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B

2일차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19. 7. 11. 10:04


일시-2019년 6월27일 목요일 맑음

코스-Le Saint Hotel-Bellevue 케이블카역(1007m)-5km-Bellevue 언덕(1801m)-벨뷔기차역-1.5km-출렁다리(1720m)

      -2km-Col de Tricot (2120m)-1,5km-Miage 산장(1550m)-1.5km-Truc 산장(1720m)

     TMB거리 6.5km를 5시간 30분걸림


전날밤 거의 죽었다 깨어났더니

알프스 해는 일찍 뜨고 늦게 지는가 벌써 해가 떠 아침기온을 올린다

어제 싸온 피자로 아침을 먹고 호텔을 빠져 나왔다

호텔에서 준 버스티켓으로 1번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역으로 이동하여 탑승했다

오전 8시 40분임에도 햇빛이 장난 아니다

케이블카 탑승을 기다리는 계단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고 개들도 줄을 섰다

더운날 사람들이 모이면 체온과 열기로 더 더운데 내 다리 바로 밑에서 훽훽 거리는 개들의 숨소리에

화들짝 더운 열기를 보탠다

걷기 시작한 두번째날 시작도 하기전 숨 부터 차오르는 순간이다

Col de Voza 고개로 가서 보자 마을을 거쳐 마을길로 Les Contamines 마을에 이르는 방법도 있는데

우린 케이블카를 한번 더 이용하기로 했다

케이블카는 너른 초원지대인 벨뷔 언덕에서 하차했다

이백여미터를 걸어 벨뷔역 철로길을 건넌다

벨뷔역은 몽블랑 등반 출발점인 니데글행 산악열차가 지나는 곳이다

숲으로 들어선 길은 가파르게 내려선다

한두사람 다닐정도의 숲길은 그늘져서 시원했다

햇볕은 뜨겁고 그늘은 시원하고 끈적임 없는 유럽의 전형적인 날씨다

숲길엔 대문처럼 밀고 지나가는 작은 철문도 있었다

숲계곡 사이로 작은 물줄기들이 흐르고

이내 glacier de Bionnasssy 빙하폭포가 나오는데 폭포수위로 긴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그곳을 건너야 한다

빙하물은 철철 흘러 넘쳐 다리위로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다리는 건너야 하겠고 물을 보니 겁은 나고 스틱을 한손으로 꼭 쥐고 한손은 다리 나간을 잡은채

한발 한발 두다리는 절로 힘이 주어진다

바싹바싹 뒤따라오는 개새기 두마리와 두사람 때문에 더욱 긴장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 시작이다

뒤에서 바짝 달라붙는 개와 개엄마들은 먼저 보내려고 손짓하니

그들은 쉬운 옆길을 택했다

풀밭 사이로 난 가파른 오르막은 숨찬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무가 없다는것이 더 큰 문제다

길사이에 난 풀이 모두 우리네 머위나물같다

틀림없이 머위나물인데 그네들은 그걸 먹을줄을 모르나 이렇게 잡초나 다름없이 자라고 있을뿐이다

대간길에서 보았던 야생초와 야생꽃들이 알프스 산자락에도 많이 있었다

빙하폭포를 지난지 한시간 삼십여분이나 지났을까 드디어 Col de Tricot 고개다

해발고도 2120m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사람들이 많았다

몽블랑 설산을 바로 뒤로 배경삼아 사진 한장 남겼다

이제부터 미아지마을까지는 지그재그로 내려갈일만 남았다

눈에 보이는 마을이 왜 그렇게 멀기만 한지 걸어도 걸어도 마을은 쉽게 나올질 않는다

거리상으로는 약1.5km 고도상으로는 570m를 내려서야 한다

그것도 마른 자갈길이다

머리꼭지로 떨어지는 한낮의 햇볕을 받으며 무릎에 부담되는 가파른길을 비로소 하산하니

미아지 산장에서 웅성웅성 사람소리가 반갑다

아침에 만났던 한국 남자두분도 먼저와서 쉬고 있고 얼음물을 얻어 마셨다

14유로에 샌드위치와 야채스프를 시켜 점심식사를 마치고 화장실도 이용하고 한참을 쉬었다

유럽 어딜가나 이제 한국 사람 만나는일은 드문일이 아니여서

조금지나니 한국여성 두분이 내려온다

그녀들에게 내가 앉아 있던 그늘진 좌석을 양보하고 일어섰다

우리는 햇볕이 무서워 그늘을 찾는대신 유럽사람들은 햇볕을 도통 무서워하질않아

햇볕드는 곳에서도 주로 야외로 나와 식사 하는것을 더 좋아한다

예약한 산장이 Truc 산장까지는 다시 급하게 한번 올라서야 한다

점심도 먹고 쉬었겠다 있는힘을 다해 1.5km를 올라서고 이어지는 푸른 초원지대를

쉬엄쉬엄 걸어 어제보다 너무 빠른 시각인 오후 두시반에 오늘밤 쉬어갈 산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처음온 산객이라 안내를 받아보니 제법 괜찮았다

해발고도 1720m의 높은곳의 산장은 풍광이 이를데 없이 좋았고

27명 정원인데 8명이 투숙하여 사람들이 귀해 서비스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산장은 비록 도미토리로 모두 같은 방에서 묵어도

첫날의 긴장과 피로가 조금 풀리는듯 오랜만에 푹 쉬었다

전망이 트이는 산장앞에는 돔 더 미아즈와 에귀 더 비오세이의 위용이 멋지게 드러났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일일이 걱정이지만

이왕 온거 부딪쳐야 하길래 오늘밤은 그냥 잊고 자기로 하고

이불속으로 푹 들어갔다

트뤽산장비는 54유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