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명산

58.덕룡산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21. 3. 27. 11:15

일시-2021년 3월26일 금요일 안개후 맑음

코스-소석문-동봉-서봉 우회로-수양마을 갈림길-수양마을회관-수양마을 입구

 

만산홍 진달래가 덕룡산을 불태우던날    

한 낮 기온은 여름을 방불한다는 예보를 가지고 여명이 밝기전 집을 나섰다

새벽 찬기운이 제법 사그라진탓인지 도로가를 청소하는 인부들도 추워보이지 않았다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여는 마라토너는 텅빈 도로옆 인도를 이 새벽에 바람을 가르며 쌩 달린다

지각각 사는것이 다르듯이 건강을 지키는것도 지 나름대로라

활동하며 돈도 벌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게 안되는 나는 아프면서 늙지는 말아야지 하는게 바람이라

억지로라도 목표산행을 하는 중이다

오늘 산행지도 거의 한반도의 땅끝인 전라남도 강진이라서 가는 여정이 길다

남으로 남으로 버스가 달리는 내내 고속도로에는 뿌연 안개가 앞을 가로 막았다

그래도 어디서 그리 많은 차들이 튀어 나와 어느곳을 가고 있는지

도로위에 한시도 멈추지 않고 나래비로 줄 맞춰 달리는걸 보면 차가 꼭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인다

한번의 휴계소에서 잠시 쉬었다 해도 한나절을 버스속에서 보내고 

점심때가 가까워진 열한시 삼십분이 되어 오늘 들머리인 소석문에 도착했다

기온이 올라간 탓도 있지만 남녘의 공기는 서울 공기와 확연히 달랐다

햇볕도 공기도 이미 깊숙히 들어온 봄은 여름을 불러오는 중이다

차안에서 껴입었던 세겹의 겉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출발이다

들머리가 소석문이라고 하여 무슨 문이 있는가 싶었더니 문은 없고

공터와 화장실 석문 저수지에서 흘러내린 계곡 위 작은다리와 정자뿐이다

아마도 길건너 해발고도 282.5m의 석문산이 코앞이라 작은 석문산을 말하는듯 싶다

어찌되었든 오늘은 암릉 산행지라 굵고 무거운 이단 스틱대신 얇고 가벼운 삼단스틱을 가져왔는데

배낭에서 꺼내지도 않은채 화장실 들렀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 꿀물 한잔을 들이키며 산행차비를 마쳤다

산행 초입부터 몹시 가파른 오르막이다

암릉산임을 알리기라도 하듯 시작오름부터 흙속에 박힌 돌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트랙 켜고 끄는게 무슨 큰일이라고 깜빡깜빡 백여미터 오른후에 켰다

뒤돌아 보니 뾰족뾰족 솟아 있는 석문산 아래로 방금전 버스에서 내렸던 도로가 구불구불

돌아간다

긴바위에 박힌 쇠와 밧줄을 잡고 올라서니

이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렸을까 작은 바위산에 꽃이 피었다

투명하고 영롱한 진달래꽃들이 자꾸 갈길을 붙잡는다

설악도 아니고 지리 덕유도 아닌것이 고도를 올릴수록 앙칼진 바위들은

깍아 붙인듯 하다

백명산 낮은 산이라고 얕보았다간 큰코 다치게 생긴 스릴 넘치는 암릉 산행은

아찔한 경관을 선사하며 앞으로 앞으로 불러 들이는것만 같다

그러나 다리가 후들거려 아니 진달래 때문에 빨리 달려갈수 없다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불리는 진달래꽃은 여러 전설을 간직한 봄꽃이다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가 있는데

천상의 꽃밭만 가꾸던 선녀가 인간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지상에 내려왔다가

그만 벼랑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단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진이라는 나무꾼이 선녀를 치료해주고 지극정성 간호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다

둘 사이에 딸을 낳아 이름을 달래라 이름 짓고 살다 선녀는 그만 하늘로 올라가고 말았다

그러길래 세명은 낳아야 포기 하든지 데리고 가든지 할텐데

달래는 예쁜 처녀로 성장했고 사또가 달래에게 수청을 들라 하였으나 거절하자 죽임을 당했다

나무꾼은 달래를 안고 울다 죽었는데 그곳에서 시체는 온데간데 없고 예쁜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꽃의 이름이 진달래라고 불리워졌다는 전설이 있다

진달래는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불리는데

참꽃은 먹을수 있는 꽃으로 가난한 시절 이 꽃을 따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먹을것이 넘쳐나는 지금도 찹쌀 반죽에 꽃잎을 얹여 전을 부치는 꽃전인 화전은

우리 향토음식이고 고유 음식이다

두견화는 산속에 홀로 살며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새가 지 새끼를 기르게 하며

자신은 조금도 새끼를 돌보지 않는 새인 두견새 또는 귀촉새로 인해 나온 이름으로

옛날 중국 두우라는 사람이 촉나라 임금의 망제가 되어 법령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세상을 떠돌다

억울하여 피를 토하며 울다 지쳐 죽었고 그의 넋이 두견새 되었단다

한이 맺힌 두견새는 밤낮으로 슬피 피를 토하며 울어 피가 땅에 떨어져 진달래 뿌리에 스며들어

꽃이 붉어졌다는 전설이다

 

