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7차

2015. 6. 25. 15:58백두대간

 

일시-2015년 6월23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매봉산구간 북진

코스-두문동재(1268m)-금대봉-수아밭령-비단봉-바람의 언덕-매봉산-1145봉-삼수령(피재,920m)

      백두대간길 10.1km+접속구간 0km=10.1km를 4시간 걸림

 

 

유월의 새벽녘은 바람마저 싱그럽다.

밤처럼 덜깬 잠을 억지로 부시시 깨고 집 나섰던 겨울에 비하면

대낮처럼 밝은 아침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일년중 낮이 제일 길다는 하지이다

부드러운 아침해가 창가에 비칠때쯤 버스는 서울을 빠져 나갔다.

강원도 치악 휴계소에서 간단 아침 식사로 콩떡과 인절미를 먹었다

보온 도시락에 닭죽을 싸들고 다니며 먹었을때보다 엄청 간편 식사인셈이다.

서울 떠난지 세시간이 넘어서자 땅보다 하늘과 가까워 보이는

초록의 산마루가 구불거리는 도로따라 출렁출렁 춤을 추는거 같다.

이번구간은 해발 천미터가 넘는 강원도 산줄기를 넘나드는 코스이다

1268m의 고지인 두문동재 일명 싸리재라 부르는 고개가

오늘의 들머리이다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화전동을 잇는 두문동재의 38번국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고개이다

고려 유신들이 정선 산골에 두문불출했던 마을과 연결해주었던 곳이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을 거쳐 천삼백여미터의 대덕산 정상의 초원지대까지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야생화의 60%가 자생하는 이곳은 철쭉이 지고난 육칠월에는

천상의 화원이 된다

들머리 안내판에 새겨진 야생화 꽃 사진처럼 야생화 군락지로 알려진 이곳은

야생꽃 연구자와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곳이다.

시작점에서 1.3km를 꽃향기와 온갖 풀냄새를 맡으며 걷기 좋은길로

백오십여미터 오르면 금대봉(1418m)이 나온다

금대봉은

한강과 낙동강인 양강의 발원지로 북서쪽으로 노목지맥과 금대지맥의

분기점이 되는곳이다

금대봉에서 대덕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인 이곳에

금대봉 북쪽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를 품고 있다

원래는 평창 오대산 두로봉 밑에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 졌으나

1980년 정밀 추정결과 검룡소에서 흐르는 하천의 길이가 32km나 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룡소에서 하루 2천톤의 물이 솟아난다고 하며 바로 20여 m의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다는데 가뭄이 심한 요즘에는 물이 샘솟기나 하는건지 모르겠다  

전설에 의하면 황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서

검룡소에 이르러 더 이상 올라갈수 없음을 알고 그곳에서 용이 되는

수업을 쌓았다고 한다

이무기가 부근에서 풀을 뜯다 물을 마시러 오는 소들을 잡아먹자

화가난 마을사람들이 검룡소를 메워 버렸고 결국 이무기는 용이 되지 못했단다

태백문화원에서는 1986년 김강산씨가 한강의 발원지임을 확인하고

검룡소를 복원했다

1256m봉을 지나 수아밭령을 거쳐 비단봉까지는 비록 산길이라고 하지만

보름전에 걸었던 설악의 쥐라기나 황철봉에 비하면 폭신폭신한 비단길같은 숲길을

한달음에 걸어왔다.

산악회를 따라다니다 보면 약속된 산행시간으로 대부분 서두르게 되는데

오늘은 산행 시간이 넉넉하여 바지 가랑이에 닿는 이름 모를 풀들과

어쩌다가 이름을 알아 맞춘 야생화를 자세히 보는 여유를 부렸다

 

수아밭령은 옛날 화전에서 밭벼를 재배한 관계로 수화전란 지명이 생겼다가

다시 줄여서 수아밭이라 불렀다.

오늘날 높은 고지의 태백시에는 벼를 재배하는 농가가 없다

쑤아밭령 아래 동쪽 산자락에는 석회동굴인 용연동굴이 있다

아이들 고만고만 초등때 태백산 눈꽃 축제 갔다 오면서 들렀다가

동굴속 천장에 매달리고 바닥에서 솟아난 종유석에 신기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여름에도 서늘하다는 동굴속이 겨울추운 날씨보다 오히려 온기가 느껴졌었다

 

잡목이 많은 오르막을 오르면 비단봉(1279m)이 나온다.

