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5. 16:04ㆍ한북정맥
일시-2017년 1월3일 화요일 맑음
장소-한북정맥 복주산 구간 남진
코스-수피령고개(750m)-복계산 갈림길-복계산 정상-복계산 갈림길-칼바위봉(990m)
-헬기장-두류지맥 삼거리-복주산 정상(1152m)-하오현(790m)
한북정맥 15.6km+접속구간 0.7km=16.3km를 7시간 20분걸림
백두대간 남진을 마치고 당분간은 산을 잊고 땅에서 편히 살고 싶었다
목적 산행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과는 달리
그동안 긴장했던 근육이 풀리면서 몸은 방방이로 두둘겨 맞은듯
열흘내내 쑥쑥 쑤시고 허리까지 삐끗하며 미열이 났다
연말이라고 첫째 딸과 사위에 이어 겨울 휴가차 집에 돌아온 둘째 딸과 딸의 남자 친구
한달간의 미국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까지 합류하여 온가족이 모였는데
자식들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몰래 병원치료를 받아가며
시끌벅적한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새해가 밝아오고 각자 자리로 한꺼번에 빠져나간 집안은
다시 아파트를 지키는 늙은 가구들과 늙어가는 부부만 남았다
먹이고 입히고 셋을 어떻게 키웠는지 얘들이 없으니까
적적하기는 해도 할일이 줄어들어 아픈몸도 한결 나아져
정유년 새해 첫주 새로 시작하는 한북정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북정맥은 함경남도와 강원도의 도계를 이루는 북한땅 평강군 추가령을 분기점으로
백두대간에서 갈래를 쳐 남서쪽으로 뻗어져 나온 산줄기지만
민통선으로 가로막힌 북쪽은 갈수 없는 곳이기에 대성산 남쪽
강원도 화천과 철원의 경계인 수피령을 기점으로 한북정맥 종주를 시작한다
추가령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한강과 임진강의 강구에 이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은
한반도 13정맥의 하나이다
남한쪽인 대성산에서 장명산 구간을 답사할수 있는데 대성산은 군부대의 허가없이
오를수가 없어 수피령이 시작과 끝인셈이다
거리는 약157.4km에 달하지만 도봉산과 노고산이후 부터는 고도가 낮아지며
도시화된 탓에 능선의 이어짐은 매끄럽지가 않다
서울에서 경기도를 거쳐 강원도로 버스는 달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백두대간 여정과는 다르게 지방도로를 달리니
중간에 쉬는 휴계소와 화장실 시설이 열악한 점이 불편했다
들머리인 화천에서 철원으로 넘어가는 56번 도로상의 수피령 고개에서 내리니
겨울다운 겨울이 없었던 서울과는 달리 강원도의 무공해 찬공기가 코 끝을 때리고
지난주에 내린 눈은 바닥에 쌓인채로 녹지 않았다
도로표지판에는 해발 고도 780m라고 적혀 있었다
수피령 정상에는 1951년 6월 9일 대성산 1042고지에서 활동중인 중공군을 섬멸하며
조국수호를 위해 산화한 호국 영령들의 넋을 추모하여 1980년에 건립된
대성산 지구 전적비가 높이 서 있었다
전적비 아래 수피령 표지석 옆에서 산신령님께 드리는 예를 올렸다
워낙 실력이 출충한 산꾼들이 모인 자리여서 내 실력을 아는지라
예시당초 선두로 달려가는 산행보다는 꼴찌라도 좋으니
무사 안전 산행후 집으로 돌아갈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기도했다
대성산 전적비 뒤쪽으로 난 정맥길은 능선따라 오르막으로 시작한다
수피령에 내리자 마자 반갑게 일행을 맞이하던 누렁이 한마리가
산행을 같이 할셈인지 계속 따라 온다
흔히 똥개라고 일컫는 잡종견인 다리가 짧은 누렁이는
주인을 잃었는지 주인이 버렸는지 모르지만 건강해 보였다
수피령에서 1.5km를 계속 올라 복계산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으로 0.7km 떨어진 복계산 정상은 정맥길에서 약간 비껴 있다
갈림길에서 배낭을 벗어놓은채 약간 내렸다 올라 암봉을 치고 오르는 길에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에 핀 눈꽃들이 투명하여 요즘 계속 핏발서고
게슴치레했던 눈이 시원해진 기분이다
헬기장에 올라서고 이어 해발 고도 1057m의 복계산 정상에 섰다