우리의 현대 시인중에서도 한을 노래한 으뜸시인인 김소월도 사랑하는 님을 보내야 한다면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뿌려 드리겠으니 즈려 밟고 가라고

피를 토할거 같은 시를 적었다

위태위태한 바위벽과 가파르다 부드럽게 이어진 산길에서 무더기로 피어나서

오늘따라 더 처연하게 투명하여 이별의 아픈 피울음으로

이별의 정한을 달래는듯 하다

사계절 무뚝뚝한 바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붉은 진달래는

요즘 무엇보다 공정해야할 공직자들이 정보를 빼내 투기를 하고

어느새 우리땅 전국토에서 전국민이 투기판으로 돌아가는 미친 세상은 나 몰라라며

붉은 진분홍이 보라와 연분홍으로 둔갑을 하며 웃는다

벌써 떨어진 꽃잎은 산꾼들 발에 짓밟혀 곤죽이 되었으니

찬란했던 순간은 너무 짧다

삼백여미터 이상 고도를 올려도 이제 걸은 거리는 불과 일점오킬로 정도

갈길이 아직인데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절벽 아래 석문 저수지가 바로이고 고인물은 탁해 보였다

가끔씩 흙이 발에 닿아도 짧은 밧줄 바위길 몇번에 암릉길이 대부분이다

바위벽을 오르는길은 잘생기고 매끈거리는 바위보다는 못생겨도 울퉁불퉁한 바위가

발을 딛딜곳이 있어 오르고 내리기에는 한결 수월하다

동굴 갈림길에서 큰 바위 밧줄을 잡고 올라서니 동봉이다

해발고도 420m의 동봉은 432.9m의 서봉과는 이백미터 거리다

만덕산 석문산 덕룡산으로 거쳐 주작산은 강진에서 해남방향으로 이어져 있는 산줄기로

덕룡과 주작은 땅끝기맥의 일부이다

봉황이 날개를 활짝펴고 나는듯한 형상을 지닌 산이다

해남 두륜산에서 오소재를 거쳐 이어지는 주작 덕룡산은 고작해야 사백여미터의 높이의 산이나

해발 천미터의 산세에 뒤지지않는 벼랑과 암릉의 어려움이 있는 반면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주작산 구간이 톱날같아 암릉 산행묘미는 더하고 가끔씩 떨어지는 등산객으로 

헬기도 뜨는 산이란다

쳐다만 봐도 아찔한 현기증이 돈다

잿빛 바위벽에 푸른 소나무와 붉은 진달래 멀리 푸른 강진만과 초록 들판

한시도 눈을 뗄수없는 풍광이다

동봉이나 서봉이나 인증이 가능하다하여 동봉에서 인증하고

서봉은 우회로로 돌아섰다

뒤돌아 보면 깍아지른 서봉이고 앞쪽의 산길은 평화롭기만 하다

부드럽게 구불거리고 올랐다 내렸다 이제 바위길도 꽃길이다

꽃들은 만발하여 수양마을 갈림길까지는 억새와 산죽과 진달래가 고루고루

날씨마저 화창하여 걷는이를 반기는것만 같다

작전 소령으로 가는길은 나두고 작지만 옹골찬 덕룡산을 빠져나오기 위해

수양마을로 하산길 1.5km는 너덜길이다

너덜경 바위에 빨간 동백꽃이 하트 모양으로 피어 있다

너덜거리는 바위길 내려오기도 벅찬데 여유 있는 등산객 누군가의 작품이다

이어 대나무 숲길을 통과하고 이내 마을 임도가 나온다

묘 심기전 논에는 일부러 심어 사료로 먹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방금전 올랐던 덕룡과 주작이 진짜 봉황처럼 날개를 쫙 펴고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기다린다는 버스는 마을 주민들의 진입 반대로 들어오지 못한채

멀리 서 있다

허기사 등산객들이 불쑥불쑥 나타나는것도 바이러스 덩어리로 보일테니

마을회관 화장실만 빌려쓰고 빨리 사라져주는게 상책이다

마을 논 밭둑에 심어진 가로수가 모두 동백꽃나무라 수양마을 인심이

동백꽃처럼 예쁠거 같다

빨갛고 줄 무늬 분홍색 동백은 난생 처음 본다

암릉의 무서움보다 흐드러진 진달래에 일년치 진달래꽃 구경은 원없이 하여

진달래에 취했던 덕룡산 산행이었다

 

진달래꽃

 

달래야 달래야 진달래야

고향의 뒷산에서만 노는줄 알았더니

덕룡 주작 깍아지른 벼랑으로 흐르는 산줄기

목마른 그리움으로 붉은 가슴 불타는구나

 

뿌리 깊은곳에 설움 감추고

가냘픈 나뭇가지에서 신열나게 

너울너울 춤추며 어딜 그리 바삐 가냐

 

척박한 우리땅에 맨처음 딛고

오천년 역사로 피어나는

달래야 달래야 진달래야

아프게 피어나 아프게 지고마는

너는 슬픈 진달래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