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6. 20:58ㆍ여행
인천을 출항해 제주도로 향하는 배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이백팔십여명이 실종되었다는 비보를 인터넷으로 접했다.
1912년4월14일 달이 뜨지 않았던 밤,
빙산의 경고를 무시한 인재이자 천체 현상으로 천재인
타이타닉의 침몰이 있었던 날이다.
사고 석달 보름전 1월4일 수퍼문은 조석 간만의 차이를 키워
평소보다 힘센 밀물로 바다쪽으로 빠져 나온 빙하 끝부분인
빙하의 혀를 휘게 만들어 부러져서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이 된다.
영국 사우스햄프턴을 떠나 미국 뉴욕을 향해가던 타이타닉은 출항 나흘째
빙산에 충돌하여 1513명의 대형 인명 사고를 냈다.
영화로 끔찍한 사고 현장을 재현하여 우리에게도 잘알려진 대형침몰이
102년이 지난 다음 다음날 우리에게도 사월의 잔인한 날이 되었다.
가슴 졸이는 뉴스는 곳곳에서 들리지만
꽃 봉오리 터지기전 아까운 청춘들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실종된 사람들이 빨리 구출되기를 이국땅에서 빌었다.
호밀빵과 얘기 주먹만한 사과와 토마토 한개씩을 깍아
나는 우유 남편은 벌꿀차 한잔으로 아침을 먹었다.
사과맛이 부석부석 스폰지를 씹는맛 이었다.
61번 트램 종점인 Huvosvolgy에 내려 오전 10시 10분에 출발하는
꼬마열차를 탑승하기 위해 티켓을 끊으려는데 남은 시간이
오분도 채 남지 않았다.
1500포린트를 내고 거스름돈 백포린트만 받아내면 되는건데
헝가리 꼬마는 영어도 못 알아듣고 나는 헝가리어도 못하고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 일인당 700포린트하는 원에이 티켓을
간신히 두장 끊어서 부랴부랴 열차에 오르니
기차는 부다페스트에는 없는줄 알았던 낮은 산속을 뚫고 지나간다.
아름들이 나무들이 양편으로 늘어서 있고 싱그런 초록물결이 반갑다.
집 떠나 올때만해도 아직 여린 연두빛 이파리가 태반이었는데
지금쯤 한국의 산천 초목은 진한초록으로 생명을 안고온
봄이 한창일게다.
벚꽃은 다 피고 지었을지 진해 벚꽃이 눈에 아른거린다
어린이이가 운전하고 어린이가 개찰하고 차표검사도 어린이가 하여
일명 꼬마 기차인 열차는 딱 두칸 달려있다.
관광객이나 체험학습을 하러 나오는 어린이가 주로 승객이다
숲속 곳곳에 학생들은 위한 놀이 시설과 운동기구가 놓여있어
소풍나온 학생들도 있었다.
승무원복을 입은 어린이도 학교에 다닌다고 하는걸 보니
체험 학습의 연장선인거 같다.
기차는 오십분간 레일을 달려 Szechenyi hegy역에 내려
전동 톱니바뀌 열차 60번을 타고 Varosmajor역에 내려
61번 트램으로 집에 왔다.
어젯밤 도나우강 배위에서 추워 벌벌 떨었는데
어젯밤 날씨는 영상2도 였고 오늘 아침도 바람끝이 차가워 초겨울 날씨로
사람들 겉옷은 두껍고 털모자에 장갑을 낀 사람도 눈에 띈다.
아침은 춥다가 낮에는 따가운 햇빛이 눈을 찌르는
변덕스런 날씨가 적응이 안된다.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담장에 늘어진 이름 모를 처음보는 꽃나무는
분홍색 애벌레가 피어나는 꽃모양이 특이하게 생겼다.
집집이 나무와 꽃들이 사람수보다 많다.
저녁은 시금치와 양송이를 곁들려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고
겔레르트로 운동을 다녀오다 트램으로 모리츠까지 오던 두정거장을 걸어
엘레 백화점 지하 수퍼에서 생수,맥주 두캔하고 베게 만한 빵을 사들고
다시 트램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트램에서 나오는 안내방소도 익숙해져 슐레우차를
정확히 알아듣고 내린다.
트램이나 지하철 버스는 손님을 기다리다 떠나는 시각은
정확히 맞추어 떠나는데 문에 끼기라도 한다면 생명이 위험할정도로
싸납게 닫힌다.
헝가리사람은 트램 떠날시간이 적힌 전광판을 보고서도 절대 뛰는일이 없고
항상 발걸음이 바쁜 우리만 뛰어서 타곤한다.
뛰지 않고 나도 슬슬 걸어 놓치면 다음 트램을 기다리다 타봐야 겠다가도
무거운 생수통 여섯개를 들고서도 항상 뛰는 남편 때문에
빈손으로 털래털래 따라가기만 하는 내가 안뛰고는 못배긴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4월18일 금요일 (0) | 2014.04.19 |
---|---|
2014년4월17일 목요일 (0) | 2014.04.18 |
2014년4월15일 화요일 (0) | 2014.04.16 |
2014년4월14일 월요일 (0) | 2014.04.15 |
2014년4월13일 일요일 (0) | 2014.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