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2014. 12. 28. 22:31일반산행

일시-2014년12월28일 오후

코스-방배역 1번출구에서 길건너 청권사 -서리풀 공원-서리풀 다리-몽마르뜨 공원

      -누에다리-서리골 공원-중앙지방 법원-교대역에서 지하철로 양재역으로 이동

      -마포갈비집에서 삼겹살과 소맥 된장, 김치찌게로 저녁식사후 귀가

 

겨울숲 공원은 포근했다

가을인가 했더니 벌써 겨울되어 하늘은 잿빛이고

낙엽 뒹굴던 길가 가장자리는 얼음 빙판길이다

또,겨울인가 했더니 이제는 넘길 달력이 없다.

하루하루가 쌓여 일주일 되고,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되어

일생을 살아 화살처럼 달려간단 말을 하고서도

이처럼 후다닥 한해가 넘어간 해는 처음이다

이래저래 바쁜 세밑 짧은 오후 산책길에는

여름 초록그늘에서 쉬던 의자가 그대로이고

가을 붉은 단풍 아래 사진찍던 나무도 그대로인데

푸르고 붉었던 지난날들이 아득하기만 하다.

공원 지척 아래는 평생 구경 안해도 별탈없는 법원과

고단한 하루를 마친이가 잠드는 아파트 빌라가 빼곡해도

겨울 숲속 공원은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어

새는 날고 토끼는 뛰어 노닐어 지친 시민들의 휴식처로

그만이다

 

서리골은 서초동의 옛지명이며 인근에 위치한 서래공원 뒷편이

프랑스인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서래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서래 명칭은 서쪽에서온 프랑스인이 모여사는곳이란 뜻에서

유래 되었다 한다

서리풀 공원 몽마르뜨 공원 서리골 공원 3개 공원의 산책로가

2009년 연결되면서 도심 숲길따라 산책로가 형성되었다.

 

몽마르뜨 공원은

반포 배수지 상부 슬라브에 흙을 덮어 조경을 하여 조성된 공원이며

공원 주변에 프랑스 마을인 서래마을이 있어 몽마르뜨라고

이름 지었다.

푸른 오월에 방문했던 순교자의 언덕이라는 뜻인 몽마르뜨는

해발 130m의 나즈막한 언덕이었다.

성당과 교회 아래 광장 주변으로 카바레 물랭루즈와

같은 술집 클럽들이 줄지어 있고 아마추워 화가들이 초상화를

직접 그려 전시 판매하고 있어 화려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진짜 몽마르뜨언덕 보다 우리의 몽마르뜨는 너무 조용했다

 

 

서리풀 다리는

몽마르뜨길 개통으로 단절된 서리풀 공원과 몽마르뜨 공원을

이어주는 역활을 한다.

 

누에 다리는

반포도로 개통으로 인해 단절된 몽마르뜨 공원과 서리골 공원을

이어주는 다리이며 조선시대 이 일대에 양잠기관인 잠실 도회가 있어

이를 착안하여 누에를 특성화한곳이라 한다.

누에 다리옆에 세워진 고치위에 앉은 누에 두마리가

동그랗게 몸을 구부려 입을 맞추는 조각의 입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평균 오백개의 알을 낳고 고치 하나에서 1km가 넘는

비단실을 뽑는다는 누에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진실을 말하면 죽을까봐

거짓이 진실로 둔갑한 指鹿爲馬와 削足適履가

대세인 모양이다

 돈과 권력으로 갑질하던 위인들도 달이 차면 기울듯이

언젠가는 내려올때가 있건만 천년만년 부귀영화를

어찌 누리고자 하는지 알수가 없다

"오만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옛말이 이제는 쓰잘떼기 없는 말로 통한다.

그래도'주역'에 나오는 "지식은 이처럼 많이 배웠다고 자랑하는 것이고

지혜는 이 이상 알지 못한다고 겸손해 하는것이다."말은

어디서든 목소리 높여 저 잘났다고 자랑질 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씁쓸한 시대에 가르침으로 다가와

照顧脚下의 지혜가 필요하다.

 

어제가 오늘이고 그날이 그날인채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디에 서 있는줄도 모르게 나이만 먹어가고 있어

가는해를 붙잡을수 없는게 현실이다.

씹팔년 좃팔놈 흉칙한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환갑진갑 다 지난 모임에도 쑥쓰럼 없이 앉아

같이 늙어가고 있다

전화 거는척 녹음하고 명함에 씨인하는척 녹음하여

뒷통수 때리는 만남만 아니라면 충분히 용서가 되는

고향의 자리여서 이리 함게 놀다가 취하면 헤어지는

남자의 우정이 한편 부러웠다.

 

"나는 아이처럼 울었다.고난을 딛고 살아나서가 아니었다

물론 고난을 극복하긴 했지만,형제 자매를 만나서도 아니었다

사람을 본것이 감동적이긴 했지만

내가 흐느낀것은 리처드 파커가 아무 인사도 없이

날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다."

얀 마텔 장편소설 '파이 이야기'중 354페이지 글이다

태평양을 건너는 구명보트안에서 7개월간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살아남은 파이와 호랑이 리처드파커와의

시코 해안에서 작별 장면이다.

그동안 살아줘서 고맙고 너 때문에 나도 살았다는 말한마디를 못해

후회하는 파이처럼 우리도 실수가 다반사이다

우주 천지간에 하루살이 인생이라지만 인생에서 알맞은 시기와

기회를 놓쳐 후회로 마음이 무거워질때가 많다.

이세상에 바뀌지 않는것은 아무것도 없듯이 조석으로 변심하는

마음을 다스려 레프 톨스토이 말대로

"지금 이순간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당신에게 가장 종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란 말을

다시금 새기며 지난하고 고단했던 한해를 마무리 하는데

보탬이 되었음 하는 바램이고

'행복을 성격순이다.'는 신문칼럼 제목처럼

살면서 때론 영혼이 방황하면 본디 그자리로 돌아서는

겨울 숲길에서 자연이 주는 권면으로 성격을 다스려

나를 살고 싶다.

 

푸른 양의 해인 乙未年에는 나를 아는 모든이가

마음이 풍요로운 한해가 되기를 빌며

더디게 더디게 겨울이 지나간다해도

길가의 꽃 한송이가 나를 부르는 봄도 멀지 않으리라,

2014년12월29일 씀

글-李 貞

사진-無 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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