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청계산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18. 4. 28. 20:43



일시-2018년 4월28일 토요일 봄햇살 가득

장소-청계산

코스-청계산 2번출구-옛골로 이동-봉오재-국사봉 갈림길-이수봉(545m)-봉오재-옛골로 하산

       7.6km를 3시간 산행



사월의 끝자락에 맺힌 한반도의 봄은 산야와 들판을 통해 노랗고 연분홍으로

우리몸으로 들어왔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 지나는 동안 무시하고 무지했던 

비핵화와 평화란 단어를 너무 많이 들은 어제 오늘은 맘이 붕 뜨고

배가 불러서 체할것만 같았다

내가 죽어야만 네가 살고 네가 죽어야만 내가 살수가 있다고 믿었던 긴세월 한숨이

한순간에 비말되어 봄바람에 흩날렸다

정전 협정체결 65년만에 종전을 선언키로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과북 두 정상이 드디어 만났다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뚜벅뚜벅 걸어 남측 땅을 밟는 순간

울컥했다

봄의 햇살과 남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남측 땅에서 북측 땅으로 넘어갔다 다시 남으로 넘어오는 순간에도

울컥했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의를 하고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군사 분계선 0101의 녹슬은 표시가 보이는 벤치에

마주 앉은 남과북의 정상들을 보고는 두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판문점 선언을 마친 두 정상이 그리 멋져 보일수가  없었다

아들뻘 밖에 안되는 나이인 북측 정상은 뱃살좀 빼고 만났다면 더 좋았을걸

이렇게 쉽게 돌아설것을 뭐한다고 핵을 만들어서 이리저리 뻥뻥 쏘아

가슴 떨리고 가슴 내려앉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중요하고 역사적인 기쁜날에 배울만큼 배우고 알만큼 안다는 소위 위정자라는

지식인중에는 꼭 초치는 발언으로 감격의 눈물을 자르는 사람이 있다

한대 콱 때려주고 싶다

몇달전까지만 해도 전쟁의 위기설이 들리던 한반도는 갑자기 평화와 번영의땅으로 돌아서

무작정 축배를 들기에는 이른감이 있지만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전쟁은 없을것이다

단 하룻만에 삼십분의 시차를 통일하자 하였으니 분단된 허리의 피멍이 사라질수만 있다면

두 정상은 무엇이든 할수있을거 같다

죽기전에 북으로 백두대간 이어갈날이 기대가 된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

한번 해보면 쉬울거야

우리 발 아래 지옥은 없고

위에는 오직 하늘뿐인

오늘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상상해봐 아하~아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봐

어려운일이 아냐

살인도 희생도 없고

종교조차 없는 그런곳

평화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상상해봐 유후~우"

비틀즈 맴버였던 존 레논의 이메이징 노래 가사중 일부이다

1971년 발매 당시에는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1980년 존 레논 총격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지금은 반전과 평화를 표방하는 상징적이 노래로 들려지고 있는 노래가

남북 정상간 만남에 자주 나오자 사년전 오월 프라하에서 존 레논 벽을 보고와서 썼던글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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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교 거의 다 건널즈음에 계단으로 내려오면 캄파공원이라는 섬에는

존 레논의 벽이 유명하다.

존 레논은

1940년 영국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인 1980년 향년 40세의 나이에

과격팬인 마크 채프먼의 총에 암살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비틀즈 그룹의 창립 맴버로 폴매카트니와 공동 작공을 통해 로큰롤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음악을 썼다는 평을 받는다

영국 싱글차트에서 폴매카트니에 이어 두번째로 성공적인 작곡가로

기록 되어진다.

1965년 대영제국훈장 5등급을 받았으나 영국의 베트남 참전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후에 이 훈장을 반납한다.

비틀즈 해체이후 그는 Imagine,give peace a chance,love등의 곡을 통해

솔로 경력을 쌓다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1978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다.

반항적인 성향으로 평화운동과 그림작품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부인인 일본인 오노요코와는 두번째 부인으로  음반및 음악작업을 같이 하다

레논이 죽을때까지 함께한 부인이다.