대성산이 조망되고 가야할 복주산과 광덕산 능선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정상에서 뒤돌아 내려서 갈림길로 돌아와 배낭을 다시 매고
좌측 소나무숲 정맥길로 접어들어 암봉쪽으로 진행한다
암봉을 우회하여 바위 절벽구간을 오르락 내리락 하여 올라서면 전방 좌측에
칼바위봉이 나온다
다시 헬기장을 지나고 950 봉우리에서 내리락 오르락 길게 걷는다
눈 산행이 보통의 산행보다 체력 소모가 훨씬 든다는것을 알고 있지만
보름만에 산행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저질 체력은 한발한발 뗄때마다
아이젠 낀 등산화는 천근만근 무겁고 입에서는 더운김이 나온다
군데군데 군진지과 삼각점이 보이고 전방부대가 많은 강원도 북쪽이라
총포 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와 아직도 휴전상태임이 실감났다
두류지맥 삼거리를 지나 정맥길은 복주산을 앞에 두고 오르막길로
바위암봉과 로프구간이 이어지고 여러차례 완력과 기운을 몰아치며 올라야
오늘의 최고봉인 해발 고도 1152m의 복주산 정상이 나온다
일명 복두산인 복주산은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사내면과 철원군 근남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태백산맥 줄기인 광주산맥에 딸린산이다
옛날 큰 홍수로 인해 주변이 물에 잠기었을때
추울때 쓰는 모자인 복주깨 뚜껑 만큼 꼭대기만 남아 있었다
정상 봉우리 부분이 뾰족하여 그런 유래가 생긴것이라고도 한다
복주산 부근에는 대성산(1175m)와 광덕산(1046m)이 솟아 있다
서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수계는 북쪽으로 흘러 남대천에 합류하고
남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수계는 용담천을 이루면 흐르다가
사내천에 합류한다
동쪽 자하골에는 천불사가 있다
복주산 정상을 뒤로하고 약 사백미터의 고도를 낮추면서 1.9km거리를
길게 내려와야 하오현이다
정상석에서 인증사진 찍고 느긋하게 꿀물 한잔 마시고 내려오다 보니
달리다시피 내려서며 앞서간 선두와 중간 그룹 일행들 아무도 보이지 않고
사방 팔방 보이는 것은 히끗히끗 능선으로 이어진 산속에
후미로 쳐진 몇사람 뿐이다
벌써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태양은 살짝살짝 비추며 기울어지고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뒤쳐진 두명의 여자를 찾으러간 남편을 제외하고 남은 셋이서
가파른 내리막 로프 구간을 내려 어둑 어둑 해지는
산길을 내려서는데 무섬증이 도진다
겨울산에서는 순식간에 해가 떨어져 없어 진다더니
오후 다섯시가 넘어가자 해는 없고 초승달이 떴다
드디어 긴 내리막의 폐 타이어 계단이 나오고 비포장 도로인
옛고개 하오현이 나왔다
한참을 걸어 내려가 포장도로에 서있는 버스에 탑승하자
이미 하산주 시음도 끝난 일행들은 떠날 차비를 마친 상태다
홀로 산행도 좋겠지만 산악 동호회를 찾아 동행한다는것은
쉬운 구간은 지 맘대로 가도 상관 없지만 힘든 구간이 나오더라도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면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후미 대장은 제일 자신있는 사람이 선두대장은 두번째로 자신있는 사람이
이끌어가면 무리없는 산길 안내가 될거 같은 생각이 드는데
다들 선수라고 선두 대장만 맡는다면 발걸음 늦고 네비도 없는 사람은
각자도생 하던지 네비게이션 같은 사람 하나 꼬셔서 붙잡고 가던지
아님 산악회에는 따라붙지 말아야 한다
그나저나 산행내내 동행했던 그 누렁이가 서울까지도 동행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설마 모란시장에서 된장 발라진건 아니겠지
눈 길에서 앞으로 뒤로 두번이나 넘어지면서 시작한 한북정맥도
백두대간 못지 않게 힘들것이 예감된다
겨울산
잎 떨어진 나뭇가지가
쓸쓸한 겨울산
걸어가자
나를 데리고 걸어가자
강원도 심심산골
누렁이도 신이나 통통 뛰는
백설기 내린 겨울산
걸어가자
투명하게 부딪치는
그리움이 얼어붙어
하얗게 피어오른 겨울산
걸어가자
하늘 높이 솟은 정상으로
누군가 발자국 따라
걸어가자
나를 데리고 걸어가자
2017년 1월 초순씀