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남한산성 41

초록별에 부는 바람 2022. 3. 29. 11:08

일시-2022년 3월28일 월요일 맑음 4/14

 

파란 물감칠을 한듯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다

달라질게 없는 일상에서 햇볕 바라기 두세시간은 긴 숨을 마시고 토하며

걷기 명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오르막을 오를때는 내 다리가 아닌것처럼 질질 끌려오다 정상을 벗어나

내려올때서야 다리심이 생기니 매번 산행시작은 고행시작이다

오늘따라 초반부터 더 기운이 딸린다

가파른 계곡길을 지나 성벽에 다달을때까지 겨우 이킬로정도 되는데

눈도 침침하고 골도 땡기는것 같고 목도 칼칼하다

감기가 오려나 바뀌는 계절을 몸이 따라 가기가 버겁다

개나리와 진달래 꽃봉우리가 터질락말락 봄 햇살과 봄 바람에 가늘게 떨렸다

내가 올라서는 해발고도 497.9m의 청량산을 중심으로

산성은 북쪽의 467.6m의 연주봉과 동쪽의 502m 망월봉과 515m 벌봉

그리고 남쪽으로 여러 봉우리를 연결하여 성벽을 쌓았다

성벽 바깥쪽은 경사가 급해도 성안은 경사가 완만하여 방어 유지하면서 적의 접근이 어려워

천혜의 요새다

특히 서문과 수어장대 방향으로 오르는 산사면이 짧으면서 가파르고 계곡물도 흐른다

나는 이 계곡길을 주로 이용하는편이다

겹겹이 둘러싼 청의 군사들 포위속에 굶주림과 혹한은 삼전도의 굴욕으로 막을 내렸으니

오늘처럼 따뜻하고 배만 불렀다면 항전의 날이 길어졌을까

이조판서 최명길은"죽음은 견딜수 없고 치욕은 견딜수 있는것이옵니다."

예조판서 김상헌은"죽음은 가볍지만 치욕적인 삶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견뎌 후일을 택할지,싸워 죽음을 택할지 

성안에서 또 다른 싸움으로 혼란만 가중하였을테고 그 와중에 성안이나 성밖의 백성들만

죽어 나갔을게 뻔하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할짓이 못된다

"나는 벼슬아치들은 밎지 않소

전 다만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거두어 겨울에 배를 곯지 않는 세상을

바랄뿐이옵니다."대장장이 서날쇠의 말이 더 공감가는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