체코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존 레논은 이메이징 노래로 세상을 향한

자유와 평화 평등을 이야기하는 가사가 카톨릭 수녀원 담벼락에 적히면서

존 레논이 부르는 노래와 체코인들이 부르짓는 민주화 바람이

이 벽 하나에서 부터 표현되고 일어나 민주화의 여론이 확산되었다

함부로 부술수 없는 수녀원 벽이고 앞에는 프랑스 대사관이 있어

그들의 열광적인 표현을 막기란 어려웠단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다녀간 흔적이 대부분이고 빨강색과 파랑색 권총이

마주대고 있는 태극기 그림이 존 레논벽에 그려져 있었다

체코는 400년간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다 1차세계 대전후에는 독일 나치의 지배하에 있었다

2차 세계대전후에는 소련 공산주의 체제 억압하에 있었던 체코도 프라하의 봄을로 민주적인

자유를 갈구했다

멀리 고려 조선까지 가지 않더라도 36년간 일본의 식민지로 신음하다 간신히 독립하자

강대국들의 입김 한번으로 둘로 갈라져 사는 한 많은 우리와 흡사 비슷하여

아픈 역사를 머금은 체코의 땅덩이와 하늘과 바람과 공기가 달라 보였다.

이메이징의 노래는 어느덧 내방에 흐르고 한달여만에

어느새 녹음이 우거진 창가에 서서 상상에 젖었다,

자유와 평화의 끝은 어디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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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몽상가라고도 말할수 있어

하지만 난 혼자가 아니야

너도 언젠가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래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거야


소유물이 없는 삶을 상상해봐

잘 그려지지 않겠지

탐욕과 굶주림이 필요치 않고

오직 인류애만이 존재하는 삶

온세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상상해봐 유후~우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가사를 제대로 몰라도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여고동문들과 함께 청계산으로 향했다



미세먼지 약간이라는 예보에도 청계산역에는 등산복차림의 산객들이 북적거렸다

빨간색 지하철 노선표의 신분당선이 주말에는 등산열차나 다름없다

누구는 평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누구는 친목을 다지기 위해

누구는 자연을 만나기 위해 누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간혹 가다 섬씽을 만들기 위해서도 온다지

가지각색의 이유를 들어 주말 쳥계산 산행은 도심근교 나들이가 되어진지 오래다

약속된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산행은 시작되었다

가끔 꽃가루가 날릴뿐 먼지낀 하늘은 파랗게 벗어지고 햇볕이 이마로 내리쬔다



오늘 산행은 7구간으로 나뉘어진 성남 누비길중의 6구간의 일부를 지난다

성남 누비길은 "함께 더불어 누빌수 있는 성남시의 아름다운 숲길"이란 의미로

숲과 숲 사이의 다양한 등산로를 포함한 산책길이다

남한산성 남문에서 시작하여 검단산 갈마치고개를 지나 영장산 불곡산 태봉산과

청계산의 이수봉을 거쳐 인릉산까지 62.1km로 이어진 길이다

산행 초반 가파르게 나무계단을 올라 숲 능선으로 들어섰다

봉오재를 지나고 그뒤론 오르고 내린다는 말이 무색하게 산길은 완만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단단하고 반질거리는 흙길이다



진달래와 개나리 꽃 떨어진 자리에서 잎이 나오고 나뭇가지 새순에서 피어난

연두색 잎들이 싱그럽기만 하다

작년에 이별하고도 아직껏 떠나지 못한 낙엽이 깔린 자리에도 각시붓꽃과 애기똥풀이

수줍게 올라와  꽃을 피웠다



니체는 "숲속 개미도 숲의 존재 목적이 자기자신이라고 믿고 있을것이다"라고 했다

이 봄 숲길에서 만난 푸른풀과 나뭇잎들 작은 야생화 역시 푸르고 화사하게 봄을 맞이하려

고통을 겪으며 재창조 했을것이다

내가 한나절 빌려 걷고 보고 느끼고 하는 숲에서 그네들보다 잘났다고 떠들것은 더욱 없다

처음 만난 사람은 물론 수십번을 마주쳐도 변변한 긴 문장의 말로 다가가기를 두려하는 내가

낯설은 후배 동문들과 만남이 그리 부담스럽지 아니 한것도 다 너희들 덕분이다

니체는"누구도 책으로 부터 자신이 체험한것 이상을 얻을수 없고

우리는 누구도 자신이 체험한것 이상을 쓸수 없다."라고 했다

요즘 니체와 빛에 빠진 내가 니체의 고민을 상상하고 빛을 기록하고 있다

엑스트라 파인의 화질에서 로우 화질로 바꿔 봤더니 빛과 어둠의 간격이 너무 커서

맘에 드는 사진을 못 건졌다



연애결혼 보다는 중매결혼이 많았던 시절인 삼십오년전

때 돈으로 호강은 못해줘도 처자식은 먹여 살리겠다며 결혼허락을 받아내던 남편은 카메라를

늙어서 병들어도 엄마 밥은 먹여 줄거라던 아들은 새노트북을 들고와 연거푸 감동을 준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아니랄까 내가 밥을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집 남자들은 밥타령만 하고 있다

