 싶었다

굳이 핑계를 대면 나는 물 때문에 남편은 화장실 때문이라도

우리나라가 살기좋은 참 좋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삼라만상 우주의 세상은 끝도 없이 넓고도 넓어

그 많은 대륙중에 유럽의 작은 몇나라 도시를 돌아 다니는데도

모르는길 헤매고 헤매면서 다녀야 했던 일곱나라 여행중에

너무 많은것을 보고 또 봐서 명소들의 위치가 헷갈리고

머리는 복잡하다

 

그래도,

고난과 시련의 역사로 포탄 자국까지 간직한 부다왕궁의 부다페스트와

상고머리 이고 서있는 정원을 가진 쉰브룬 궁전의 비엔나와

천년동안 로마제국의 심장역활을 해온 포로 로마노의 로마와

블타바 강 서안 언덕위 중세모습 그대로인 프라하 성의 프라하와

세계 최초 의회민주주의 산실인 국회의사당과 빅벤의 런던과

낮에는 철탑이 밤이되면 환상의 불탑이 되는 에펠탑의 파리와

분단과 통일의 상징으로 동 서독 경계였던 브란덴부르크문의 베를린이

아직 머리속에 뱅뱅 돌아 그제밤에는 프라하의 까를교에서 미션임파셔블을 찍고

어젯밤에는 파리의 퐁네프 다리에서 퐁네프의 연인들을 찍고 

오늘밤은 어느곳에서 영화를 찍을지

매일밤에 다른도시를 돌아 다니고 있다.

 

그리고,

헨리 8세의 두번째 부인으로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결혼하여

엘리자베스1세를 출산한후 아들이 없자 왕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결국 6명의 남자와 간통했다는 혐의로 왕비가 된후

천일만에 처형당했던 천일의앤으로 불리는 앤 블린(1507-1536)과

 

앤 블린의 딸로 훗날 영국 절대 전성기를 누리고 평생 학문을 사랑하고

죽을때까지 결혼하지 않은 엘리자베스1세(1533-1603)와

 

바람둥이 헨리8세의 첫번째 왕비인 케서린과의 사이에서 난 앤블린과

이복자매로 영국역사상 최초 여왕이며 국교를 카톨릭으로 바꾸고

개신교와 성공회를 탄압하여 피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메리 여왕(1516-1558)등

 

유럽 최대 왕실인 합스부르크의 상속녀로 오스트리아 최고의 여걸이면서

부부금실이 좋아 16명의 자녀를 두고 남편인 프란츠 스테판이 죽자

죽을때까지 검은 상복을 입고지낸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1717-1780)와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이면서 베르샤유궁전에서 루이16세와 결혼해

화려한 생활을 했지만 향락과 낭비로 프랑스 혁명을 재촉하고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던 마리앙투아네트(1755-1793)와

 

합스부르크 왕가의 프란츠 요제프와 결혼해 헝가리를 사랑하고 헝가리가 사랑하여

오스트리아보다 헝가리에 머문 시간이 더 많았었고 늘 자유를 갈망하여

스위스 여행중 무정부자에게 저격당해 죽은 엘리자베트 왕비(1837-1898)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유럽의 여왕과 왕비의 살아온 흔적을 만날수 있었다.

 

또,

소고기에 당근 양파 감자 파프리카를 넣어 만든 헝가리의 스프인

Gulayas굴라시와

밀가루 반죽을 밀어 봉에 빙빙 감아 불에 구운 다음 설탕을 뿌린

체코의 전통 과자인 Tridlo뜨레들로와

돼지고기를 이용한 오스트리아식 돈까스인 Wienerschnitzel 비너 슈니첼과

오븐에 구운 체코의 양념 Zebra 돼지갈비와 Wing닭날개와

안 먹으면 후회 한다는 상큼 달콤한 이탈리아식 Gelato젤라토와

토마토소스와 모차랠라 치즈만을 넣어 만든 이탈리아 전통 피자Margherita마르게리타와

반죽한대로 껍질이 벗겨지는 프랑스의Croissant크루아상과

긴 소시지를 튀겨 커리가루와 케찹을 얹은 독일의 Wurst 부르스트가 생각나고

샐러드에 넣어먹은 말랑말랑한 카망베르 치즈와

달콤한 오렌지맛을 잊을수 없을것이다

눈과 혀끝으로 맛본 필스너와 코젤의 체코 맥주와 쾰슈의 독일맥주

그리고 헝가리산 호박색의 토카이와 레드의 에게르도 생각날것이다.

두달동안 백여통의 물을 사서 마시고 머리통보다 큰빵 십여개를 먹고

십오킬로그램의 쌀을 소비했다

 

"인간은 자신이 필요한것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한다."는 조지 무어 말대로

목적 없이 떠난 여행을 통해서 세상은 헤아릴수 없이 크고

생명있는곳에는 언제나 역사가 이루어진는걸 깨달았다.

 

부다시의

체리나무 그늘에서 그네타는 아이와 트램안에서 해맑던 어린애들,

잔디밭에 놀다 문여는 소리에 거실까지 들어왔던 밍크색 야홍이,

무화과,보리수가 담장을 이루고 장미꽃이 한가득핀 정원과

지금쯤 작약꽃이 흐드러질 전원주택이 몹시 그리울거다.

마로니에와 사이프러스가 나래비선 가로수길 아래로

만개한 꽃향기가 코끝을 적시고 새들이 지저귀는 언덕,

구름 걷힌 밤하늘에 뜬 별이 도나우강으로 찬란하게 비치리라.

 

삼월말 출국때도 하마트면 잊어버릴 뻔했던 노트북을

귀국때도 세관 검사장에 놓고 오는 바람에 메고 다니는 노트북이

매번 말썽을 일으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만들었던 두달

 

한동안 유럽의 고대와 중세에서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다시 돌아온 아파트 생활의 편리한 일상이 시작될테고,

시멘트벽의 삭막한 아파트에 진한 녹색으로 갈아입은 나무들과

화단에 피어난 여름꽃들이 조금은 위안이 될것이고,

아파트 단지안에 작은 연못에 사는 개구리 합창도 들릴것이고,

비엔나에서 만났던 모차르트의 이십오번 교향곡의 힘찬 선율이

새장같이 지루한 일상을 순간순간 위로 해줄것이고  

프라하에서 만났던 존 레논의 이메이진 노래를 가끔씩 들으며

모든 사람이 자유와 평화속에 사는 모습을 그릴것이다.

 

군복무 마치고온 아들을 믿고 홀로 두고서 떠난 두달

그날 나는 엉망이된 아파트에 찌든 청소와 빨래를

아침부터 저녁무렵까지 해야만 했다. 

2014년 6월 씀

글,사진-이정

참고-최철호의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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