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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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집회
일시-2024년 12월14일 토요일오후 네시면 결판이 나리라단단히 겨울 차비를 하고 탄핵 집회를 한다는 여의도로 향했다전철에서부터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랐다여의도가 가까워지자 전철안이 점점 북적북적 사람들이 많아지고드디어 여의도역에 내려서니 역사안은 인파와 소음으로 바글바글 웅성웅성 어질거린다바깥 날씨가 춥고 바람마저 분다니 화장실 들러 거위털 옷으로 입고 나가야는데화장실이 문제다 오줌 한번 누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끝간데 없이 늘어져 있다십년전 로마의 바티칸 성당이 떠올랐다하필 로마 여행이 부활절과 겹쳐 성당 진입까지 빙글빙글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화장실 한번 가려면 또 긴줄구십도로 돌아 지는 줄 끝에 나도 서서 기다리다 그래도 빠르게 볼일을 보고 나왔다많은 사람들속에 파묻혀 밖으로 나가는것도 고..
2024.12.17 -
장미의 계절
동네 산책길에 핀 덩쿨장미가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담장을 기어간다"피처럼 뇌수 햇불을 받쳐들고 눈 감고 달려가는 점점 도망자의 꽃"이라고 김승희시인은 표현했다누가 뭐래도 꽃중에 꽃은 장미,전국각지에서 한창인 꽃 축제중 오월장미 축제가 최고다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빨간 장미를 보느라면 한두송이 꺽어 집안으로 들이고 싶은 심정이다작년봄 산책길 숲속에 피어난 각시붓꽃이 이뻐서 한뿌리 캐다 화분에 심었더니 일주일을 못가고시들어 죽어 버렸다또 산에 피어난 별꽃 야생화가 이쁘다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몇번을 죽이고 나선꽃들도 꽃 피울 자리가 있다는걸 알았다쓸데없는 욕심이 생명 하나를 죽이는 화를 부르는 격이라산책하며 많은 사람들이 보는 꽃을 나혼자 즐기자고 옮기는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다가온..
2024.05.25 -
사월이 가네
온갖 꽃내음 흘리며 오는 봄날,왔나 싶어 꽃 구경이나 할까 했더니더웠다 비왔다 꽃불 일어 타는 내 마음 갈곳 모르도록 사월이 요란스럽다바람에 흔들리는 봄 볕에 그을리면 숨 막히는 가슴이 뚫어지려나한 차례 봄비가 다녀가더니 애써 피워낸 벚꽃들이 후두둑 떨어져 버렸다안그래도 화무십일홍이라 기다리지 않아도 떨어져 버릴것들,봄꽃은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나를 탓할까 계절을 탓할까따라잡지 못하는 이 계절이 잔인하기만 하다 온갖 생물들이 부산스런 봄의 한가운데에서 나홀로 고독하기가 어려운 사월은첫날부터 만우절이다.진짜보다 가짜가 더 진짜같은 요지경속에제주 사삼사건과 사일육 세월호와 사일구,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도 치뤄이런저런 사건들이 가지가지로 많은 달이다사삼사건은 광복 이후 미군정과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반..
2024.04.28 -
다시 한해를 새롭게
새해가 밝았다 상상의 동물인 푸른 용의 해란다 날지 못하는 인간이 날고픈 희망을 꿈꾸고 살아도 되겠다 하루가 일생이라면 아침해가 뜨고 점심나절이 지나 오후쯤이나 되었을까, 시간이 화살같이 빠르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다르지 않을텐데 보신각 종을 두드린후 우리 모두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이다 좋은날도 나쁜날도 지나 다시 새로운 날이 온것이다 어제는 함박눈이 내렸다 얼음길이 된 산책길위에 또 다시 눈이 내려 아이젠을 차고도 죽죽 미끌어지더니 겨울비가 내리고 난후 오늘은 햇볕이 쨍쨍 변덕이 죽을 끓는 날씨로 계절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요동을 친다 그래도 언땅 속에도 냉이와 쑥뿌리는 봄을 기다릴테고 앙다물은 생강나무 봉우리속에도 꽃눈 틔울준비를 하고 있을테니 부디 봄을 잊지 말기를 바래본다 겨울엔 추워야 ..
2024.01.18 -
한해가 또 저문다
어느새 십이월, 마지막 남은 달력이 올 해의 끝자락을 알리는데 날씨는 추워 겨울인가 싶다가도 오르는 기온으로 후덕지근 하여 길가에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쑥이 새싹을 틔워내 오락가락 미쳤던 날씨는 급기야 비가 내리고 강원 산간지역은 폭설이 내렸다 중부지역도 중순넘어 밤새 싸락눈이 흩날리다가 쏟아졌다를 반복한다 삼하사온이란 말은 그 옛날의 겨울 이야기다 이제 진짜 겨울이 온것이다 지금쯤 강원도 백두대간 능선에는 겨울 적막을 깨는 바람눈으로 경계가 희미할것이다 발목이 아프도록 선자령 눈길을 걸어가고 싶다 생각만 해도 가슴은 바람이 가득차 시원해진다 올겨울 춥다소린 안하기로 약속했으니 들숨과 날숨을 알아서 조절해야한다 휴~서늘함을 넘어선 창백한 겨울이 좋아졌다 연말이 다가오자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2023.12.30 -
십일월
사라진달이 아닌달,아무것도 아닌달이 아닌달,십일월이다 작년 올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려는 몸을 간신히 부여잡고 견디며 두해를 보내고 있다 나이들면 체감상 계절이 한뭉텅이씩 지나 계절따라 살기도 버겁다지만 몸의 변화만큼 빠르지는 않겠다 몽글몽글 연초록으로 산야에 봄물 들어 잎사귀에 물오르던때가 있었던가, 봄꽃 피운 설렘과 흥분도 다 잊게 만든 올여름 뙤얕볕 무더위만 겪고 한해를 보내야 하는가,했더니 어느덧 계절은 나뭇잎을 떨어 뜨린다 수북히 떨어진 낙엽들의 감촉이 사그락거리며 발바닥으로 전해온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십일월에 나도 어정쩡 서 있는 중이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예전만 못하다는 뉴스만 들려오지,맘처럼 눈호사를 못한 내가 한없이 초라하지만 세상엔 헛되게 보내고 되는일은 없을테니 노년의 삶을 돌보라..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