정상석은 이름처럼 조그맣고 귀엽게 생겼다

높은 고지에서 걷다보니 정상이나 길 도중이나 높이는 마찬가지이다

숲에서 빠져나오자 고랭지 채소밭 재배단지가 나온다

작은 돌멩이와 자갈밭인 채소밭에는 어린 배추가 심어져 있으나

세포기에 만원씩 하는 금배추가 있다는게 다행이다 싶게

가뭄으로 말라죽거나 시들시들 금방 죽을 테세이다.

배추밭 고랑으로 지나 임도를 지나쳐 매봉산 자락으로 들어설때까지

배추밭은 계속이다

그나마 제법 뿌리를 내린 배추잎은 쏙쏙 커가고 있었다

배추는 육십일이면 수확하므로 지금 심어져 있는 배추는

김장전 배추란다.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쳐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를 따라 걷다가

숲으로 들어오라는 백두대간 길라잡이 표지기를 따라 가는길이

대간길이다

태백의 바람을 맞을수있는 바람의 언덕에 오르면

풍력발전기가 나온다.

눈발 날리던날 대관령 풍력발전기 옆을 지날때 가도가도 끝이 없어

그놈의 풍력발전기 보기도 싫더만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바로 눈앞에 떡 하니

서있는걸 보니 반갑기까지 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지나온길은 언제나 그리운 추억이 되는가 보다

"하늘다음 태백 바람의 언덕'이라는 팻말답게 태백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워낙 강풍이 세다는데 유월의 초여름 바람은 세차지 않아서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속도는

노인네 걸음걸이 보다 늦었다.

언덕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시원해 모자를 벗겼다

그 길따라 조금 더가면 매봉산 정상이 나온다

매봉산(1303m)의 정상석을 하늘의 옷은 바느질이 없다는 뜻을 지닌 

천의봉이라고도 부른다.

매봉산 정상석 방송철탑 뒤로 전망대에 서니 걸었던 두타산 밑으로 다음 구간인

황장산 덕항산이 푸르게 푸르게 이어진 산줄기가 넘실댄다

사십삼만평의 거대한 배추밭을 뒤로하고 임도를 벗어나 숲속 대간길로 들어서면

백두대간길과 낙동정맥길이 갈라지는 위치에 "낙동정맥 예서 갈래치다."라는

문구가 적힌 바위를 만난다.

 

시멘트 도로에서 다시 숲길로 내려오면 비로소 오늘의

날머리인 삼수령인 피재까지 도착한다.

삼수령인 피재(935m)는 낙동강 한강 오십천의 삼대강이 발원하는곳으로

이곳에 떨어진 빗물의 운명이 삼대강으로 나뉘는 곳이기도 하다

삼척 지방 백성들이 난리를 피해 이상향으로 알려진 황지로 가기 위해

이곳을 넘었기에 '피해 오는고개' 라는 뜻으로 피재라 한다

삼수령은 낙동정맥의 분기점으로 이쪽은 대간 저쪽은 낙동정맥이다

실제는 매봉산 아래 삼대강 분수점이 있다.

작은 물이 모여 삼면의 바다를 형성하는 태백의 명소이다

삼수령은 부산에서 안동 태백 강릉을 잇는 35번 국도가 지난다.

 

즐거운 새소리와 야생화를 따라 걷다보면 숲의 정기를 만끽할수 있다더니

털이꽃에 눈이 가고 초롱꽃에 몸이 갔던 10.1km 높은 숲속의 길에서

시큼 털털한 산딸기 따먹으면서도 자작나무 붙들며 폼 잡고 놀며

4시간만에 걸었다.

오랜만에 후미그룹을 기다리는 여유를 누려보고 오후 4시반에 서울로 향했다

안그래도 멀리서 휴가 나온 딸을 두고와 맘이 급했는데

집에 와보니 큰딸 작은딸 사위까지 집안이 북적거린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일들로 긴 하루였다.

 

초롱꽃

 

아득한 고향 바라보다 목이 아파온다

황홀한 범꼬리 유혹에 눈 감았다

불처럼 뜨거운 태양에 입 다물었다

무정한 가뭄으로 목말라 고개 숙였다.

 

수척한 크림색 초롱꽃 얼굴

순수한 새벽 바람 불고 가면

초록등불 켜고 맑은 종소리 울린다

땡그랑 딸랑 땡그랑 딸랑,

 

흰 나비 한마리가 드나든다.

 

2015년 6월 하순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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