나이 먹는것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양 시끄럽게 회갑의 봄이 지나가고 있어

이제 연장탓은 금물이고 순전히 실력탓이다

기계치가 독학으로 동영상까지 도전 하려다보니 골이 지끈지끈 시간만 소비하고

컴퓨터 작업이 만만치 않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시와 글이 고통스런 작업임에도 차라리 생각나는대로

손가락만 까닥가닥 키보드 치는 글작성이 쉽게 느껴질 정도다

내가 내그림자를 찾기 어려운 정오를 지나고 태양은 에너지를 내뿜는다

벌써 한낮엔 여름인가 싶게 덥다

철쭉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아직 군데군데 지지않은 산철쭉이 햇살에 반짝거린다

오르는 길목에서 산나물과 막걸리 판매대가 두군데나 있었다

국립공원 산에서는 술 판매가 금지되었는데 청계산은 아직인가보다

하산주면 모를까 중간주나 정상주는 아니된다

아무리 낮은 산이여도 술기운에 오르고 술기운에 내려오다

자칫 넘어지는수가 있는데 산정상까지 배낭속에 술병을 감춰 들고 오는 술꾼들도 있다

생과 몰의 이분법을 배우는 수행의 현장에서 흐리멍텅한 기운이 너무 아쉽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과 소리를 맞으며

술기운으로 어찌 짧아서 더 서러운 봄을 보낼수 있단말인가,

 

국사봉과 석기봉 갈림길 이정목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올라서면 드디어

산행시작 두시간만에 오늘 최고봉인 이수봉이다

해발고도 545m의 높이다

청계산은 서쪽에 솟은 관악산(629m)과 더불어 서울의 남쪽 지역의 쌍벽을 이루는 산이다

서초구와 성남 과천 의왕에 걸쳐있는 산으로 기반암을 이루는 화강편마암이다

능선은 남북 방향으로 뻗어있으며 사방이 비교적 완경사로 되어 있고

서북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물은 과천 저수지로 흘러 들어간다

주봉인 망경대(618m)를 주위로 옥녀봉 청계봉 이수봉이 모여있다

오늘 오른 이수봉은 조선 연산군때 무오사화에 연루된 정여창이

이곳에 숨어 들어 위기를 두번이나 모면 했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정여창은 조선의 유학자로 연산군 세자시절 스승이기도 했다

무오사화는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김일손이 사초에 실었던일이 도화선이 되었다

항우에게 죽임을 당한 초나라 의제를 비유한 글로 단종을 죽인 세조를 비방하는 글이라며

연산군 4년에 유자광은 김종직과 김일손이 대역무도를 꾀했다고 고했다

이미 죽은 김종직을 부관참시하고 사십여명을 사형에 처하거나 유배시킨 사건이다

무오사화에 연류된 정여창은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되었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뜬다

그후 갑자사화때 다시금 부관참시를 당했다

무오사화를 주도한 훈구파는 주도권력을 장악하고 사림파를 무너뜨렸다

죽은사람까지 고자질할게 뭐람 인간세계는 꼭 남의 뒷구멍을 캐며 설레팔치는 사람이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치적으로 주도권 쟁탈전은 정국이 바뀔때마다 있었다


이수봉 정상에도 등산객들이 많다

"내려갈때 보았네 올라갈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의 '그 꽃'이다

술만 마시면 개가 된다는 늙다구리 시인은 미투 열풍으로

요즘 숨도 조용조용 쉬며 살고 있다

입만 열면 시를 뱉는 능력이 있으면 뭐하나 인간은 근본 됨됨가 있어야한다

하여간에 그놈의 술이 사단이다

올라갔던길로 뒤돌아 내려오는데 다시 새로운 길인양 새롭기만 한 산길을 내려

원점회귀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한반도의 봄


꿈인가,

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뜨면 사라진

분홍빛 봄이 그리움 타고 오네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하늘 아래 영산 내려앉는 소리 들렸던가,


바람이 부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

하늘 아래 고향 가까워진 소리 들렸던가,


손잡고 노래하는 소리

춤추고 활짝 웃는 소리

하늘 아래 남과 북 지척인줄 이제 알았던가,


생시인가,

군사 분계선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연두빛 봄이 아지랑이 타고 오네


2018년 4월 말 씀

글 ,사진 - 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